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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프로야구 불멸의 기록, 올해는 과연 깨질까[장환수의 수(數)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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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가 완연한 회복세다. 2008년 이후 경기당 평균 관중 1만 명을 넘겼던 프로야구는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2020년 456명, 지난해 1706명으로 뚝 떨어졌다. 올해는 거리두기 제한이 풀리면서 16일 현재 8108명으로 치솟았다. SSG LG 두산의 수도권 3팀과 부산 롯데가 4강에 오르면서 흥행을 이끌고 있다. LG는 1만211명, 롯데는 9680명으로 선두권이다.

동아일보

김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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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머 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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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도 눈 여겨 볼만하다. 시즌의 26%만 소화했지만 미국에서 돌아온 김광현(SSG)이 꿈의 0점대 평균자책(0.60)을 기록 중이다. 1993년 선동열(해태)의 역대 최고 기록(0.78)을 앞선다. 호세 피렐라(삼성)는 타율 0.395로 원년인 1982년 백인천(MBC·0412) 이후 41년만의 4할 타율을 넘보고 있다. 1994년 이종범(해태·0.393)을 앞선 2위 기록이다. 은퇴를 앞둔 41세의 이대호(롯데)는 0.370으로 시즌 2위를 달리고 있다. 윌머 (SSG)는 지난달 2일 NC와의 개막전에서 9회까지 삼진 9개를 잡고 안타와 볼넷 없이 무실점으로 막아 최초의 정규 이닝 퍼펙트 투구를 달성했다. 그러나 9회까지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상태에서 교체돼 퍼펙트게임은 인정받지 못했다. SSG이 연장 10회 4-0으로 승리하며 첫 10이닝 팀 노히트 승리 기록은 작성됐다.

프로야구가 42주년을 맞은 올해 불멸의 기록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대기록이 나왔지만 그 중에서도 백미를 살펴본다.
●낙엽은 가을바람을 원망하지 않는다(落ち葉は秋風を恨まな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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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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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장명부는 일본에서도 대단한 선수였다. 히로시마에서 1978년과 80년 15승을 올렸고, 80년에는 승률왕도 차지했다. 그가 삼미에서 뛴 1983년엔 당시 투수 나이로는 환갑을 넘긴 33세였지만 괴물이 따로 없었다. 팀의 100경기 중 60경기(선발 44경기)에 등판했고, 427과 3분의 1이닝을 던져 30승 16패 6세이브(선발 28승)를 거뒀다. 36경기를 완투(26승)했고, 6완봉승, 8경기 연속 완투승의 만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400이닝 이상 투구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1908년 에드 월시, 일본에선 1955년 김경홍(가네다 마사이치) 이후 맥이 끊긴 상태. 삼미는 그해 52승 47패 1무(승률 0.525)로 3위에 올랐는데, 장명부의 승률만 따지면 0.652로 선두 MBC(0.561)를 능가했다. 다승 탈삼진 1위에 평균자책 2위인 장명부가 홈런 타점 1위 이만수(삼성)에게 밀려 MVP를 수상하지 못한 건 말이 안 되는 ‘국뽕’이었다.

장명부는 1984년에도 45경기 25선발 15완투에 261과 3분의 2이닝을 던졌고, 85년에는 45경기 35선발 10완투에 246이닝을 기록했다. 지나친 혹사 탓에 빙그레로 이적한 86년에는 1승 18패 평균자책 4.98로 무너졌다. 은퇴 후 그는 이혼과 마약으로 인한 구속 등을 겪으며 쇠락했고, 힘든 말년을 보내던 2005년 55세의 나이에 일본에서 혼자 숨진 채 발견됐다. 벽에는 ‘낙엽은 가을바람을 원망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한국시리즈 4승+시즌 27승=31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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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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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분업이란 말이 생소했던 프로 초창기 시절 또 다른 혹사의 아이콘이었던 최동원은 입단 이듬해인 1984년 롯데에서 284와 3분의 2이닝(역대 2위)을 던져 27승 13패 6세이브를 기록했다. 탈삼진 223개는 지난해 아리엘 미란다(두산·225개)가 경신할 때까지 37년간 깨지지 않았다. 최동원은 그해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선 7경기 중 5경기(선발 4경기)에 나가 4승(1구원승)을 혼자 거두는 세계 기록을 달성했다. 메이저리그에선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기록이며 일본에선 1958년 이나오 카즈히사, 59년 스기우라 타다시가 2년 연속 기록한 게 전부다. 최동원은 한국시리즈 4승을 합쳐 31승으로 비공식 다승에선 장명부를 앞섰다. 타격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이만수는 이번엔 거꾸로 MVP를 내줬다.
●세계 야구사에 유례가 없는 다승 구원왕 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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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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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즌에 한 선수가 다승과 구원왕을 동시에 차지하는 불가사의한 일이 국내에선 세 번이나 나왔다. 1992년 송진우(빙그레), 1996년 구대성(한화), 2001년 신윤호(LG). 요즘은 세이브왕이지만 예전엔 구원승과 세이브를 합친 세이브 포인트로 구원왕 타이틀을 줬다. 순수하게 세이브만으로도 1위를 차지하면서 다승왕까지 거머쥔 선수는 송진우가 유일하다. 송진우는 48경기에 나가 19승 17세이브를 거두며 대기록을 달성했다.
●타격 7관왕+9경기 연속 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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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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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는 동기생 추신수(SSG), 은퇴한 이승엽(삼성)과 함께 역대 최고의 타자로 꼽힌다. 그는 2010년 도루를 제외하고 방망이로 하는 타격 전 부문 타이틀을 싹쓸이했다. 메이저리그에선 타이 콥이 1909년 도루까지 곁들여 8관왕을 차지한 적이 있다. 도루를 뺀 7관왕은 3차례 나왔는데 1967년 칼 야스터젬스키가 최근 기록했다. 일본은 타율 홈런 타점만 순위를 매겨 확인이 불가하다. 이대호는 그해 9경기 연속 홈런의 세계 신기록도 세웠다. 그러나 롯데의 성적은 8개 구단 중 4위에 그쳤다.

●0점대 평균자책과 4할 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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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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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점대 평균자책은 선동열(해태)에게만 허용된 기록이었다. 선동열은 입단 이듬해인 1986년 0.99를 시작으로 87년 0.89에 이어 93년 0.78로 정점을 찍었다. 선발과 구원을 겸한 1995년엔 규정 투구이닝에 16과 3분의 2이닝이 모자랐지만 0.49를 찍기도 했다. 메이저리그에선 1914년 더치 레너드가 20세기 이후 유일하다. 일본은 이팔용(후지모토 히데오)이 1943년 무려 432이닝을 던졌음에도 0.73을 기록했다. 그는 62이닝 무실점 기록도 동시에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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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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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할 타율은 1982년 MBC 감독 겸 선수였던 일본 퍼시픽리그 타격왕 출신 백인천이 0.412로 유일하게 기록했다. 프로 초창기인데다 팀 80경기 중 71경기에만 나가 타율 관리를 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메이저리그는 1941년 테드 윌리엄스(0.406) 이후 명맥이 끊겼고, 일본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퍼펙트게임과 손흥민

퍼펙트게임은 미국이 23번, 일본이 16번 나왔지만 희한하게 국내에선 아직 없다. 일본은 지난달 10일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가 오릭스와 홈경기에서 28년만의 대기록을 세웠다. 20세 5개월로 최연소이며 탈삼진 19개는 타이, 13타자 연속 탈삼진은 신기록. 최고 구속은 시속 164km로 세계가 주목하는 괴물 투수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국내에선 이용훈(롯데)이 2011년 퍼펙트게임을 달성했지만 2군 경기였다. 무4사구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투수 중에 1997년 정민철(한화)은 스트라이크 낫아웃 때문에, 1988년 이동석(빙그레)은 실책 2개 때문에 퍼펙트게임에는 실패하는 불운을 겪었다. 따라서 의 퍼펙트게임 무산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았다. 김원형 감독은 “투구수가 104개여서 교체했다”고 설명하며 왕년의 선배 감독들과는 선을 그었다.

비슷한 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경쟁을 벌이고 있는 손흥민(토트넘)은 21호 골을 터뜨린 13일 아스널과의 홈경기에서 0-0으로 맞선 전반 21분 페널티킥을 유도했지만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해리 케인을 키커로 내세웠다. 콘테 감독이 케인을 전담 키커로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페널티킥을 가장 잘 차는 선수이기 때문. 케인은 통산 30번의 페널티킥 중 27번을 성공시켰고 대표팀에선 14골을 넣어 최다 기록을 갖고 있다. 반면 프리킥과 코너킥을 전담하는 손흥민은 통산 91골 중 페널티킥은 지난해 1개가 유일하다. 모하메드 살라(22골·리버풀)와 막판 득점왕 경쟁에서 한 골이 아쉬운 그로선 섭섭할 만도 했다.

이에 팬들은 두 감독의 결정을 놓고 찬반 논란이 거세다. 감독의 결정은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고유 권한이며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게 찬성론자의 주장이다. 그래도 경우에 따라선 예외가 있을 수 있다는 게 반대파의 주장이다. 왕년에 어떤 감독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비난은 순간이지만 기록은 영원하다”고 했던가.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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