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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왕과 UCL 복귀, 운명의 칼자루는 손흥민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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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EPL 4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 점령, 무서운 뒷심 발휘하는 손흥민

한국인 선수 빅리그 첫 득점왕 타이틀, 3년만의 유럽 챔피언스리그(UCL) 복귀.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한 걸음만 더 내디디면 '두 마리 토끼 동시 사냥'도 가능하다. 그리고 운명을 결정할 주도권은 이제 손흥민에게 있다.

손흥민의 토트넘 홋스퍼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4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토트넘은 지난 5월 15일 열린 번리 원정 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두면서 승점 68점(21승 5무 11패)으로 4위를 지켰다. 반면 토트넘과 4위 경쟁을 펼치던 아스널은 16일 뉴캐슬 원정에서 0-2로 패하며 승점 66점으로 5위에 머물렀다.

만일 아스널이 이겼다면 토트넘이 5위로 추락하여 최종전을 무조건 이기고 아스널의 경기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스널이 패하면서 이제 자력진출의 우선권이 토트넘에게 넘어오며 절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

최종전은 23일 모두 같은 시간에 열린다. 토트넘이 승리한다면 무조건 4위 확정, 비겨도 99.9% 이상 유력이다. 토트넘이 최종전을 비기고 아스널이 승리하여 두 팀이 동률이 된다고 해도 토트넘이 골득실차에서 +24로 아스널(+9)에 크게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토트넘이 패한다고 해도 아스널이 비기거나 패한다면 4위를 확보할 수 있다. 토트넘 입장에서 유일하게 피해야할 단 하나 상황은 토트넘이 패하고 아스널이 승리하는 것 뿐이다.

대진운도 토트넘이 유리하다. 토트넘은 이미 올시즌 EPL 최하위로 강등이 확정된 노리치시티를 상대한다. 토트넘은 지난 2021년 12월 5일 EPL 15라운드 경기에서 노리치를 3-0으로 대파한 바 있다. 당시 손흥민이 1골 1도움(리그 6호골-2호 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원정경기라는 게 변수이기는 하지만 노리치는 이미 순위가 확정된 탓에 동기부여가 없는 상황이다.

아스널은 에버턴과의 홈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에버턴이 올시즌 유독 부진하긴 하지만 전통적으로 EPL에 잔뼈가 굵은 중상위권 팀이다. 에버턴은 현재 16위(승점 34)로 강등권인 18위 번리(승점 34)와 단 2점차밖에 나지 않아서 끝까지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4위 경쟁을 펼치는 아스널 보다도 1부리그 생존이 걸린 에버턴이 최종전에 더 동기부여가 큰 상황이다.

에버턴은 지난해 12월 7일 홈에서 열린 EPL 15라운드에서 바로 아스널을 제물로 2-1 역전승을 거두며 당시 8경기 연속 무승에서 탈출했던 좋은 기억도 있다. 반면 아스널은 지난 13일 토트넘과의 '북런던 더비' 0-3 완패에 이어 뉴캐슬전까지 2경기 연속 무득점 완패를 당하며 팀분위기가 바닥까지 가라앉은 게 더 부담이다.

EPL에서 4위와 5위는 하늘과 땅 차이다. 4위까지는 챔피언스리그, 5위팀에게는 유로파리그 진출권이 주어진다. 챔피언스리그는 참가비만 1564만 유로(약 210억 원)를 보장받는데 비하여, 유로파리그는 363만 유로(약 48억 원)로 UCL의 1/4에 불과하다. 토트넘이 4위를 확정한다면 2019-20시즌에 이어 3년 만의 UCL 복귀다.

토트넘은 2018-19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이끌었으나 리버풀의 벽에 막혀 준우승에 그쳤고, 최근 2시즌간은 리그 성적이 6-7위에 그치며 하위 대회인 유로파리그와 컨퍼런스리그 출전에 만족해야 했다.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손흥민의 이름값이나 신흥명문으로 부상한 토트넘의 위상을 감안하면, 세계 최고의 무대인 챔스에 나가지 못한다는 것은 큰 손실이었다.

최근 몇 년간 성적부진과 연이은 감독교체로 혼란한 시간을 보냈던 토트넘은, 지난해 말 명장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부임하면서 재정비에 성공했고 후반기들어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어느덧 4위까지 눈앞에 두고 있다. 10여 년 넘게 우승컵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는 토트넘으로서는 손흥민과 케인, 콘테 감독 등 유럽 빅클럽들이 탐낼만한 세계적인 인재들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다음 시즌 챔스 티켓이 절실하다.

더구나 4위 싸움의 최대 경쟁자가 바로 북런던 더비 라이벌인 아스널이라는 것도 토트넘 입장에서는 의미가 남다르다. 토트넘과 아스널은 맨유VS 맨시티, 리버풀 VS 에버턴 등과 더불어 EPL을 대표하는 최대 지역 라이벌 중 하나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아스널이 줄곧 토트넘에 리그 성적-우승트로피 등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해왔으나 손흥민이 가세한 2010년대 중반 이후 토트넘의 급부상으로 양팀의 위상이 뒤바뀌었다.

토트넘은 2016-17시즌 이후 무려 5시즌 연속 아스널보다 높은 EPL 순위를 달성했다. 양팀은 지난 2018-19시즌에도 승점 1점차이로 토트넘이 4위를 차지하며 5위를 기록한 아스널을 제치고 챔스 티켓을 거머쥔 바 있다. 지난 35라운드까지도만 해도 아스널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에 있었으나 북런던더비 맞대결을 기점으로 토트넘은 연승-아스널은 연패에 빠지며 상황이 바뀌었다.

손흥민 개인적으로는 UCL 티켓과 함께 득점왕 타이틀이 걸린 최종전이다. 손흥민은 현재 21골 7도움을 기록하며 득점선두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22골)을 단 1골차로 추격하고 있다.

손흥민은 이미 올시즌 아시아 선수로는 유럽 5대리그 최초로 20골 돌파에 성공하며 자신의 최고 기록이자 종전 '한국축구의 원조 전설' 차범근이 1985-86시즌 레버쿠젠에서 기록한 17골 기록을 뛰어넘었다. 이어 프로 커리어 첫 득점왕 등극까지 노리고 있다. 아시아 선수로 유럽 상위 5대리그(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사례는 아직까지 전무하다.

현재 득점 선두이자 손흥민의 최대 경쟁자인 살라가 부상으로 EPL 잔여 경기 출전이 불투명하다는 것도 호재다. 살라는 지난 15일 열린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결승전에서 햄스트링과 사타구니 통증으로 교체 아웃됐다.

리버풀은 사우샘프턴-울버햄턴과의 2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현재로서 살라가 남은 경기에 정상적으로 출전할지는 불확실하다. 잉글랜드 클럽 최초의 쿼트러블(4관왕)에 도전하고 있는 리버풀은 이미 리그컵과 FA컵을 우승했지만 EPL에서는 맨시티와 치열한 우승경쟁을 펼치고 있으며 오는 29일에는 리버풀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도 앞두고 있다. 이미 시즌 후반기들어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내며 골침묵이 길어진 데다 부상까지 당한 살라를 무리해서 강행군시킬 가능성은 낮다.

손흥민은 2022년 새해 들어서만 무려 13골을 몰아치는 상승세로 무서운 뒷심을 보이고 있다. 최종전에서 상대할 노리치는 올시즌 EPL에서 79실점으로 최다실점을 기록할만큼 수비가 약한 팀이라 손흥민이 멀티골 이상을 노리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토트넘은 비록 올해도 각종 대회에서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손흥민의 득점왕 등극과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획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안이 될 수 있다. 손흥민 커리어에 있어서 역사적인 한 획을 그을만한 뜻깊은 순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진정한 월드클래스라면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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