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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퍼터까지 다 바꿨다… 이경훈, 한국선수 첫 PGA 2연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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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T 바이런 넬슨 우승… 강풍에도 4라운드서 9타 줄여 역전

조선일보

이경훈(31·CJ대한통운)이 16일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에서 열린 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총상금 910만 달러)에서 우승한 뒤 맞춤 제작된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미소를 짓고 있다. 최종합계 26언더파 262타를 기록한 이경훈은 2위 조던 스피스(28·미국)를 1타차로 제치고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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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케빈 키스너의 네 살 아들 헨리가 샷하는 모습. 아래는 딸을 안고 있는 이경훈의 아내 유주연씨. /로이터·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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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에 태어난 딸 윤아가 제 등을 토닥토닥하면서 ‘아빠 힘들었죠. 잘했어요.‘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부모님과 아내, 딸과 기분 좋은 저녁 식사를 마친 이경훈(31)은 국제전화를 통해 가장 가슴 뭉클했던 순간을 이렇게 꼽으며 다시 코끝이 찡한 듯 목소리가 젖었다. 이경훈이 우승을 확정하고 18번홀 그린 옆에서 딸을 안아주던 순간 이야기였다. 이제 겨우 ‘아빠’ ‘엄마’ 입을 떼기 시작한 윤아가 그런 이야기를 할 리 없지만, 그는 그렇게 들은 것 같다고 했다.

강풍이 몰아쳐 세 클럽을 짧게 쥐거나 길게 잡아야 거리를 맞출 수 있었던 골프장에서 무려 9타를 줄이며 기적 같은 역전승을 올린 정상급 골퍼는 그저 행복한 ‘딸 바보’였다. 그는 “딸이 앙증맞은 손으로 아침마다 ‘하이파이브’를 해주는 게 세상 최고의 비타민이었다”고 자랑했다.

16일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2)에서 열린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총상금 910만달러). 3라운드까지 선두에게 4타 뒤진 공동 6위였던 이경훈은 이날 이글 1개와 버디 7개를 뽑아내며 9타를 줄여 합계 26언더파 262타로, 2위 조던 스피스(미국)를 1타 차로 제치고 상금 163만8000달러(약 21억원)를 거머쥐었다.

지난해 5월 이 대회에서 PGA 투어 대회 80번째 출전 만에 통산 첫 승의 감격을 누린 이경훈은 두 번째 우승과 대회 2연패를 함께 이뤘다. PGA 투어에서 2승 이상 거둔 한국 선수는 최경주(8승), 김시우(3승), 양용은, 배상문, 임성재(이상 2승)에 이어 이경훈이 여섯 번째다. 그중 대회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것은 이경훈이 처음이다.

이날 이경훈은 평균 드라이브샷 308야드, 페어웨이 적중률 50%, 그린 적중률 67%로 타수를 잃을 위기도 여러 번 있었지만, 짠물 퍼터로 ‘노보기 역전 우승’을 해냈다. 퍼트 수가 겨우 24번이었다.

2위를 차지한 스피스가 “오늘처럼 바람이 많이 부는 날 보기 하나 없이 9언더파를 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감탄했다.

이경훈의 우승 하이라이트는 12번홀(파5) 이글이었다. 선두에게 1타 뒤져 있던 이경훈은 12번홀에서 242야드를 남기고 4번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을 홀 1.5m에 붙여 이글을 잡아내며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갔다. 기세가 오른 그는 13번홀(파4)에서 4.5m 버디 퍼트를 넣었다. 이경훈을 추격하는 선수들도 만만치 않았다. 텍사스주 출신인 ‘골든 보이’ 스피스를 비롯해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잰더 쇼플리(미국) 등 정상급 선수들이 끈질긴 추격전을 벌였다. 이경훈은 17번홀(파3) 위기 상황에서 3.5m 파 퍼트에 성공해 한숨 돌리고, 18번홀(파5)에서 2온 2퍼트로 버디를 잡으며 승리를 지켰다.

이경훈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하고 나서 성적이 신통찮았다. 지난 4월에는 텍사스오픈과 마스터스, RBC 헤리티지 등 참가한 3개 대회에서 모두 컷 탈락하기도 했다. 지난주 웰스 파고 챔피언십에서 공동 25위로 간신히 한숨 돌렸다.

이경훈은 “뭐가 부족한지 길을 못 찾아서 지난달부터 코치와 멘털 코치, 캐디 등 모든 걸 바꿔 보았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퍼터 스타일도 ‘블레이드(일자형)’에서 ‘투볼(공 두 개를 잇달아 놓은 듯한 두툼한 형태)’로 교체했다.

1·2라운드에 기량과 인성을 고루 갖춘 현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와 전 세계 1위 스피스와 한 조에서 경기한 게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이경훈은 “셰플러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트리플 보기를 해도 연속 버디로 만회하는 등 포기하지 않았다. 한동안 부진하던 스피스는 샷과 퍼트 모두 전성기 기량을 되찾았다.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면서 경기를 하는 동안 나도 용기를 내서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이경훈은 이날 발표된 세계 랭킹에서 지난주 88위에서 41위로 47계단 뛰어올랐다. 이경훈이 세계 랭킹 50위 이내에 이름을 올린 것은 처음이다.

이경훈은 아내와 딸을 데리고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이 열리는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서던 힐스 골프장으로 향한다. 이경훈이 “곤히 잠든 윤아가 내일 아침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해줄 것이 벌써 기다려진다”고 했다.

[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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