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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사태' 스테이블코인 우려 촉발…규제당국 칼 빼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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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사, 금융사 수준 관리 받아야"…CBDC 필요성 강조 목소리도 커져

(지디넷코리아=김윤희 기자)암호화폐이면서도 고정된 가치로 운영되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투자자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주요 스테이블코인으로 꼽혔던 테라(UST)가 자금이 급속히 이탈하는 '뱅크런'을 겪으면서 고정 가치인 1 달러를 유지하지 못해(디페깅) 투자자 손해를 유발한 탓이다.

UST는 한때 시가총액이 18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해 암호화폐 전체 상위 10위권에 오를 정도로 주목을 받았으나, 일주일도 안돼 0.1 달러 수준으로 시세가 폭락했다.

UST 수요를 끌어모으던 핵심 상품인 디파이 프로토콜 '앵커' 예치 자산 규모도 지난 6일 약 200억 달러에서 16일 현재 2억6천500만 달러 가량으로 급감했다. 앵커는 예치 이자로 연 20%를 보장하는 점을 내세워 인기를 끌었지만 UST 및 UST와 연계된 코인 루나(LUNA) 시세가 폭락하면서 투자자 손해를 야기했다.

이처럼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면서 세계 각국이 스테이블코인 규제 도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스테이블코인 취지와 마찬가지로 그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검증된 주체가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CBDC)에 대한 당국의 관심도 높아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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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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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페깅 우려 처음 아냐…시총 최대 '테더'도 흔들

테라에서 디페깅이 나타나기 전부터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스테이블코인이 그 가치를 지속적으로 안정화하면서 유통되기에는 여러 방면에서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미국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는 지난해 12월 발간한 연례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에 이같은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사례는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보장하는 은행 예금으로 부분적 담보를 제공하나 현행법 상 스테이블코인 발행기관만 보호할 뿐 이용자는 보호하지 못하는 위험이 존재한다고 짚었다.

가장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의 경우 코인 준비금에 대한 정보를 상세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어, 디페깅 위험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16일 현재 USDT 시가총액은 약 97조 3천억원 수준이다. 따라서 이에 준하는 준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UST 시세 폭락에 따라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면서 USDT도 1 달러를 유지해오던 시세가 12일 한때 0.95 달러까지 낮아지기도 했다. USDT 평균 시세는 이후 회복세로 접어들어 현재 코인마켓캡 기준 U0.99 달러 선까지 올랐지만, 아직 1 달러는 맞추지 못했다. 지난 2020년 3월 이후 2년여만의 디페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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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더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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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일본 등 규제 마련 움직임…CBDC 도입 논의와 병행

세계 금융 당국은 스테이블코인 투자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관련 규제를 준비하는 상황이다. 이런 논의 과정에서 CBDC를 스테이블코인이 안고 있는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하는 모습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 10일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스테이블코인의 금융 안정성에 위험이 있다고 언급하며 의회가 관련 규제법을 연내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 의회에는 '준비금 투명성과 항시 안전 거래(TRUST)' 법이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안으로 발의돼 있다. 해당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정의와 통화감독청(OCC)에 의한 코인 발행자에 대한 인가 제도 마련, 보험 가입 예금 은행에 대한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도 뜻을 같이 했다. 지난 9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자산의 투명성 부족, 운영 상의 취약성 등을 지적하면서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한 레버리지 거래가 늘면 변동성이 늘어나고 환매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CBDC가 스테이블코인의 금융 리스크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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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사진=뉴시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의 경우 스테이블코인의 대량 발행을 막는 규제를 검토 중이다. 일 거래량이 100만건을 넘길 경우 발행 중단을 요구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기관에 대해서는 지급 준비금에 대한 자산 요건을 부여하고, 이용자에게는 스테이블코인에 대응하는 자산의 상환권을 부여하는 등의 규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영국 재무부와 영란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공동으로 CBDC 태스크포스를 설치해 스테이블코인 규제 방안 및 모델을 논의 중이다.

일본 금융청(FSA)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과 송금대행업체로 제한하고, 향후 중개업체도 새로운 감독 대상에 추가할 예정이다.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지난달 27일 CBDC 역할의 'e-HKD' 도입 계획에 대한 개요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 HKMA는 "스테이블코인이 홍콩 달러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며 "운영 또는 재정적 실패로 지불 무결성을 훼손하거나, 금융 위기 과정에서 자본의 도피를 보다 쉽게 허용해 지역 경제에 대한 중앙 은행의 통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무법지대 '스테이블코인', 일방 주장일 뿐"…국내서도 규제 필요성 환기


UST 관련 피해 규모가 급속히 늘면서 국내 당국도 긴급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일찍부터 금융 위험성 우려가 제기돼온 만큼, 관련 규제를 미리 마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UST·LUNA에 대한 긴급 동향 점검을 실시한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동시에 투자자 보호를 위해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만들고, 오는 2024년 하위 규정을 마련해 본격적인 법 시행에 나설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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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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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종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UST 폭락 사건에 대해 "3년 전 당국이 가상자산은 금융 상품이 아니라고 선언한 뒤 손을 놓은 상태였고, 새 정부가 증권형 코인에 대한 규제 마련을 시사하던 찰나에 대형 사건이 터졌다"며 "금융 당국에서 관련 규제 도입을 미뤄둔 탓에 대규모 피해가 발생해도 당국에서 아무런 손도 대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은 관리자의 신뢰도가 가장 중요한데 아무런 규제가 없으니 민간 사업자가 코인을 발행하고 스테이블코인이라고 주장만 했을 뿐, 검증된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상태"라며 코인 발행자 규제가 부족한 상황을 문제삼았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은 이번 테라 사건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번 사건은 규제 강화에 대한 명분으로 작용해 규제 당국의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기관을 제도권 은행으로 한정짓게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추가로 "이미 제도권 친화적인 USDC와 같은 스테이블코인이 상대적 수혜를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윤희 기자(kyh@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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