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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루나-테라 사태' 또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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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기반 금융상품 점점 복잡해지는데...투자자 안전장치 부족

(지디넷코리아=임유경 기자)지난 7일만 해도 국내거래소에서 10만원에 거래되던 인기 암호화폐 루나(LUNA)가 1원의 가치도 없는 휴지조각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6일이다. 루나는 한때 시가총액 50조원으로 전체 암호화폐 중 6위를 차지할 정도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최근 침체된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초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며 일명 '루나틱(루나 투자자)'을 끌어모은 터라, 이번 사태가 주는 충격파는 더욱 크다. 루나와 쌍을 이루는 가치고정형 스테이블코인인 테라(UST)의 하락까지 감안하면, 이번 사태로 손실을 본 투자금은 천문학적인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루나 사태의 원인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루나-테라가 고도의 금융공학적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투자자 안전장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암호화폐 기반 금융 상품은 더 높은 수익률 보장 경쟁을 하며 복잡하고 위험도가 높은 구조로 발전하고 있는데, 투자자들은 어떤 안전장치 없이 설계상의 위험까지 스스로 파악해야 하는 상황이다. 복잡하고 어려우니 당장 눈앞의 수익을 좇는 묻지마 투자 유혹에 빠지기 쉽다. 언제든 제2, 제3의 루나 사태가 터질 잠재적 위험이 존재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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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 대표(사진=테라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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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테라 작동 방식 꼼꼼히 살펴야 보이는 '설계 결함'

루나-테라의 작동 방식은 얼핏 보기에 간단하고, 문제 없이 작동할 것처럼 보인다.

1 테라(UST)는 항상 1달러의 가치를 가져야 하는 스테이블코인이고, 1달러어치의 루나와 교환을 통해 수량을 조절하면서 가격을 유지한다.

예컨대 UST의 수요가 적어 가격이 0.9달러로 떨어졌다고 가정해보자. 1UST는 1달러어치의 루나와 바꿔주기 때문에 차익거래자는 0.9달러에 1UST를 사서 1달러어치의 루나로 바꾸면 0.1달러 만큼 차익실현이 가능하다. 차익을 기대하고 UST에 대한 매수가 생기면서 다시 가격이 1달러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이때 시스템은 루나를 제공하기 위해 루나를 새롭게 발행하고, UST는 소각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UST의 수요가 많아서 1.1달러로 올라가면, 차익거래자는 1달러어치의 루나를 사서 1.1달러 가치의 1UST와 교환하면 0.1달러 차익 실현 가능해진다. 이때 시스템은 테라를 발행하고, 루나는 소각한다.

테라는 가격이 상승하거나 떨어져도 항상 1달러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좀 더 깊이 살펴보면 이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UST 수요가 일시에 급격하게 줄어들어서 페깅(1달러 고정)이 크게 깨질 때 '죽음의 소용돌이'로 빠질 수 있는 구조적 결함을 가지고 있다. 즉 갑작스러운 대량 매도가 일어날 경우 루나가 무한대로 발행되고 루나 가격이 폭락하면서 더이상 테라의 담보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테라 가격까지 동반 폭락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UST에 대한 수요가 크게 감소하면 페깅이 깨질 수 있는데, UST에 대한 수요가 앵커프로토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위험요인이다. 그동안 테라 생태계는 UST를 예치하면 연 20%의 이자를 지급하는 앵커프로토콜을 인기의 원동력 삼아 UST에 대한 수요를 유지해 왔다. UST 공급량의 70% 이상이 앵커프로토콜에 예치돼 있었다.

실제 이번 회생불가능한 대폭락은 이 두 가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며 일어났다. 앵커프로토콜의 이자 지급능력이 한계에 달하면서 UST의 지지 기반이 약해졌고, 이유를 알 수 없는 갑작스러운 대량 매도가 발생하자 루나-테라 코인이 동시에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최악으로 상황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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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테라와 자매코인 루나가 함께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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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작동법 뒤에 가려진 설계 결함...루나-테라만의 문제일까?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테라와 루나의 작동방식을 놓고 "비교적 단순하다"고 표현할 만큼, 더 복잡한 암호화폐 기반 금융 상품들이 많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암호화폐는 2만 종에 이른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이 작동 방식이 단순한 초기 암호화폐와 달리, 최근 몇 년 사이 일반 투자자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의 복잡한 암호화폐가 상당히 많아진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높은 수익률을 내세워 이용자들을 모집하는 탈중앙금융(DeFi) 분야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탈중앙금융은 중앙화된 기관인 은행 없이, 암호화폐를 이용해 예금, 대출 같은 금융 상품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가치가 1달러에 고정(페깅)돼 있는 스테이블코인을 디파이 상품에 예치해 놓으면 하락장에도 안정적으로 고수익을 얻을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 '루나-테라'가 생태계 내 디파이 상품인 앵커프로토콜과 합을 맞춰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여러 코인들이 서로 연결되고 의존하면서 복잡성은 더 높아졌고, 일반 투자자들은 상품에 내재된 위험성을 쉽게 파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암호화폐 기반 금융상품에 대한 적절한 규제 프레임 있어야

아직까지는 제2의 루나-테라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전혀 없는 상태다. 암호화폐 기반 금융 상품이 법테두리 밖에 있다보니, 투자자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상품 설계를 제재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이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지금은 암호화폐 상품을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규율할 방법이 없다"며 "만약 이것이 금융의 영역에 있었다면 20% 씩 사실상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이자를 주는 상품은 처음부터 출시하지 못하게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루나-테라의 경우 작동 구조가 20%의 이자를 지급하는 앵커프로토콜에 지나치게 의존적이고, 이런 높은 수준의 이자 지급이 지속될 수 없으므로 결국 테라(UST) 수요가 줄어들고 강한 매도세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을 상품 출시 전에 검토받았다면 이렇게 심각한 문제로 이어지지 않았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디지털자산 기본법에서 암호화폐 자산 종류를 구체적으로 분류하고, 자산 성격에 따라 적절한 규제 프레임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 정부는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내용의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내년에 제정하고 2024년부터 시행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을 통해 암호화폐 종류별로 성격을 정의하고 자산의 성격에 따라 자본시장법, 온라인투자연계금융법(온투법) 등 적절한 규율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유경 기자(lyk@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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