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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와이파일] 코로나는 '대동란'이라는 北...'김정은 권력'을 흔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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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2020년 초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던 시기, 정부는 이를 비전통적 안보위협이라고 불렀다. 군사적 안보위협이 전통적 안보위협이라면, 비전통적 안보위협은 전염병과 자연재해, 사회적 재난 등을 일컫는다. 훈련소는 물론 일선 군부대의 교육훈련이 차질을 빚었고, 한미연합훈련도 축소 시행되면서 전시작전권 전환 일정도 연기되는 상황을 맞았다.

공교롭게도 남한의 정권교체기에 북한에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잇따른 미사일과 SLBM 발사 사실을 침묵하며 발열자 상황을 날마다 외부에 공개하고 있다. 하루 발열자 수가 수십만 명을 넘어가면서 더이상 침묵으로 다스리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마스크를 끼고 공식 석상에 등장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4일 "건국 이래의 대동란"이라고 말했다. '대동란'의 사전적 의미는 '전쟁 혹은 재난으로 사회가 크게 혼란해지는 일'이다. 북한 스스로 위기라고 선포한 것은 방역에 대한 중요성을 고조시키는 것은 물론 국내정치적 용도 또한 다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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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가 김정은의 리더십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예측하기 쉽지 않지만 지난 2020년 국제민주주의-선거지원 기구(IDEA)의 '코로나19 전후 세계 민주주의 동향 파악'이라는 보고서가 관심을 끈다. 이 보고서는 "민주국가 43%, 비민주국가 90% 등 전 세계 국가의 61%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규제 조치로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일시적으로 억압하는 등 민주주의와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말레이시아, 말리, 미얀마, 스리랑카는 코로나19 이후 독재가 굳어졌다"고 전했다. 코로나 위기가 오히려 권력을 더 강화한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분석을 통해 보면 북한에 코로나가 전방위로 확산하더라도 김정은의 리더십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앞서 북한에도 이른바 비전통적 안보위협이 발발하던 시기가 있었다. 1990년대 최소 수십만 명이 굶주림 등으로 사망한 '고난의 행군' 시기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당시 주민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1930년대 '항일 빨치산'들이 벌였다는 '고난의 행군' 구호와 함께 '총대로 다스려야 한다'며 '선군정치'를 전면에 내세우며 민심을 다잡는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북한의 확산세가 심각해지자 정부가 북한에 대한 지원 의사를 계속 내비치고 있지만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김 위원장은 "중국의 경험을 배우라"고 강조했고, 친북한 매체인 조선신보는 "북한의 방역 수단은 충분하고, 독자 방역체계가 더욱 완비됐다"고 주장했다. 이로 미뤄 북한은 중국식 '봉쇄' 정책을 방역의 최우선으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외부세계와도 단절했는데, 내부 봉쇄는 북한에게 더 손쉬운 조치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에 따른 북한의 대외정책을 전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통일외교안보특보를 역임했던 문정인 교수는 지난해 발간한 저서(문정인의 미래 시나리오)에서 "전쟁과 평화가 인간의 계산된 의지의 결과라면, 펜데믹은 자연적 요소가 전쟁의 매개변수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인종 갈등과 문명 갈등, 국제 리더십의 실종과 같은 변칙현상을 불러왔다"고 주장한다. 코로나19 이후 국제관계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사태 이후 각국이 문을 걸어 잠그고 거의 봉쇄에 준하는 조치를 내린 것을 보면 북한 역시 '방역'을 매개로 협력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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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과의 협력을 찾아 나서면서 1990년대와 비슷한 행보를 걸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 같다. 다만 민심이 아주 흉흉해질 경우나 혹은 그럴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다시 제2의 고강도 '고난의 행군'이 등장할지 모른다. 김정은은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 1년을 넘긴 지난해 4월 제6차 노동당 세포비서대회에서 '고난의 행군'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1990년대 상황과 비교하기에는 선언적 수준이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처럼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자력갱생 수단에 대한 압박이 커진다면 다시 '선군정치'를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 아니면 많은 정상국가가 그랬던 것처럼 국제사회에 협력을 요청하는 정책수단이 나올 수 있다.

김 위원장은 리더십의 훼손을 피하기 위해 일단 내부에서 '희생양'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약품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과 관련 "엄중한 시국에 아무런 책임도, 가책도 느끼지 못하고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중앙검찰소 소장의 직무태공, 직무태망 행위를 신랄히 질책했다"는 북한 보도가 나왔다.

지금도 국내의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실험이 코로나 변수를 맞았다는 분석과 여기에 상관없이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상반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북한에서 전해진 갑작스런 코로나 소식과 함께 북한의 코로나가 장기화할 경우 남북관계의 앞날은 더욱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다.

김문경
통일외교안보부장

YTN 김문경 (mk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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