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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중국이 尹정부에 제안한 '4개 강화'…韓 '대미쏠림' 견제에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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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경협·인적교류·국제무대 협력 강화

연합뉴스

박진 외교장관과 영상통화 하는 왕이 외교부장
[중국 외교부 홈피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16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영상 통화에서 '한중관계의 4개 강화'를 언급해 주목된다.

당국 간 소통, 호혜적 경제 협력, 민간 교류, 국제사회에서의 협력 등을 증진하자는 것이다. 한중 수교 30주년의 해에 출범한 윤석열 정부에 보내는 중국 정부의 제안인 셈이다.

국운을 건 미·중 전략경쟁에서 중국이 자국 국익에 근거해 생각하는 한중관계의 바람직한 모습,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과 국민감정 악화라는 장벽을 극복하기 위한 중국 나름의 방안 등을 담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왕 부장은 가장 먼저 언급한 '소통 및 조율 강화'에 대해 "상호 신뢰의 기반을 다지자"며 "정상외교의 선도적 역할을 충분히 발휘하고, 각급별 대화 체제를 잘 활용해 원활하고 질 높은 정치·외교 소통을 유지하고, 이해를 증진하며, 협력을 촉진하고, 갈등을 통제하자"고 제안했다.

이런 제안의 배경을 짐작하는 데는 사드 갈등 시기 한중 외교의 최전선에 서 있었던 추궈훙 전 주한중국대사의 발언이 힌트를 준다. 그는 지난 1월 한중관계 관련 세미나에서 사드 갈등의 최대 원인으로 "양국 간 정치적 신뢰 부족"을 들며 한중 고위층 간 신뢰 증진이 과제라고 말했다.

이는 결국 한중간 각급 소통을 긴밀히 하면서 상호 신뢰를 강화해 사드 사태와 같은 중국의 핵심 이익을 건드리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자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왕 부장이 두 번째로 언급한 '호혜 협력'은 미중 전략경쟁 시대에 한국이 중국에 대한 미국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시도에 동참하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왕 부장은 "중국의 거대한 시장은 한국의 장기적인 발전에 끊임없는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며 "양국은 디지털 경제, 인공지능, 신에너지 분야에서 각각 강점을 지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각각의 이익과 공동의 이익에서 출발해 디커플링과 망 단절의 부정적인 경향에 반대하고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을 안정적이고 원활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조만간 출범시켜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을 만들고, 거기에 반도체, 배터리 등 전략 산업 분야 강자인 한국을 핵심 파트너로 삼으려 하는 상황을 감안한 발언으로 읽혔다.

중국의 '거대한 시장'을 언급한 것은 한국의 '기회'를 거론한 것일 수 있지만 동시에 한국이 중국을 배제한 미국의 공급망에 참여했을 때 손상이 불가피한 '기회비용'을 거론한 것일 수도 있다.

세 번째 '인적 교류와 민심 상호 소통 강화'에 언급, 왕 부장은 "수교 30주년과 중한 문화교류의 해(2021∼22년)를 계기로 다양한 인적 교류를 전개하고, 대외적으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 양국 국민, 특히 청년들의 우호를 증진하고 오해를 줄이도록 유도하자"고 말했다.

중국의 급격한 부상 속에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가 사드 보복으로 표출된 것을 계기로 근래 수년간 상대국에 대한 한중 민간의 정서는 사상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개회식 한복 등장과 쇼트트랙 심판 판정 논란을 통해 양국 간 부정적 정서, 특히 한국 내 반중 정서가 맹위를 떨치며 대선 이슈로까지 부각된 적이 있었다.

왕 부장은 결국 이 같은 한국 내 반중 정서가 유지 또는 악화할 경우 윤석열 정부 대 중국 정책의 운신 폭을 좁힐 것임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중국이 고강도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며 외부 세계와의 교류를 최소화한 상황이라 중국이 방역 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는 한 당분간 인적 교류 강화는 이뤄지기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마지막으로 왕 부장은 "국제협력을 강화해 지역 안정을 수호하자"며 "중국은 한국이 세계 평화와 번영을 촉진하기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더 많이 할 것을 낙관하고, 양국·아시아 및 신흥시장 국가들의 공동 이익을 한국과 함께 수호하고, 격동의 시대에 안정·확실성을 주입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액면 그대로 보면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과 중·러 양 진영간 갈등이 심화한 상황에서 한국이 양 진영 중 한쪽 편에 '올인'하지 않기를 희망한 것이다. 결국 이 역시 대 중국 압박에 방점 찍힌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이 동참하지 않기를 바라는 의중을 담은 메시지로 읽힌다.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협의체) 등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아래 역내 동맹 및 파트너들과 함께 확장하고 있는 대 중국 포위망에 한국이 가담하는 것은 지역 안정을 해치는 것이라는 중국의 인식이 투영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날 왕 부장이 한 "한중간 상호 핵심이익 존중", "신냉전의 위험을 방지하고 진영 대치에 반대하는 것은 양국 근본이익에 관련된 것" 등 발언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연합뉴스

박진 외교장관과 영상통화하는 왕이 외교부장
[중국 외교부 홈피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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