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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벼랑 끝 한전, 자회사 지분 매각… 한전기술·한전산업 등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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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약 8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한국전력(015760)이 자회사 지분을 대거 처분키로 한 가운데, 매각 대상으로 한전기술(052690)한전산업(130660)개발,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전이 과거에도 이들 회사 지분 매각을 시도했던 만큼, 우선 순위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이같은 자구 노력만에도 대규모 적자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한전은 재무위기 극복을 위해 보유 중인 출자 지분 중 공공성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지분을 제외하고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3월 기준 한전은 총 27개 회사에 2조9723억원을 출자했다. 지분 정리는 상장사와 비상장사로 나눠 검토한다. 상장사의 경우 매각 주관사를 통해 기관투자자 대상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형태로 진행되는 방안이 거론된다. 비상장사는 정확한 가치 평가와 매수자 선정 등의 효율성을 위해 일단 상장한 뒤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비즈

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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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지분 매각이 시작될 경우 한전기술과 한전산업개발 두 곳이 우선 순위에 오를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원전설비 설계용역 회사인 한전기술은 한전 지분이 65.77%로 전력그룹 자회사로 분류된다. 한전산업개발은 발전설비 운전·정비업체로, 한전은 지분 29%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최대주주는 민주주의 국민운동 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31%)이다.

한전은 이전에도 두 회사의 지분을 매각한 바 있다. 당초 한전산업개발은 한전의 100% 자회사였지만, 2003년 이후 지분 71%를 팔았다. 한전기술 역시 2013~2016년 사이 세 차례에 걸쳐 지분 9%를 매각했다. 이후에도 매각 시도가 있었다. 2019년 한전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018 회계연도 연차보고서’에서 두 회사의 보유지분 추가 매각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전은 한전기술 지분 65.77% 중 14.77%와 한전산업개발 지분 29% 전량을 매각 대상으로 분류했었다. 특히 자회사인 한전기술의 경우 14.77%를 팔아도 지분 51%가 남아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한국충전) 역시 매각 대상으로 거론된다. 한국충전은 2015년 한국전력과 KT(030200), 현대차(005380),그룹 등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출범 초 한전은 지분 28%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작년 한국충전이 진행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현대차(005380)그룹이 단독 참여하면서 한전 지분은 17.5%로 낮아졌다.

시장에서는 한전이 지분 대부분을 매각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한전이 최근 한국충전을 비롯한 전기차 충전서비스 기업 30개사와 전기차 충전사업 협의체를 꾸려 협업을 시작했다는 점은 변수다.

한전의 출자 지분 매각 등 자구 노력은 대규모 적자를 만회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적자를 기록 중인 한전은 회사채 발행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데, 올해 1분기에만 10조원을 발행했다. 올해 부담할 회사채 이자 비용만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전기술의 경우 현재 한전 지분(65.77%) 가치는 전 거래일 종가(7만3300원) 기준 1조8427억원 수준이다. 한전산업개발은 지분을 모두 매각한다고 해도 전 거래일 종가(1만2650원) 기준 1196억원에 불과하다. 비상장사는 상장 작업을 거쳐야 하는 만큼 현재의 급한 불을 끄려면 상장사 중에 매각 대상을 골라내야 하는데, 과거 매각을 시도했던 한전KPS는 이미 지분율이 51%여서 더 이상 지배력을 낮추기 힘든 상황이다.

지분 매각의 핵심은 2조3477억원이 투입돼 있고 지분 100%씩을 보유 중인 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한국수력원자력 등 6개 발전 자회사다. 6개 발전 자회사는 매각 논의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6개 발전 자회사의 경우 다른 회사 대비 보유 지분 규모와 가치가 큰 데다, 이들 회사의 지분 매각을 시도할 경우 민영화 문제 등 사회적 이슈로 논의가 커질 수 있다”며 “결국 한전의 재무 위기 해소를 위해선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fac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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