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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우크라 주택에 박힌 검은 화살들… ‘강철비’라 불리는 이 무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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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우크라이나 이르핀 지역 주택에 박혀있는 플레셰트탄. /CNN 보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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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이 비인도적 무기 ‘플레셰트(flechette)탄’을 사용한 정황이 또 한 번 발견됐다. 우크라이나 북부 소도시 이르핀에서 민간인 주택 외벽에 다량의 무기가 그대로 박혀있는 모습이 포착되면서다.

16일(현지 시각) CNN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지난 3월 말 완전 탈환에 성공한 이르핀 지역에서는 일상을 되찾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은행이 영업을 재개했고 유치원 등 몇몇 교육시설도 등원 수업을 시작했다. 마을을 떠났던 피란민들도 귀향해 흠집 난 터전을 재건 중이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주택 외벽에 깊숙이 박힌 플레셰트탄의 흔적을 발견했다. 다트처럼 생긴 철제 화살이 이곳저곳 흩뿌려진 모습이었다. 한 주민은 “손으로는 절대 빼낼 수가 없고 집게를 사용해야 한다”며 “이 무기가 쏟아진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3월 5일이었고 나는 창가와 떨어진 집안 구석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뾰족한 화살이 이 지역을 덮었고 자동차 유리창이 파괴됐다”고 말했다.

플레셰트는 프랑스어로 ‘작은 화살’을 뜻하며 3㎝ 안팎의 다트 모양이다. 본래 총알로 쓰였지만, 1차 세계대전 때 비행기에서 떨어뜨리는 무기로 바뀌었다. 이후 일정 높이에서 폭발하는 폭탄이나 포탄을 이용해 수백m 반경에 흩뿌리는 방식으로 진화했고 일명 ‘강철비’라고도 불린다. 개활지에 흩어진 적을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어 6·25전쟁과 베트남전에서도 쓰였다.

그러나 대량 살상의 우려로 국제 인권단체들로부터 사용금지 압력을 받고 있다. 2014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공격하며 이 무기를 사용해 비난받은 바 있다. 따라서 민간인 구역에서의 사용은 금기시되고 있으며, 현대전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았다.

이번 전쟁에서 플레셰트탄 흔적이 나온 건 이르핀뿐만이 아니다. 러시아군은 부차, 마리우폴 등지에서도 해당 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부차시 주민들이 플레셰트탄이 사용된 것을 목격했다”며 “현장 취재를 나간 기자들도 수많은 플레셰트가 떨어져 있는 것을 봤다”고 보도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플레셰트탄으로 인한 사망자는 확인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최근 부차 공동묘지 내 시신들을 사후 검시한 결과, 수십구의 머리와 가슴에서 플레셰트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대상으로 열압력탄(진공 폭탄)과 집속탄(클러스터탄) 등 국제법으로 금지된 대량 살상 무기를 쓴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이를 두고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으며 국제형사재판소(ICC) 역시 이 문제를 조사 중이다.

[문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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