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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권도형, 루나 사태 이전에도 실패 경험 있어”… 업계 평가 극명하게 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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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테라’ 코인의 창시자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과거에도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에 나섰다가 실패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권 대표의 과거 이력을 두고 “희대의 사기꾼” 또는 “악인은 아니나 욕심이 컸다” 등의 평가를 내놨다.

지난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테라의 탈중앙 금융(DeFi·디파이) 프로젝트를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권 대표에게 소환장을 발부했으나, 권 대표는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조선비즈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 (블룸버그 갈무리)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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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 대표, 과거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 참여했다가 실패

17일 가상 화폐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 등에 따르면 권 대표는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인 ‘베이시스 캐시(BAC)’의 공동 설립자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권 대표는 ‘릭(Rick)’이라는 가명을 사용해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시스 캐시는 지난 2020년말 이더리움으로 출시된 디파이 프로젝트다. 테라폼랩스의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UST)와 마찬가지로 실물 자산에 담보를 둔 것이 아닌 알고리즘 기반으로 코인 1개당 1달러로 가치를 연동시키는 코인이다.

그러나 베이시스 캐시 역시 UST 사례처럼 가치를 유지하는 데엔 실패했다. 지난해 초반부터 1달러 가치가 붕괴하기 시작하면서 17일 기준 0.007달러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권도형 대표는 베이시스 캐시 등 여러 도전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러나 결과론적으로 보자면 그가 꿈꿨던 이상은 실패로 끝났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이전부터 권 대표는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에 대한 믿음이 과해 큰 화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 美 SEC “권 대표의 ‘미러 프로토콜’ 증권성 인정돼… 소환 응해야”

지난해 9월, 미국 SEC는 권 대표의 ‘미러 프로토콜’을 두고 증권법에 저촉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미러 프로토콜이란 UST 등을 담보로 맡기고, 넷플릭스·테슬라·애플 등 주가를 추종하는 합성자산에 투자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당시 SEC는 미러 프로토콜이 미국 증시에 상장된 빅테크들의 주가를 추종하기 때문에 증권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이후 SEC는 테라폼랩스와 권 대표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고 소환장을 발부했다. 권 대표는 본인이 한국 국적이며, 본사 역시 싱가포르에 있기에 SEC에 권한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불응했다.

그러자 같은 해 11월 SEC는 뉴욕 법원에 소환 관련 문건을 제출했고, 권 대표 측은 소환을 거부하겠다는 서류를 냈다. 뉴욕 법원은 권 대표가 소환에 응해야 한다고 결론지었으나, 권 대표는 아직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권 대표 향한 시선은 분분… ‘희대의 사기꾼’ 혹은 ‘실패한 천재’

루나 쇼크가 발발한 이후, 권 대표를 향한 시선은 크게 두 가지로 갈라지고 있다.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을 이용한 사기꾼’이라는 주장도 있는 반면, ‘혁신을 이루긴 했으나 욕심이 과해 스스로 무너진 천재’라는 의견도 있다.

해외 쪽에선 비판 여론이 강한 편이다. 시가총액 2위 가상화폐 이더리움을 개발한 비탈릭 부테린, 빌리 마커스 도지 코인 창시자 등은 권 대표의 ‘루나 생태계 부활 계획(Terra Ecosystem Revival Plan)’에 대해 비판했다.

루나 생테계 부활 계획이란, 루나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권 대표가 지난 14일 내놓은 방안이다. 제안에는 10억 개의 신규 토큰을 분배해 테라 블록체인을 다시 구성하자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비탈릭 부테린은 16일(현지 시각) 이더리움 투자 교육·자문가로 활동 중인 앤서니 서사노의 “가상화폐 업계는 알고리즘 방식의 스테이블 코인 등 지속 가능하지 않은 헛소리와 그런 실험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이 제안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명칭은 과장된 선전 용어”라고 했다.

빌리 마커스는 권 대표의 제안을 두고 “기존 피해자는 물론 새로운 피해자를 끌어들이지 말라”며 “영원히 업계에서 떠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피해자가 발생한 사실은 슬프지만, 그들을 구제하겠다고 새로운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것은 매우 위선적”이라고 비판했다.

국내 업계 관계자들의 경우, 권 대표의 욕심이 과했지만 악인은 아니라는 의견을 표하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사실 권 대표가 만든 코인이나 시스템은 당시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며 “다만 너무 무리하게 투자자를 모으려다 보니 일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권 대표의 문제를 꼽자면 플랫폼 성장 속도에 비해 위기관리 능력은 키우지 못한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정수 기자(essenc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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