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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잠 자는 인간의 장거리 우주여행? 영화 속 이야기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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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미국 공상과학(SF) 영화 <패신저스>의 한 장면. 승객들이 동면 장치 안에서 잠에 빠진 가운데 기계 이상으로 한 승객이 깨어나고 있다. SF 영화에서의 상상과는 달리 동면을 한다고 장거리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분석이 최근 과학계에서 나왔다. 동면 중에도 인간의 신체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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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패신저스’의 승객 5000명이
120년 동면 땐 지방 1380t 필요
우주선의 적재 능력이 늘어나도
먼 행성 비행하는 로켓선 어려워
“획기적 신기술 없어 아직 먼 미래”

미래의 어느 날, 대형 우주선 아발론호가 지구를 떠나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외계 행성 ‘홈스테드2’로 향한다. 아발론호에 탑승한 승객은 모두 5000명, 예정된 비행 시간은 120년이다. 승객 모두는 지구를 출발한 직후 동면에 들어갔다. 깨어 있다가는 홈스테드2에 도착하기도 전에 늙어 죽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계 고장으로 승객 중 한 사람이 예정보다 90년이나 먼저 깨어난다. 이대로라면 새 행성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는 자연사하고 만다. 이 승객은 다시 동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 2016년 개봉한 미국 영화 <패신저스> 얘기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나 <에이리언> 같은 다른 공상과학(SF) 영화에서도 동면은 장거리 우주여행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최근 과학계에서 동면이 우주여행에 도움이 안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간처럼 덩치 큰 동물은 동면 중에도 적지 않은 에너지를 써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에너지원을 동면 중인 인간에게 주입하려면 우주선에 실어야 할 화물이 엄청나게 많아져 장거리 비행을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초고속 비행 등 신기술이 나타나지 않는 한 우주 개척을 향한 문은 쉽게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동면하는 동물 대부분은 ‘소형’

칠레 폰티피시아대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프로시딩스 오브 더 로열 소사이어티 B’에 인간이 동면한다고 해서 우주여행이 쉬워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동면은 날씨가 추워지면서 식량이 부족한 환경을 견디기 위해 동물이 신체의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일이다. 포유류 중에도 동면을 하는 동물이 많다. 그런데 대부분 덩치가 작다. 고슴도치나 땅다람쥐 등을 보면 그런 특징이 나타난다. 특히 ‘작은 갈색 박쥐’의 경우 성체의 몸 길이가 10㎝, 몸무게는 15g을 넘지 않는다.

작은 동물이 주로 동면을 하는 이유는 큰 동물보다 몸무게에 비해 피부 면적이 넓기 때문이다. 정상 활동을 위해 따뜻한 체온을 유지하려면 덩치 큰 동물보다 몸의 신진대사 능력을 훨씬 많이 써야 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에너지를 만들 먹이가 부족한 겨울에 깨어 있는 건 여러모로 작은 동물에게는 힘에 부치는 일이다. 동면하는 작은 갈색 박쥐는 깨어 있을 때에 비해 신진대사를 98%나 줄일 수 있다.

■ 사람은 동면해도 영양분 소모 많아

몸집이 큰 포유류 가운데 겨울잠을 자는 건 곰밖에 없다. 그런데 동면하는 다른 작은 동물의 체온이 10도대에 머무는 데 비해 곰의 체온은 30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 동면 중에도 제법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때문에 깨어 있을 때와 비교해 신진대사를 75% 줄이는 데 그친다.

연구진은 사람이 동면을 한다면 신진대사를 줄이는 능력이 곰보다도 못할 것으로 봤다. 사람도 대형 동물인 데다 신체가 애초 동면을 하도록 설계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동면 자체가 어렵고, 동면을 해도 지속적으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몸무게 70㎏대 성인이 동면을 한다면 몸에는 지방 6.3g에 해당하는 영양분이 매일 들어가야 한다고 분석했다. 작은 버터 조각 정도다. 이게 대수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주여행에 수백년 이상 걸린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하루에 6.3g 지방이 필요하다면 1년이면 2.3㎏이다. 영화 <패신저스>의 승객 5000명은 120년간 동면할 예정이었다. 우주선에 실어야 할 지방 중량이 무려 1380t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 적재능력 큰 로켓 개발 요원

관건은 이런 많은 ‘식량’을 실을 로켓을 만들 수 있느냐이다. 현재 인류 역사에서 가장 힘이 센 로켓은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개발한 ‘스타십’이다. 지난 2월 공개됐는데, 올해 안에 발사하는 게 목표다.

스타십은 고도 수백㎞를 뜻하는 지구 저궤도에 150t짜리 화물을 올려놓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런데 지구 저궤도를 떠나 먼 행성으로 향한다면 탑재 능력은 이보다 훨씬 떨어진다. 가까운 미래에 장기간 동면하는 다수의 승객을 태우고 먼 우주를 비행하는 로켓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뜻이다.

연구진은 “인간은 규칙적으로 잠을 자는 것이 에너지 절약 측면에서는 동면보다 낫다”고 설명했다. 바꿔 말하면 동면이 장거리 우주여행의 열쇠가 아니라는 얘기다. 초고속 로켓 등 획기적인 기술이 나오지 않는 한 먼 우주를 향한 인간의 호기심을 풀어줄 도구는 망원경에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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