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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中기업, 기술 빼가기 꼼수...'배드 프렌드'에 골머리 앓는 韓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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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새 99건 유출, 22조 손해 추산…대부분 우리 주력 산업 노린 中 소행

인력·기술 동시 탈취 수법서 특허장비 유출·무관한 회사에 유출자 채용도

#지난달 삼성전자 반도체부품(DS)부문 파운드리 사업부 소속 A씨는 반도체 '핵심 기술' 등 내부 기밀을 외부로 유출하려다 적발됐다. 해당 기술은 삼성전자가 차세대 먹거리로 육성하기 위해 지난 수년간 수십조 원을 투자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관련 기술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원격업무시스템(RBS)은 캡처가 불가능한데, A씨는 모니터에 보안 자료 수백 건의 파일을 띄우고 이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에선 퇴사를 앞둔 이 직원이 재택근무 도중 다수의 보안자료에 수시로 접근한 점을 수상하게 여기고, 해당 직원을 불러 내사하면서 이런 사실이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최근 반도체 업계를 충격에 빠뜨린 대표적인 기술 유출 사건이다. A씨가 외부로 유출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퇴직 후 중국 등 경쟁국 기업에 해당 기술을 넘길 우려가 있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현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국가정보원까지 가세해 수사를 지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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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기술은 국가안보 자산···국외 유출 3분의 2는 중국行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공급망 문제로 반도체가 국가안보 자산으로 여겨지기 시작하면서 정부에서도 이런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이번 삼성전자 기술 유출 사건은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시스템반도체까지 세계 1위를 노리고 있는 와중에 벌어진 일이라 업계 안팎에 충격이 더 큰 상황이다.

국정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 2월까지 적발된 산업기술 국외 유출 사건은 모두 99건이다. 이들 기술이 외국으로 넘어갔다면 22조원에 이르는 연구개발비와 매출액을 손해 봤을 것으로 추산됐다. 유출될 뻔했던 기술 99건은 디스플레이 19건, 반도체 17건, 전기전자 17건, 자동차 9건, 조선·정보통신·기계 각 8건 등이며 모두 한국 주력 산업이다. 앞서 국정원은 유출된 산업기술 중 3분의 2가 중국으로 향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기술 유출은 은밀하게 이뤄지고 실제 적발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실제 사건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에서는 이러한 기술 유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고 본다. 특히 중국의 기술 유출 시도가 심각하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1월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핵심 기술을 중국에 유출하고, 삼성전자와 자회사 전직 직원들을 통해 장비 도면을 빼돌린 SK하이닉스 협력업체 연구소장 등이 기소된 사례가 있었다. LG전자는 최근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자사 TV 관련 특허를 침해한 중국 가전업체 TCL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LG전자가 문제 삼은 기술은 TV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영상, 음향처리 기술 등 6가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경쟁력 유지를 위해 지식재산권(IP) 카드를 꺼내서 적극적으로 기술을 홍보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자사 다이아몬드 픽셀 기술을 유출하려는 시도에 맞서기 위한 조치다. 글로벌 3위 LED(발광다이오드) 기업인 서울반도체도 수년째 중국 기업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중국계 기업 AOT는 2006년 서울반도체와 진행한 특허침해 소송에서 패소했으나 10년이 넘도록 제품 부품번호만 바꿔 유사품을 판매한 바 있다.

◆인력·기술 넘어 '장비 자체' 유출도···"정부 종합 대책 시급"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중국 기업이 우리나라 인력과 기술을 동시에 탈취하는 방법이 보편적이었는데 최근에는 아예 특허 장비를 유출하거나 전혀 관련 없는 회사에 유출자를 채용하는 꼼수 등을 통해 기술을 빼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 측 비호도 중국 기업에 의한 특허 침해가 횡행하는 이유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겠다며 지난해 자국 특허법(중화인민공화국 전리법) 고시에 최대 5배 손해배상 조항을 신설했으나, 실제 적용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이미 핵심 기술 유출을 막을 보안 정책들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내부 직원에 의한 유출 시도나 해킹 사례가 잇따르면서 현재 보안 정책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잖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핵심 기술 유출은 기업 측 피해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손실로 이어질 수 있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대책이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 물리적인 기술 유출뿐만 아니라 해킹 등 사이버 보안 등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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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stone@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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