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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끝난 광화문 직장가... ‘거리 흡연’으로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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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750개 크기에 흡연 공간은 5곳 내외

흡연자들 “담배 피울 곳은 마련해 주고 내몰아야”

조선일보

9일 오후 12시 서울 종로구 르메이에르종로타운 건물 뒤편 인도에서 40여명이 마스크를 내린 채 담배를 피우는 모습. / 이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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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12시 서울 종로구 르메이에르종로타운 건물 뒤편 인도. 약 50m 구간에 40여명이 마스크를 내린 채 담배를 피웠다. 두 건물 사이의 폭 4m 인도에도 30여명이 담배를 피웠고, 많게는 6명씩 모여 있어 다른 사람이 지나가기 어려웠다. 인근 한 호프집 앞 울타리에는 “가게 입구입니다. 담배 냄새가 안으로 들어와요”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길 건너편의 다른 호프집 직원 김모(30)씨는 “최근 흡연하는 사람이 부쩍 늘어났다”며 “날씨가 좋아 가게 문을 열어두니 바람을 타고 연기가 들어와 골치”라고 했다.

지난달 18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직장인들이 회사로 출근하면서, 직장가 인근 도로와 골목이 ‘자체 흡연구역’으로 변신하고 있다. 비흡연자인 직장인들과 인근 자영업자들은 “재택근무 동안 잠잠했던 담배 연기 때문에 불편하다”는 불만이 많다.

이날 종로구 다른 대형 오피스 빌딩 인근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오후 12시 30분 SK서린빌딩에서 20m 떨어진 공원 옆 골목길도 담배를 피우고 있는 SK그룹 계열사 직원들로 가득했다. 골목길을 지나는 행인들이 얼굴을 찌푸린 채 손을 휘저으며 지나가는 모습도 보였다. 비슷한 시각 S타워 앞 인도에도 40여명이 담배를 피웠다. LG광화문빌딩 앞 인도에는 “어린이집 앞 흡연 그만, 어린이들이 창 밖을 보고 흡연을 흉내냅니다”는 내용의 플래카드 아래에서 담배를 피우는 이들도 있었다. 이곳 역시 이 주변 건물에 입주한 기업 직장인들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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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LG광화문빌딩 앞 인도. “어린이집 앞 흡연 그만, 어린이들이 창 밖을 보고 흡연을 흉내냅니다”는 내용의 플래카드 아래에서 직장인들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 / 이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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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흡연자들도 “담배 피울 곳이 없다”며 불만이 있다. 종로구에서 직장 다니는 김모(41)씨는 “전면 재택근무였다가 지난 달부터 격주 출근하고 있는데, 근처에 흡연구역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울 때가 많다”고 했다. 서울시 금연구역은 2018년 28만 2641곳에서 작년 28만 8961곳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종로구 광화문 일대 축구장 750개 크기(720만㎡)에 일반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민간 운영 흡연공간은 5곳 내외다. GS건설 본사, 적선현대빌딩 앞 등이다. 이는 최근 몇 년 사이 기업과 대형 오피스빌딩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던 흡연공간을 코로나 등을 이유로 잇따라 폐쇄한 여파다.

작년에 건물 흡연공간을 없앤 오피시아빌딩 관계자는 “꽁초와 침 때문에 청소가 어려웠고 화재 신고가 들어올 정도로 담배 연기가 심해서, 아예 화단공사를 하며 (흡연공간을) 없앴다”고 했다. SK 관계자는 “2019~2020년 건물 공사를 하며 흡연공간을 없앴는데, 밀폐된 흡연 공간에서 코로나 전파 위험성이 커서 추후에 (재설치를) 검토할 예정이다”고 했다.

지자체는 거리 흡연이 심각한 곳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해 단속할 수 있지만, 흡연공간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금연구역에서 흡연 시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그 외의 장소에서는 흡연이 가능하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다수가 모여 흡연하는 공간을 알고 있지만, 모두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면 다른 곳으로 가서 피우는 ‘풍선효과’가 일어날까봐 놔둔 것”이라며 “최근 흡연 공간을 폐쇄한 건물들에 ‘문을 열어달라’ 요청을 해도 강제성이 없어 협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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