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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삼성은 6G 외치는데… 통신사는 5G 투자도 제대로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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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삼성리서치 연구소장 승현준 사장이 온라인으로 열린 제1회 '삼성 6G 포럼(Samsung 6G Forum)'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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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이르면 오는 2028년으로 예상되는 6세대 이동통신(6G)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통신장비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2019년 한국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5G에 힘을 보탠 것처럼 6G에서도 세계 최초 타이틀을 위해 지원 사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일찌감치 통신장비를 인공지능(AI), 바이오 등과 함께 삼성의 미래 성장 사업 중 하나로 점찍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실제 ‘불모지’나 다름없는 해외시장에서의 수주로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는 통신사들이 소극적인 설비투자로 통신장비 생태계 활성화에 힘을 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세계 최초 5G 상용화 직후 6G 준비한 삼성

1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5월 삼성리서치 산하에 차세대통신연구센터를 설립해 6G 선행 기술 연구를 진행 중이다. 2019년은 국내서 5G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해이다. 5G 상용화 직후 다음 세대인 6G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노력의 결과물은 최근 열린 제1회 ‘삼성 6G 포럼’에서 공개됐다. ▲테라헤르츠 밴드 통신(sub-㎔) ▲재구성 가능한 지능형 표면(RIS) ▲교차분할 이중화(XDD) ▲전이중 통신(Full Duplex) ▲인공지능(AI) 기반 비선형성 보정(AI-NC) ▲AI 기반 에너지 절약(AI-ES) 등이다. 삼성전자가 6G 연구 성과에 대해 자세히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6G는 5G와 함께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낙점한 분야다. 삼성전자는 AI, 파운드리, 시스템반도체, 바이오, 5G를 삼성의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정해 육성하고 있다. 이 중 5G의 경우 이 부회장이 조직 구성부터 마케팅까지 직접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5G 상용화를 앞두고 이 부회장은 “새롭게 열리는 5G 시장에서 도전자의 자세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마음을 가다듬고 도전하면 5G나 시스템반도체 등 미래 성장 산업에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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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수원 본사의 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신년 첫 경영 행보로 5세대(5G) 이동통신) 통신장비 공장 가동식에 참석했다가 사내식당에 들렀다. /삼성전자 직원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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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의 다짐은 미국과 일본 등 해외 5G 시장 개척으로 이어졌다. 지난 2020년 미국 버라이즌에 약 8조원에 달하는 5G 통신장비를 공급한 게 대표적이다. 최근에도 미국 제4 이동통신 사업자인 디시 네트워크와 1조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일본에서는 NTT도코모, KDDI 등과의 네트워크 사업 확대를 위한 환경을 마련하기도 했다.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증권가 등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네트워크사업부 ‘매각설’에 시달렸다. 이는 통신장비 세대 전환 때마다 반복돼왔다. 그때마다 삼성전자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해왔고, 이 부회장은 수주 성과와 6G 시장 선점 의지를 내비치며 우려를 불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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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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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G는 먼 얘기…통신사 5G 투자 ‘엉금엉금’

삼성전자가 통신장비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통신사들의 5G 설비투자(CAPEX) 실적은 기대 이하에 그치고 있다. 올해 1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이례적으로 설비투자 규모를 늘리기는 했지만, 연간 기준으로 2019년 5G 상용화 이후 해마다 감소 추세다. 이번 투자 확대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통신사들이 ‘눈치’를 보고 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정부도 애초 5G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에 힘입어 국내 통신장비 시장이 활성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시행 예정이었던 계획들은 통신사 간 ‘알력 다툼’에 번번이 표류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연초 LG유플러스의 요청을 받아들여 2018년 이후 4년 만에 5G 주파수 추가 할당 경매를 계획했었다. 이는 SK텔레콤과 KT의 거센 반발로 사실상 무기한 연기 상태다. 이로써 5G 품질 개선과 함께 국내 통신장비 시장 활성화를 기대했던 정부의 계획도 미뤄진 상태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주파수를 추가 할당받는 통신사는 오는 2025년까지 15만개에 달하는 3.5㎓(기가헤르츠) 기지국을 구축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통신사 1곳의 3.5㎓ 기지국은 7만개 수준으로, 올해를 포함해 앞으로 4년 동안 8만개를 구축해야 한다. 5G 기지국 1개 설비에 투입되는 비용이 2000만원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총투자 비용은 2조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투자 비용과 별개로 기지국 구축으로 인한 통신장비 생태계 활성화, 고용 창출 등의 효과도 막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관계자 역시 “어느 한쪽이 주파수를 가져가더라도 경쟁사와 품질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결국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라며 “투자 선순환 구조를 조성하려는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아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에 따라 통신사를 향한 ‘투자 압박’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3일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5G·6G 등 네트워크 인프라 확충을 주요 정책 과제로 선정했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5G 품질 서비스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양혁 기자(presen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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