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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코치·캐디·퍼터까지 다 바꾼 이경훈... 한국 선수 첫 PGA 투어 2연패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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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이경훈이 16일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에서 열린 ATT 바이런 넬슨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매키니=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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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딩 챔피언으로 나와 우승해 꿈만 같아요. 이 코스만 오면 마음이 편해지는데 꼭 신이 도와주는 것처럼 모든 게 잘 풀려요.”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 2연패를 한 이경훈(31)은 AT&T 바이런 넬슨 우승을 확정 지은 후 기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이경훈은 16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이글 1개와 버디 7개를 몰아치고 9언더파 63타를 기록했다. 최종 합계 26언더파 262타의 성적을 낸 이경훈은 전 세계 랭킹 1위 조던 스피스(미국)를 1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163만8,000달러(약 21억 원)다.

지난해 5월 이 대회에서 PGA 투어 80번째 출전만에 통산 첫 승의 감격을 누린 이경훈은 대회 2연패와 투어 2승째를 수확했다. 한국 선수가 PGA 투어 대회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것은 이경훈이 최초다. 또 1944년 창설된 이 대회에서 2연패 이상을 달성한 선수는 샘 스니드(1958년) 잭 니클라우스(1971년) 톰 왓슨(1978~1980년·이상 미국) 등 '골프 레전드'들에 이어 이경훈이 네 번째다.

3라운드까지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6위였던 이경훈은 이날 6번 홀(파4)까지 버디 4개를 몰아치고 단숨에 선두 경쟁에 뛰어들었다. 2번 홀(파4)에서 15m 긴 버디 퍼트를 넣고 기분 좋게 출발한 뒤 6번 홀(파4) 버디로 선두에 올랐다. 하이라이트는 12번 홀(파5)이었다. 선두에 1타 뒤져 있던 이경훈은 242야드를 남기고 4번 아이언으로 친 샷을 홀 1.5m로 보내 이글을 잡고 단독 1위가 됐다.

그러나 스피스를 비롯해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잰더 쇼플리(미국)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았다. 17번 홀(파3)에서 이경훈은 티샷이 그린 주위 벙커 턱에 놓여 타수를 잃을 위기를 맞았다. 벙커에 발을 딛고 시도한 두 번째 샷은 홀 약 3.5m 거리에 놓여 만만치 않은 파 퍼트를 남겼다. 그러나 이경훈은 이 퍼트를 넣고 1타 차 리드를 유지했다. 반면 뒷조에서 경기한 스피스는 2.8m 거리의 버디 퍼트가 왼쪽으로 살짝 약해 동타 기회를 놓쳤다. 고비를 넘긴 이경훈은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팁인 버디에 성공해 2타 차로 달아나며, 역시 같은 홀 버디로 추격해온 스피스를 1타 차로 따돌렸다.

이경훈은 경기 후 국내 취재진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디펜딩 챔피언으로 우승해 꿈만 같다. 그 정도로 기분이 좋다"고 기뻐했다. 이경훈도 12번홀에서 이글을 기록했던 순간을 터닝 포인트로 꼽았다. 그는 "쟁쟁한 선수들과 타수 차이도 나는 편이어서 오늘 경기 시작 전까지 사실 우승을 바라보지 않았다"며 "좋은 모멘텀을 만들어 다음주 메이저 대회로 이어가자는 식으로 마음을 비우고 경기에 나섰는데, 12번홀에서 이글을 잡은 후 우승 경쟁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열린 세 차례 대회에서 모두 컷 탈락하는 수모를 겪는 등 올 시즌 부진했던 이경훈은 최근 스윙 코치와 멘털 코치, 캐디, 퍼터까지 모두 바꾸는 변화를 시도했다. 이경훈은 "올해 몇 달 동안 골프가 잘 안 돼서 스윙 코치나 멘털 코치 모두 예전 분들에게 돌아가서 조언을 구했다"며 "캐디도 새로운 기분을 느끼려고 4월 마스터스 이후 교체했고, 퍼터는 지난주에 일자형에서 투볼 퍼터로 바꿨는데 역할이 컸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이경훈은 이날 최종 라운드 퍼트 수를 24개로 막았다.

이경훈은 19일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개막하는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그는 아직 메이저 대회에서 컷을 통과한 적이 없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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