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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열병식 개최한 평양 하루 8만명 유증상자… 北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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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코로나 대유행

확진자 규모 ‘빙산의 일각’ 우려

CNN “재앙… 통제 범위서 벗어나”

소식통 “北, 中에 방역물자 등 요청”

전문가 “투명 공개해야 지원 가능”

세계일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평양 노동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정치국 비상협의회에서 코로나19 관련 의약품이 제때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며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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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악화일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조기 진압을 위해 군대 투입까지 지시했지만 감염병 진단과 추적, 치료를 위한 의약품 및 역량 부족으로 사실상 붕괴 직전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등 국제사회가 앞다퉈 코로나19 방역물품 및 의료진 지원을 제안하고 있지만 북한은 중국 이외의 모든 도움의 손길에 답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16일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처음 코로나19 관련 발열환자 및 사망자 발생을 처음 인정한 북한에선 하루가 다르게 환자 및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말부터 감염병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는데 이때는 고 김일성 주석의 110번째 생일(4월15일), 조선인민혁명군(항일빨치산) 창건 90주년(4월25일) 열병식 등 대규모 정치행사가 많았던 때다. 실제 북한 지역별 유증상자는 각종 행사가 집중된 평양에서 가장 많았다. 14일 하루 동안 평양 시내 유증상자는 8만3445명으로 13개 직할시 및 도 중에서 압도적으로 많았다. 같은 날 신규 확진자도 평양이 42명으로 가장 많았다.

문제는 북한의 이 같은 코로나19 확산세가 ‘빙산의 일각’일 수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0%에 가까운 북한은 자가검사키트나 신속항원검사 등 진단검사 도구가 없고, 변변한 코로나19 치료제 및 의료진이 없다. 그렇기에 확진자 대신 유열자(발열환자) 표현을 사용한다. 우리 정보당국은 4월 말부터 지금까지 누적 사망자가 50명이라는 북한의 공식 집계가 축소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실제로는 5∼6배인 최대 300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도 북한의 코로나19 진단·검사 체계가 미비한 탓에 확진자를 제대로 판정할 수 없는 만큼 실제 피해는 보이는 것보다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과)는 “북한에서 코로나19 유행이 굉장히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 방역체계는 백신 접종과 치료제, 진단검사 역량,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종합적으로 작동해야 하는데 북한의 상황을 보면 총체적 난국”이라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북한이 방역정책과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줘야 적절한 지원이 가능해진다”면서 “자가진단키트나 신속항원검사 도구를 제공해주거나 코로나19 치료제가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치료제를 지원하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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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15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전국에서 총 39만2920여 명의 신규 유열자(발열자)가 새로 발생했으며 8명이 사망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이로써 북한이 코로나19 관련 집계를 시작한 지난 4월 말부터 누적 발열자는 121만3550여 명이 됐다. 노동신문,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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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NN방송은 북한의 코로나19 확산세가 당국의 통제 범위에서 벗어났을 것으로 분석했다. CNN은 15일(현지시간)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공중 보건 체계와 대부분 주민이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 상황을 고려할 때 우려스럽다”며 “세계에서 가장 고립돼 있고 불투명한 체제의 특성을 고려할 때 실제 상황이 어떤지는 추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에서 코로나19 발생은 재앙”이라며 “붕괴한 의료 체계와 검사 장비 부족으로 북한에선 전염성이 강한 질병으로 발생한 대규모 환자를 돌보는 일은 사실상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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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가적 비상사태에 돌입한 뒤 중국에 방역 물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의 소식통은 이날 세계일보에 “북한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부터 코로나19 및 기타 의료 약품과 기기가 단둥을 거쳐서 계속 나갔었는데, 이번에도 당연히 그럴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북·중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외교 경로를 통해 중국에 코로나19 방역 관련 물자 지원을 요청했고, 현재 양측 간에 관련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요청한 품목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나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 장비와 의약품 등일 것으로 추정된다.

김범수·이정한 기자, 워싱턴·베이징=박영준·이귀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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