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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패싱 그만"…文정부서 외면 받던 롯데, 5대 그룹 위상 회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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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기업' 성향 尹정부 주요 행사서 신동빈 존재감 드러내…첫 사면 대상될 지 '관심'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롯데가 다시 재계 주요 기업으로 주목 받는 듯 합니다."

이달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롯데가 재계 5위 그룹으로서의 면모를 다시 드러내고 있다. 수장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후 문재인 정권에서 외면 당했던 롯데가 최근 정부 주도의 굵직한 행사에 연이어 초청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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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 회장 [사진=롯데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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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때 회동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재계 총수 회동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도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회동의 범위·형식을 아직 미국 정부와 확정하진 않았지만, 장소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9년 6월 방한 때 숙소인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5대 그룹 경영인을 비롯해 손경식 CJ그룹 회장, 허영인 SPC 회장 등 20여 명을 30분간 만난 바 있다.

이번 회동에 신 회장이 거론되는 이유는 롯데그룹이 최근 화학, 바이오 등을 중심으로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과 연관된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9년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세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덕분에 신 회장은 국내 대기업 총수 중 처음으로 지난 2019년 5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미국 백악관을 방문했다.

또 바이든 정부 이후에도 글로벌 제약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미국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을 1억6천만 달러(약 2천억원)에 인수하기로 하는 등 대미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케미칼을 통해선 현지 스타트업 소일렉트와 합작사를 세워 미래 배터리 소재로 주목받는 리튬메탈 음극재 생산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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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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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회장은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도 이 부회장, 최 회장, 정 회장, 구 회장 등과 함께 초청됐다. 대기업 총수들이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된 것은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9년 만이다. 신 회장은 취임식 이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진행된 만찬에도 참석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취임 초기에는 롯데에 대해 다소 우호적인 듯한 태도를 보였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취임 초기 재계와 '호프미팅'을 가질 당시 신 회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눈길을 끌었다. 신 회장은 문 전 대통령과의 간담회가 있던 당일 오전에도 '국정농단' 재판에 간 후 법원 측에 양해를 구해 참석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는 굵직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점차 4대 그룹 중심으로만 초청했다. 지난 2018년, 2020년 신년인사회에선 4대 그룹 총수 및 대표만 초청했고, 2019년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첫날 환영만찬도 4대 그룹만 대상으로 진행됐다. 특히 지난해 6월에는 롯데가 대미 투자에 가장 활발히 나서고 있음에도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 대표만 청와대로 초청해 방미 순방 성과를 공유하는 한편, 투자 계획을 발표한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 신 회장이 지난 2018년 경영 복귀 당시 국내외 전 사업부문에 걸쳐 50조원을 투자하고 7만 명을 고용해 경제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투자 계획을 일찌감치 내놨지만, 문재인 정부에선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지난해 말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초청한 오찬 간담회도 이 부회장, 최 회장, 정 회장, 구 회장을 중심으로만 이뤄졌다. 정부의 '청년희망 온(ON) 프로젝트'를 통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공헌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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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017년 7월 '호프미팅'에서 담소를 나눈 모습. [사진=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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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중국에서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맞을 때도 문 전 대통령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고 방관했다. 그 결과 롯데는 마트, 백화점, 제과, 음료 등 주력 사업을 중심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중국에서 줄줄이 철수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계의 신 회장에 대한 사면 요청에도 임기 말까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5단체는 지난달 25일 이재용 부회장, 신동빈 회장 등이 포함된 '특별사면복권 청원서'를 청와대와 법무부에 제출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신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지난 2019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윤석열 대통령이 신 회장에 대한 사면 결정과 함께 어려움에 처한 롯데의 든든한 지원군이 될 지를 두고 재계에선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또 정부의 굵직한 행사에 신 회장이 연이어 모습을 드러내면서 5대 그룹에 걸맞는 위상도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재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정부가 5대 그룹을 중심으로 경제계 의견을 듣는 듯 했지만, 문재인 정부 체제 하에선 롯데가 빠진 4대 그룹이 중심이 됐다"며 "국정농단 사태, 사드 보복 등의 여파로 롯데가 다소 소외된 듯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경제 보복,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경영권 분쟁 등 각종 악재에 시달렸던 롯데그룹 입장에서 친기업 성향을 보이는 윤석열 정부의 등장은 반가울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룹 총수들이 경제 회복 차원에서 사면 직후 어김없이 투자를 강화했다는 점에서 경제 활성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윤 대통령이 신 회장 사면을 현실화 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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