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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미·중 신경전으로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 합의 막판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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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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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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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코로나19 백신 지적재산권 면제 합의에 막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유럽 등 코로나19 백신 기술을 보유한 주요국들이 최근 일정한 자격을 갖춘 개도국들이 코로나19 백신에 관한 지적재산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생산할 수 있도록 일시 면제해주는 방안에 합의했으나 중국의 지위를 둘러싼 이견이 걸림돌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마리아 파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서 코로나19 백신과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지재권) 면제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서 “우리의 요구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다음달 12~15일 열리는 제12차 각료회의에서 일부 개도국에 대해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지식재산권협정(TRIP) 관련 조항을 일시 면제키로 합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중국이 면제 대상에서 제외됨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는 이달 초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를 위한 합의문 초안을 마련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 협상은 2020년 10월 남아공과 인도의 공식 제안으로 시작됐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미국 제약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찬성 의사를 밝혔다. EU는 독일, 프랑스 등 제약 강국들이 제약사들의 연구·개발 위축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면서 협상이 정체됐다. 결국 남아공과 인도의 최초 제안이 나온지 1년 반 만에 기준을 충족하는 개도국들은 코로나19 백신 특허 소지자의 승인 없이 백신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담은 합의문 초안이 마련됐다고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이 밝혔다.

문제는 중국의 지위를 어떻게 할 것이냐이다. 중국은 WTO에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이 면제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하지 않는 대신 자발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 혜택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파간 부대표는 “아니다. 우리는 명확히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을 확실히 면제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부터 중국이 WTO에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면서 이 문제가 시정되지 않을 경우 WTO에서 탈퇴할 수도 있다고 압박했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중국산 제품에 부과된 고율의 관세를 상당부분 유지하면서 무역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만약 중국이 미국의 입장을 수용하지 않고 끝까지 반대할 경우 개도국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 합의 자체가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이번 합의가 효력을 발휘하려면 164개 WTO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WTO 주요 회원국들은 이날 제네바에서 비공식 회의를 열어 접점을 모색했지만 중국은 기존에 밝힌 입장이 최종 입장이라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중국은 이번 사안에서 물러나면 중국이 WTO에서 누리는 개도국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제도적으로 개도국인 중국도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 대상에 배제되지 않는 대신 자발적으로 권리를 포기하는 모양새를 원하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이해 충돌로 개도국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가 무산될 경우 세계 1·2위 경제 대국들이 개도국·빈국들의 겪는 백신 불평들을 외면했다는 국제적 비판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리더십이 심각하게 훼손된 WTO 역시 타격을 받게 된다. 반면 이미 코로나19 백신이 충분하게 공급되고 있어서 지재권 면제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해온 거대 제약사들은 이런 상황을 환영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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