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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수은, 대한항공 CB 주식 전환 검토… 2000만주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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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3000억원 규모의 대한항공(003490) 영구 전환사채(CB) 물량이 대규모 주식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산은과 수은이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대한항공은 연간 70억원에 달하는 이자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산은과 수은은 주식 매각으로 3000억원에 가까운 차익을 볼 수 있으나 기존 대한항공 주주들은 주주 가치가 희석된다.

17일 대한항공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오는 6월 22일에 3000억원 규모의 CB에 대한 조기 상환 청구권을 가지게 된다. 해당 CB는 대한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0년 6월 22일 자본확충 명목으로 발행한 것이다. 당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각각 1800억원과 1200억원씩 CB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대한항공에 자금을 지원했다.

조선비즈

지난 16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 여객기가 서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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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는 대한항공이 CB 조기 상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금도 매년 70억원에 달하는 이자를 지급하고 있는데, 발행 2년째가 되는 6월 22일부터 ‘스텝업(Step-up)’ 조항에 따라 금리가 더 올라가기 때문이다.

지금은 해당 CB에 연 2.28%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지만, 다음 달부터는 최초 이자율에 2.50%포인트(P)가 가산되고, 조정금리까지 추가된다. 조정금리는 CB 발행 2년 후의 국고채 금리에서 발행 당시 국고채 금리를 뺀 값을 적용한다. 발행 3년 차부터는 매년 0.5%P씩 이자율이 더 늘어난다. 매년 70억원에 달하던 이자 비용이 두 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대한항공 입장에선 이자가 오르기 전에 CB를 상환하면 이자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대한항공은 2020년과 달리 자금 사정이 개선됐다. 항공 화물 사업 덕분에 올해 1분기에만 788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는 작년 1분기의 5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 같은 호실적을 바탕으로 차입금을 줄여 재무구조도 개선하고 있다. 2019년 말 814%이던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255%로 559%P 감소했다.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도 4조원에 달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작년 6월 22일부터 대한항공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대한항공이 CB를 조기에 상환하려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최소 한 달 전에 통보해야 하기 때문에, 두 국책은행은 대한항공이 CB 조기 상환청구권을 갖기 전에 선제적으로 주식 전환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한항공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보유한 CB를 주당 1만4706원에 총 2039만9836주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다. 만약 이를 매각할 경우 전날 종가 기준(2만8900원) 2896억원의 차익을 볼 수 있다. 산은과 수은은 이익의 기회를 포기하면 배임 행위에 해당해 주식 전환 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도 이들이 CB를 주식으로 전부 전환하면 이자 부담을 덜 수 있다.

보통주로 전환이 가능한 2039만9836주는 대한항공 전체 발행 주식의 5.87%에 달한다. 앞서 지난해 HMM(011200)도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CB 일부에 대한 보통주 전환을 결정한 뒤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산은과 수은이 CB를 보통주로 전환한 뒤 당장 전량을 매도할지는 미지수다. 항공업계에서는 두 국책은행이 항공산업 지원과 공적자금 투입 명분을 유지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이 끝난 뒤 단계적으로 대한항공 지분을 처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CB 조기 상환을 요청한다면 (주식 전환 여부를)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도 “실익을 따져 (주식 교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우영 기자(you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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