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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물가가 이렇게 올랐는데"...尹정부 첫 최저임금위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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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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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추경 예산안 편성을 위한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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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부의 첫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심의가 본격 시작됐다. 초반부터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 문제를 놓고 노사 양측이 격론을 벌였다.

1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선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저임금위) 제2차 전원회의가 열렸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 대표위원 9인과 사용자 대표위원 9인, 공익 대표위원 9인 등 총 27명으로 구성돼있다. 위원회는 매년 최저임금 인상안을 의결해 정부에 제출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시작부터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 문제를 두고 사용자와 근로자 측 위원들이 갑론을박을 벌였다. 최저임금 차등화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이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모두발언에서 "최근 소비자물가 지수가 크게 올랐고 기업입장에서 생산자 물가지수는 소비자물가에 비해 2배 가까이 올랐다"며 "경제성장률도 하향조정되는 데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른 충격이 아직까지 남아있어 회복에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업종별 구분적용에 노동계는 원천 반대하고 있지만 이미 법정으로 보장되는 부분"이라며 "최저임금 수준 자체를 감당하지 못하는 일부 업종이 있기 때문에 올해 최저임금은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사용자위원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가장 큰 문제는 러시아 전쟁과 중국 봉쇄 등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이 올라 생산자물가가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지난 5년간 최저임금이 42% 정도 인상되면서 영세 중소기업들이 감당하기 힘든 상황인 만큼 인상속도를 조절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근로자위원들은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저임금은 저임금 취약계층 노동자를 보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업종 구분 같은 불필요한 논쟁을 걷어버리고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8%를 기록하며 13년만에 최고 수준에 올랐다"고 했다. 이어 "소득 불균형과 양극화가 더 심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근로자위원 중 한명인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의 발언을 대독했다. 윤 부위원장은 지난해 민주노총 총파업과 노동자 대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윤 부위원장은 서면으로 "윤 대통령은 후보시절 최저임금 제도 자체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발언을 했고 추경호 부총리는 인사청문회에서 업종별 차등화 필요성을 언급했다"며 "최저임금에 대한 정부의 간섭은 위원회의 자율적인 논의를 부정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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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화가 당장 내년도부터 적용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대한 노동자 측의 반발이 심할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결정을 좌우하게 될 공익위원 과반수가 반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저임금은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최하위 근로자 중심으로 기준을 정하고 제조업 등 생산성이 높은 업종은 그 이상을 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맞다"며 "최저임금을 차등화하자는 건 중위업종을 정하고 지급 능력이 없는 곳은 임금 수준을 낮추자는 말인데 '최저임금'을 정하는 취지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물가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 적용되는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이 어느 정도 선에서 제시될지 관심이 높다.

권 교수는 "고물가는 최저임금 인상 압박 요인이 되지만, 임금이 오르면 연쇄작용으로 물가가 더 오를 수 있고 러시아 전쟁에 따른 원자재 공급 안정화 등 여러 변수가 있어 결정이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가가 높다고 임금을 많이 올린다면 경직성을 부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인상률은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예컨대 경유값 보조금 같은 형태의 다른 수단으로 한시적인 대책으로 물가에 대응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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