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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내년부터 아이폰에 USB-C 도입?” 고민 커지는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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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스위스 로잔공과대학교 로봇공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켄 필로넬이 지난해 10월 제작해 공개한 USB-C 충전 단자 적용 아이폰. /켄 필로넬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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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새 아이폰에 USB-C 단자를 적용할 것이란 전망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USB-C 단자는 안드로이드를 비롯한 대부분 전자기기에 적용되면서 사실상 세계 표준 충전 단자로 자리 잡은 만큼, 애플 또한 적용할 것이란 관측이 여러 차례 제기됐었다.

16일 애플 전문매체 맥루머스에 따르면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 연구원은 내년 출시 예정인 아이폰15 시리즈에 라이트닝 대신 USB-C 단자가 적용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궈밍치 연구원은 애플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인물로, 그간 USB-C 단자가 아이폰의 방수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애플은 당분간 라이트닝 단자를 고수할 것이다”라고 예상해왔다.

그랬던 그가 지난 11일 “부품 공급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애플이 2023년형 아이폰에 라이트닝 대신 USB-C 단자를 적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면서 국내외 투자자들은 또 한 번 들썩였다. USB-C 단자를 개발한 신화콘텍의 주가는 13일 전거래일 대비 29.79% 오른 586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애플은 현재 맥북과 아이패드의 일부 모델에 USB-C 단자를 적용 중이다. 하지만 아이폰과 에어팟, 마우스, 트랙패드, 키보드 등에는 2012년 독자적으로 선보인 라이트닝 단자 적용을 고수하고 있다. 라이트닝 단자는 기존 30핀 단자 대비 크기가 현저히 작다는 점에서 공개 당시 관심을 모았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폰만을 위해 별도의 충전기를 들고 다녀야 해 불편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말에는 유럽의 한 대학생이 USB-C 단자를 적용한 아이폰을 개발해 주목받기도 했다. 아이폰X를 기반으로 한 해당 제품은 이후 온라인 경매사이트 이베이에서 약 1억원에 최종 낙찰됐다. 올해 2월에는 슬로바키아 업체인 딥이 USB-C 단자를 적용한 아이폰12 프로맥스를 제작해 이베이에 올렸다.

미 경제전문매체 블룸버그도 지난 14일 애플이 내년부터 생산할 아이폰에 USB-C 단자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라이트닝 단자용 변환 어댑터를 함께 개발 중이지만, 이를 판매시 기본 구성품에 포함할지 별도로 판매할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아이폰 USB-C 단자 적용설’은 유럽연합(EU)이 지난달 유럽에서 판매되는 모든 모바일 기기의 충전 단자를 USB-C로 통일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재차 수면에 떠 오른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회 내부시장 및 소비자보호위원회(IMCO)는 지난달 21일 ‘무선 장비 지침 개정안’을 43대 2로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유럽의회 본회의로 상정돼 이르면 이달 중 표결될 예정이다. 명분은 환경 보호와 사용자 편의성이다. EU에 따르면 매년 유럽에서 발생하는 전자 폐기물 규모는 최대 1만3000t이다. IMCO는 보도자료를 통해 “(규격을 통일하면) 소비자들이 새로운 기기를 살 때마다 새 충전기와 케이블을 같이 사지 않아도 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애플은 IMCO가 지난해 9월 개정안을 추진한다고 알리자 성명을 발표하고 “혁신을 저해하는 판단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아직 이렇다 할 대응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그동안 각국의 규제와 맞닥뜨릴 때마다 세부적인 내용까지 모두 정해지기를 기다렸다는 점을 들어 이번에도 개정안이 통과된 뒤에야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개정안이 유럽의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IMCO는 최종 입법 형태를 놓고 EU와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하게 된다”며 “애플이 행동에 나서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럽의회 본회의는 오는 18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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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라이트닝 케이블. /애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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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입장에서 USB-C 단자로의 전환은 비용 부담이 크다. 아이폰을 새로 설계·제작해야 할 뿐만 아니라 라이트닝 단자 MFi를 통해 얻는 이윤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MFi는 아이폰에 필요한 충전기 등 액세서리를 만드는 업체들이 필수적으로 맞춰야 하는 규격이다. 이 업체들은 애플에 라이선스 사용 비용을 지급하고 MFi 인증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 충전 단자를 USB-C로 바꾸면 에어팟 등의 충전 단자를 바꿔야 한다는 압박도 커진다. 이는 역시 비용 문제로 이어진다. 하지만 업계에선 여전히 애플이 EU의 뜻을 수용하는 쪽으로 기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 다른 제품군에 USB-C 단자를 적용한 상황에서 유럽 수출용 아이폰을 제외한 나머지 아이폰에 라이트닝 단자 적용을 고집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미 정보통신(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애플은 물론 EU가 제시한 조건을 충족시킬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라며 “그러나 소비자 만족도 측면에서 봤을 때 USB-C 단자를 적용하는 것은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라고 했다.

세계에서 가장 시장 규모가 큰 유럽이 충전 단자 표준화에 나선 가운데 애플이 계속해서 무선 충전기 확산 전략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애플은 2020년 아이폰12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기본 구성품에서 충전기를 빼고, 무선 충전기 맥세이프를 선보인 바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애플이 무선 충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미리 충전기 보급을 줄이려 한다는 추측이 나왔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샤오미는 지난해부터 애플의 ‘충전기 미제공’ 대열에 동참 중이다.

박수현 기자(htinmaki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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