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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당신의 코인은 안녕하십니까? K코인에 울고 우는 30대들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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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원이던 루나, 0.3원에 20만명 울상

권도형 대표, 인성 논란까지 번지며 화살

루나로 떨어진 신뢰성, 가상화폐 시장 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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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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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거저 줘도 싫다.”(워런 버핏)

세계적인 투자가인 워런 버핏도 절대 손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가상화폐(자산)다. 워런 버핏은 지난 4월 “비트코인이 25달러(3만원)여도 사지 않을 것”이라며 “코인은 사고파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기존 화폐시장에서 어떤 가치도 생산할 수 없는 코인의 한계를 꼬집은 것이다. 당시 이 발언은 많은 코인 투자자들의 공격대상이 됐다. 코인 투자자들은 워런 버핏이 비트코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망언이라고 비난했다.

한때 비트코인보다 안정적이라고 평가받았던 스테이플 코인인 루나의 실패로 워런 버핏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현실이 됐다. 10만원에 육박하던 루나는 하루 만에 0.3원에 거래되며 사실상 휴짓조각으로 전락한 상태다.

이제 재테크는 필수인 시대. 직장인들에게 월급은 생계가 아닌 재테크를 위한 종잣돈을 모으는 수단으로 바뀌었고, 주식이나 코인,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코인시장은 일확천금의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자산의 가치가 평가된 주식이나 부동산과 달리 적은 돈으로도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라는 유혹이 투자를 부채질 한다. 50원짜리 코인이 10만원이 되고, 다음날 0.3원이 되는 세계.

특히 사회 초년생인 20대와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30대중 많은 이들이 코인을 통해 성공을 꿈꾼다. 하지만 성공에 대한 달콤함을 기대했다가 실패의 쓴맛에 눈물을 훔치는 이들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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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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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원이 30만원, 잇따라 발생하는 K 코인 주의보

30대 직장인인 강인호씨. 그에게 코인은 악몽이다. 젊은 날 피같이 모은 돈 1000만원은 이제 휴짓조각이 됐다. 그가 투자한 코인은 이른바 ‘소리바다’ 코인으로 알려졌던 소바코인이다. 매수 당시 1000만원에 달했던 강씨의 소바코인 잔액은 현재 33만원이다. 수익률은 -96.69%로, 사실상 휴짓조각이다.

강씨는 “지인의 추천으로 소바 코인을 구매했고, 투자할 당시에는 어느 정도 수익을 낼 것이란 강한 자신감이 있었다”며 “소바 코인이 법적 분쟁에 휘말리며 결국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왜 아직 팔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강씨는 “지금 97%에 달하는 손실을 봤는데 30만원을 회수한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기념으로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때 잘 나갔던 소바 코인은 소리바다와의 연관성이 없다는 점이 밝혀지며 가치가 끝도 없이 추락했다. 소바 코인은 거래소에 상장하면서 소리바다 및 자회사 티브이데일리, 스포츠투데이, 윌엔터테인먼트 등과 파트너십이 체결돼 있다고 명시했지만 소리바다 측은 “어떠한 연관성도 없다”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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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공개한 강인호씨의 소바코인 자산내역. 1000만원을 투자했지만 그의 수익률은 -96.69다. 강인호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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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씨는 “관련 정보를 확인해보지 않았냐”는 질문에 수많은 “언론에서 기사로 소리바다와의 연관성을 이야기했고, 음원 판매 등에 코인이 활용되면 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했다”고 한숨 쉬었다.

소바코인 뿐일까. 최근 불거진 루나사태는 이른바 K코인의 몰락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과 국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루나 피해를 호소하는 글은 끊이지 않는다.

루나를 1000달러어치 샀다는 한 해외 투자자는 “누군가 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설명할 수 있을까”라며 “다 팔았는데 손에 쥔 건 5달러 뿐”이라고 푸념했다. 그래도 1000달러면 웃어 넘길 수준이다. “3000만원가량 넣었는데 2만원이 남았다”, “18억 계좌에 485만원 남았다” 등의 막대한 피해를 봤다는 글도 많다.

◆10만원에서 0.3원 된 루나, 뿔난 투자자들 권도형에 화살

루나는 불과 열흘 전인 지난 7일만 해도 미국 가상화폐 시가총액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10만원 이상의 가치로 평가됐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 테라와 네이티브 토큰 루나의 연계 알고리즘 붕괴로 투매에 휩쓸리면서 지난 12일 하루 낙폭만 90%를 넘겼다. 주간 낙폭은 99.99% 이상으로 늘어났다. 루나의 거래가는 16일 현재 코인마켓캡에서 0.000223달러(약 0.29원)를 가리키고 있다. 10만원짜리 코인이 0.3원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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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폼랩스 권도형 최고경영자(CEO). 야후파이낸스 유튜브 동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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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전 세계에서 지난 일주일 사이 증발한 루나와 테라의 시가총액만 약 450억 달러(약 57조7800억원)에 달하고, 국내 피해자는 2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모든 화살은 루나의 개발자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에게 향하고 있다.

올해 만 30살인 권 대표는 ‘한국판 일론 머스크’로 불리며 전 세계 디지털 자산 시장의 거물로 통했다. 올해만 무려 15억 달러(약 1조9300억원)어치의 비트코인을 매입한 것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루나가 휴짓조각이 되며 그는 지난 14일 트위터에 “엄청난 충격을 받은 테라 커뮤니티 회원, 직원, 친구, 가족과 전화통화를 했다. 내 발명품(테라‧루나)이 여러분에게 고통을 안겨 비통하다”고 사과했다. 그의 트윗에서 테라·루나의 재기가 쉽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권 대표의 인성논란도 투자자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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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태블릿에 ‘루나(LUNA)’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업비트와 빗썸은 루나에 대한 거래 지원을 각각 오는 20일, 27일에 종료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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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대표는 블록체인 시스템 메이커 프로토콜의 공동창립자가 트위터를 통해 지난 1월 “UST는 폰지다. 사람들을 속이려는 일을 멈추라”고 지적하자, “너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한다”고 댓글을 달았다. 지난 1월 암호 화폐 투자사 멀티코인 캐피탈의 카일 사마니 공동 설립자가 “(앵커프로토콜 수익금 준비금) 3백만 달러의 출처는 어디인가”라고 묻자 “당신의 어머니”라고 비꼬기도 했다.

◆폭탄 돌리기가 시작됐다, 루나사태로 가상화폐 시장 울상

이번 사태는 루나의 폭락 만으로 끝나지 않고 있다. 루나코인의 사실상 실패로 코인에 대한 신뢰성이 추락하며 다른 가상화폐의 가격도 흔들리고 있다.

가뜩이나 미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흡수 조치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그나마 안정성을 갖췄다고 여겨진 스테이플코인의 신뢰에 금이 간 상태다. 루나는 가격 안정성을 높인 스테이블코인으로 당초 ‘1코인=1달러’의 등식을 갖고 있었다. 이런 스테이블 코인이 무너지자, 시장에서는 역시 암호 화폐로 실제 화폐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관론이 부상하고 있다. 하루에도 가격이 수차례 큰 폭으로 등락하고 소수의 사람만 사용한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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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시장을 흔들어놨던 테라 사태 후 비트코인이 소폭 상승하고 있는 16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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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테라와 루나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35억 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사들였던 테라폼랩스가 비트코인을 대량매도할 수 있다는 우려에 비트코인 가격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실제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전일 대비 10% 이상 떨어져 3만 달러 선이 붕괴됐고, 이더리움(-10%)·리플(-27%) 등 주요 코인도 일제히 폭락했다.

국내 거래소들은 루나와 테라의 상장폐지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이날부터 국내 코인거래소인 고팍스는 루나와 테라 코인에 대한 입금 및 거래가 종료됨을 알렸고, 업비트도 루나 코인에 대해 오는 20일부터 거래지원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빗썸은 오는 27일부터 루나 코인에 대한 거래를 종료한다.

사정이 이렇지만, 늪에 빠진 피해자들이 구제받을 방법은 마땅치 않은다. 금융당국은 특정금융정보업법(특금법)에 따라 자금세탁 방지 관련 업무에만 권한이 있고, 암호 화폐 거래는 기본적으로 민간 자율영역이기 때문에 거래소를 통한 암호 화폐 거래에 대해서는 감시·감독 업무가 없다. 정부가 해 줄 수 있는 게 사실상 없다는 뜻이다.

한 중견로펌의 변호사는 “큰 손실을 본 안타까운 사건이지만 루나의 개발사인 테라폼랩스가 직접 피해자들에게 루나 판매나 투자를 권하며 구체적으로 기망행위를 한게 드러나지 않은 이상 사정당국이 수사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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