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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초점] '휘발유보다 비싼 경유'에 디젤차 판매 뚝뚝…車시장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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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차 판매비중 2008년 이후 최저…정부, 화물차 '경유보조금' 확대 추진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이 무색할 만큼 경유(디젤)값이 14년 만에 휘발유 가격을 넘어서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휘발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적이라 여겨졌던 경유의 장점이 사라지며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도 디젤차 판매가 크게 줄어드는 모습이다.

정부도 경유 가격 오름세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화물차량 등 사업자 중심의 유가 연동 보조금 지급을 늘리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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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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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년 만에 휘발유·경유 가격 역전…경윳값 고공행진에 디젤차 인기도 시들

1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현재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리터(ℓ) 당 1천969.67원으로 휘발유(ℓ당 1천958.23원)보다 11.44원 높다. 경유 가격은 지난 11일부터 휘발유 가격을 넘어섰는데, 가격 역전 현상은 지난 2008년 이후 14년 만이다.

경윳값이 급등세를 이어가자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경유차량의 판매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와 함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디젤 모델 판매량은 총 4만3천517대(국산 3만4천593대·수입 8천924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디젤차 판매량 7만4천346대(국산 6만1천516대·수입 1만2천830대)보다 41.5%나 줄어든 수치다.

이에 올해 1분기 디젤차의 판매 비중도 13.5%로 크게 낮아졌다.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났던 지난 2008년(18.5%) 이후 최저치다. 2017년 36.4%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할 때는 3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케이카에 따르면 지난달 국산·수입차를 통틀어 가격 하락폭이 높은 상위 10개 차종의 평균 시세 감소율은 디젤차(3.8%)가 가장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BMW 'X1'의 경우 시세가 전달보다 무려 7.6%나 떨어졌다.

최근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트렌드 속에 글로벌 완성차들이 빠르게 경유 승용차의 비중을 줄이는 등 '탈경유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소비자들의 경유차에 대한 인식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에 더해 최근 경유가격까지 급등하면서 경유차 감소 현상이 더욱 가속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국제 경유 가격은 유럽을 중심으로 경유 재고 부족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에 더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석유제품의 수급난이 더욱 심화되면서 경유가격의 고공행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경유 강세 당분간 지속 전망…정부, 화물차 '경유보조금' 확대 등 추가 대책 마련

경유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화물업계의 어려움을 고려해 '경유 유가연동보조금'을 확대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추경호 국무총리 직무대행(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후 첫 경제장관간담회를 열어 "최근 경유 가격 오름세에 대응해 운송·물류 업계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지급 기준가격을 현행 리터(ℓ)당 1천850원에서 인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부터 7월까지 유류세 폭을 확대하는 동시에 기존 유가보조금 수급 대상인 영업용 화물차 등에 대해 경유 유가연동보조금을 한시적으로 지급하고 있다.

유류세 인하로 인해 경윳값이 떨어지면 유류세와 연동되는 보조금이 감소하는데, 이를 정부가 유가연동보조금으로 메워주고 있다. 정부는 현재 ℓ당 1천850원을 기준으로 초과분의 50%를 부담하고 있다. 기준가격이 낮아지면 그만큼 초과분이 늘어나면서 화물차 운전자가 받는 보조금도 증가하게 된다.

실제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에도 경유차량의 부담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시민단체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이 이날 낸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이달 초 유류세 인하 폭을 20%에서 30%로 확대한 뒤 2주간 전국 휘발유 가격은 ℓ당 평균 18.24원 하락했다. 반면, 경유 가격은 ℓ당 46.99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유류세를 석유제품별로 다르게 적용하는데, 휘발유와 경유의 비율은 100대 85다. 정부가 이달 초 유류세 인하 폭을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하면서 휘발유 유류세는 ℓ당 746원에서 500원으로 246원 내렸고, 경유 유류세는 ℓ당 529원에서 355원으로 174원 인하했다. 경유 유류세의 인하 폭이 상대적으로 적은데, 글로벌 경유 가격 급등세에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경유 가격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정제설비가 풀(full) 가동 중인데다 탈탄소 압력이 거세 정제설비 증설도 부족하다"며 "이에 비해 수요는 천연가스 대체 발전 수요와 상품 가격 강세에 따른 농업용 트랙터를 비롯한 상용차 관련 수요 등으로 경기 침체만 없다면 견조할 것으로 보여 경유 부족 현상이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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