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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외교 “한-중, 디커플링 반대해야”…미 주도 경제협의체 참여 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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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박진 외교장관과 화상통화서 ‘민감’ 발언

중국 배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불만뜻


한겨레

박진 외교부 장관이 16일 취임 뒤 처음으로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과 화상 통화를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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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이뤄진 한-중 외교장관 화상회담에서 왕이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이 한국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견제했다.

중국 외교부는 16일 오후 이날 화상회담의 결과를 전하는 보도자료를 공개했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잡아 끈 것은 “(양국이) 디커플링의 부정적 경향에 반대하고,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을 안정적이고 원활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왕이 부장의 발언이었다. 그는 차례를 붙여 말하는 평소 말버릇대로, 이날 한·중 관계에서 강화해야 할 ‘4개 분야’를 밝혔는데, ‘소통 협조’ 강화에 이어 두 번째로 ‘호혜 협력’을 내세우면서 ‘디커플링에 반대해야 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한국 외교부는 앞서 공개한 보도자료에 “양 장관이 국제사회에서 크게 변화된 양국 위상을 감안해 지역·글로벌 차원에서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을 넣었을 뿐 민감한 왕 장관의 발언을 소개하지 않았다. 왕 부장의 해당 발언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둘째, 호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국의 거대 시장은 한국의 장기 발전을 위한 끊임없는 추진력을 제공할 것이다. 양국은 디지털경제, 인공지능, 재생에너지 등에서 각자 장점을 갖고 있어, 협력할 경우 ‘1+1=2’보다 큰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우리는 공동의 이익에서 출발해 ‘디커플링’의 부정적 경향에 반대하고,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을 안정적이고 원활하게 유지해야 한다.



한-중 디커플링에 반대한다는 왕 장관의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오전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주도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에 사실상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견제의 의미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이번 주 방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인·태 경제 프레임워크를 통한 글로벌 공급망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왕이 장관은 “중국이 거대 시장으로 한국의 발전에 추진력을 제공한다”는 말도 했는데, 한국이 이 틀에 과도하게 발을 들여 놓을 경우 한국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임을 경고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왕 장관은 나아가 한국의 미국 추종을 반대한다는 뜻을 좀 더 분명히 밝혔다. 그는 “30년 전 양국은 냉전의 족쇄에서 벗어나 협력을 시작했다”며 “신냉전의 위험을 방지하고 진영 대치에 반대하는 것은 양국 근본이익에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강화되는 것을 신냉전으로 지적하면서 이런 흐름에 한국이 협조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한 것이다.

인·태 경제 프레임워크는 미국과 일본이 중심이 돼 한국,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동남아의 싱가포르, 나아가 인도 등을 포괄하는 경제 협의체로, 사실상 중국을 타깃으로 삼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급망 복원, 디지털 경제, 탈탄소, 반부패 등 4가지 주제가 중심인데, 중국을 배제하는 공급망 협력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관계자는 “새로운 경제·무역 환경에 대응하자는 취지라 꼭 중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인·태 경제 프레임워크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16일 “우리에게 (인·태 지역에서) 경제적 관여와 교역에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을 들려 방문하는 일본에서 인·태 경제 프레임워크의 공식 출범을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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