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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IT진맥] 테라 '루나 사태'에 대한 반성...그래도 블록체인은 나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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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편집장]

테크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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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검증에 문 열고 신뢰회복 위해 힘써야

#'우리가 남이가'는 안된다, 쓴 소리 아끼지 말아야

#블록체인과 웹 3.0은 결국 가야할 길

지옥의 열흘이었습니다.

가치안정가상자산(스테이블코인) '테라'의 가격안정을 위한 코인인 '루나' 가격이 폭락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습니다. '루나' 가격은 99% 하락했고, 덩달아 비트코인을 비롯한 여러 가상자산들의 가격이 폭락했습니다. 사실상 '테라'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의 타격을 받았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가상자산 '테라'가 이렇게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는 업계 전문가들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도 몰랐습니다. 지난 열흘을 지켜보며, 정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동안 우리 블록체인 업계가 너무 장미빛 전망에만 사로잡혀 있었던 것은 아닌지, 그리고 언론이 마땅히 했어야 할 프로젝트에 대한 검증에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업계 오피니언 리더들은 왜 이 시점에 목소리 내는 것을 꺼리고 있는 것인지, 정부는 왜 지난 수년간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회색지대에 두면서 이런 사단을 낸 것인지...의식의 흐름에 따라 너무 많은 생각이 떠올라 머리가 아팠습니다.

테크M

CI=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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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열흘이 지나고, 테라 사태가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테라 프로젝트는 사실상 사라질 것이고, 이후 법적인 이슈들이 대두될 것입니다.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정뷰 규제는 더욱 거세질 것이고, 투자자들도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를 망설일 것입니다. 테라 사태는 단순히 한 프로젝트의 몰락이 아닌 가상자산과 블록체인과 웹 3.0 시장은 물론, 나아가 스타트업이라 불리는 초기기업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외부 검증에 문을 열어주세요, 철저한 검증만이 신뢰 회복 '지름길'

이제 우리는 테라 이후를 준비해야 합니다. 당장 테크M부터 반성합니다. 사실 '테라'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어야 할 언론이, 테라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그저 '대마불사'라는 생각에 '테라'를 응원하는 마음을 가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테라가 흔들리면 투자한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볼 것을 알기에, 테라가 잘 하길 기대하며 검증에 주력하지 않은 것도 테크M의 잘못입니다. 더 검증했어야 합니다.

그러니 부탁드립니다. 프로젝트들은 언론을 비롯한 외부 검증에 더욱 문을 열어주십시오. 이번 테라의 경우도, 사실상 언론이 검증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테라 프로젝트 자체가 언론은 물론 외부 전문가들의 문제제기에 귀를 닫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분들도 이처럼 외부의 의혹에 '무시'로 일관하는 프로젝트에 눈길을 주지 않으셔야 합니다. 그래야 그들도 외부 검증에 더 열린 자세로 응할테니까요.

테크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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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들도 필요에 따라 프로젝트를 이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불과 몇주전, 테라폼랩스의 대표는 성공한 블록체인 사업가로 국내 주요 일간지 헤드라인을 대거 장식한 바 있습니다. 덕분에 테라로 인한 투자손해를 입은 사람들 더 많아졌을수도 있습니다. 물론, 투자는 자기 판단이라지만 제대로 된 검증없이 테라를 띄워준 언론의 책임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 영웅이 불과 몇주만에 '천하의 사기꾼'으로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사업과 사기는 종이 한장 차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순식간에 태세전환을 하는 언론들을 도대체 어떤 독자들이 신뢰할 수 있을까요.

독자들이 클릭할만한 기사를 만들어내기 위해, 혹은 지난 정부의 과오를 들춰내기 위해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이용하지 말아 주세요. 언론의 검증 절차도 밟지 않고 있는 프로젝트를 한국의 대표 블록체인 주자로 띄워준 것은 다름 아닌 국내 주요 언론들입니다. 오히려 테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블록체인 전문매체들은 검증에 응하지 않는 테라에 대해 우호적인 기사를 쓰기 망설였습니다. 확인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더 검증에 신경썼어야 할 주요 매체들이 그들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도덕적 해이를 방관하지 말아주세요

크립토 펀드들도 달라져야 합니다. 이는 비단 크립토 펀드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벤처캐피탈(VC)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들이 투자한 프로젝트나 회사라고 해서 그들의 사업적 문제나 도덕적 해이를 방관해서는 안됩니다.

최근 몇몇 사례를 듣다보면, 오히려 펀드나 VC들이 사업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관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니까 일단 도와줘야 한다는 '우리가 남이가' 같은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특히 블록체인과 같은 외부 시선이 따가운 산업에서는 작은 티끌도 용납해서는 안됩니다.

부디 투자회사들이 바르게 사업을 하도록 바로 잡아주세요. 투자한 회사들의 일탈이나 아집을, 잠시 지나가는 것이라고 방관하지 마시고 제대로 된 아픈 조언을 해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프로젝트나 기업도 제대로 성장해 한국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지 않겠습니다.

정부도 이제는 움직여야 합니다. 업계에서 얘기하는 '업권법'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투자자들도 이용자들도 옥석을 가릴 수 있습니다. 그냥 방치하는 것은 답이 아닙니다. 이제는 기준을 세워주셔야 합니다.

그래도 블록체인 산업은 나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부탁드립니다. 테라 말고도 한국에는 여러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있습니다. 테라가 실패했다고 해서, 다른 블록체인 프로젝트들까지 싸잡아서 '나쁜놈', '예비 사기꾼'으로 몰아가지 말아주세요. 테라의 실패는 분명 이들에게 좋은 자양분이 될것입니다. 테라의 교훈을 발판삼아 더 좋은 프로젝트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테크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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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술은 최근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웹 3.0'과 궤를 같이 합니다. 웹 2.0 시대의 플랫폼들이 주주들의 이익만 보장했다면 웹 3.0 시대에는 플랫폼에 참여하는 참여자들이 보상을 나눠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보상을 명확히 구분하고 나눠줄 수 있는 기술이 블록체인 기술입니다.

아직도 가상자산이 투기수단 정도로만 보일지 모릅니다. 테라와 루나만 보면 투기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12월, 비트코인이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진 이후 5년이 지난 지금, 블록체인 기술은 계속 진화했고, 사업자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실생활에 활용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이제 그 결실이 웹 3.0과 만나 싹을 틔우고 봉우리를 터뜨리기 직전입니다.

투자수단과 자금모집수단 등으로 쓰임새가 제한적이었던 가상자산은 결제수단으로 진화를 꿈꾸다가 한계에 직면했지만, 대체불가능한토큰(NFT)이라는 새로운 활로를 찾았습니다. NFT는 단순히 프로필사진 이미지에 그친 것이 아니라 게임이나 예술, 엔터테인먼트 등에 접목돼 이용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미 주요 대기업들도 모두 NFT 시장에 진출해 있고, NFT를 통해 새로운 커뮤니티 문화가 태동하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는 웹 3.0과 만나 우리 삶 전반에 스며들 것으로 기대됩니다.

잘못이 있다면 벌해야 합니다.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문제가 있다면 안전성을 보강하도록 강제하면 됩니다. 하지만 프로젝트 하나 때문에 우리나라 블록체인 산업 전체가 흔들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비트코인이 400만원까지 갔던 소위 '크립토 겨울'도 이겨낸 한국 블록체인 산업입니다. 테라 사태로 휘청할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블록체인 산업은 나아가야 합니다. 더 안전한 길을 위해 테크M도 힘을 보태겠습니다. 테크M은 많은 분들이 우려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대해 지금보다 더 철저히 검증하겠습니다. 철저한 검증을 통해 부실 프로젝트를 걸러내고, 검증을 마친 프로젝트는 더 많이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허준 기자 j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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