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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순 詩 논란에...시인 류근 “함량 미달일 뿐, 성추행 옹호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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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순 대통령 비서실 총무비서관이 과거에 쓴 ‘전동차에서’라는 시를 놓고 성추행을 미화하는 묘사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시인 류근씨는 “이 시는 실패한 고발시, 실패한 풍자시, 실패한 비판시일 수는 있어도 ‘성추행 옹호 시’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

2013년 12월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는 류근 시인.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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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씨는 15일 페이스북에 쓴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은 해야’라는 제목의 글에서 “수십 년 시를 읽은 사람으로서 그냥 침묵할 수 없어 굳이! 한 마디 남긴다”며 이같이 적었다. 류씨는 평소 소셜미디어에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지지하는 글을 자주 올리는 인물이다.

‘전동차에서’라는 시는 윤 비서관이 검찰 공무원으로 재직하던 2002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뒤 출간한 시집에 나온다. 시에 쓰인 표현 가운데 문제가 된 부분은 “전동차에서만은 짓궂은 사내아이들의 자유가 그래도 보장된 곳이기도 하지요” “풍만한 계집아이의 젖가슴을 밀쳐 보고 엉덩이를 살짝 만져 보기도 하고 그래도 말을 하지 못하는 계집아이는 슬며시 몸을 비틀고 얼굴을 붉히고만 있어요” 등의 구절이다.

류씨는 그러나 이에 대해 “흐름과 맥락을 보면 오히려 지하철 안에서 벌어지는 젊은이들의 무례와 남성들의 성추행 장면을 드러내서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노인들과 여성들의 고통에 대해 뭔가 비판하고 고발하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며 “나름 반어적이고 역설적인 풍자의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류씨는 “이 시를 비판하려면 차라리 시적 미숙함과 비좁은 세계관, 구태의연하고 졸렬한 표현과 묘사를 지적해야 한다”면서 “시의 완성도 측면에서 함량 미달처럼 보인다. 서툴고 유치하고 습작생 수준의 치기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류씨는 “지하철 안에서 벌어지는 성추행 행태를 묘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성추행 옹호 시’라고 비판받아야 한다면 <흥부전>에서 놀부의 행태만을 떼어내서 지문을 만들면 그 작품의 작자는 패륜과 악행의 옹호자가 되고 만다”면서 “작품 수준이 떨어진다고 해서 독자의 교양과 안목까지 망가지지는 말아야 한다”고 했다.

류씨는 다만 윤 비서관의 성 비위 연루 전력을 언급하며 “성추행 전력이 있는 인사의 비서관 기용은 분노스럽다”면서 “나쁜 놈들 욕을 하려면 정당하게 해야 한다. 작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얼마든지 다르게 읽힐 수 있는 문학 ‘작품’을 꺼내 들고 한 부분만을 들추어서 조리돌림 하는 것은 구차해 보인다”고 했다.

류씨는 그러면서 “긴 싸움이다. 중국 문화대혁명 때의 홍위병처럼 굴지는 말자. 이성과 지성의 힘으로 싸워야 한다”며 “실패한 시에 ‘성추행 옹호 시’라고 돌을 던지는 것은 페미니즘도 아니다. 그냥 어리석은 마녀사냥의 공범자일 뿐”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성 비위 논란을 겪고 있는 윤 비서관을 해임하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윤 비서관은 성폭력적인 신체 접촉과 언행으로 두 번이나 경고를 받았다”며 “윤 비서관은 자신의 시집에 지하철 전동차가 ‘사내아이들의 자유가 보장된 곳’이라며 지하철 성추행 행위를 구체적으로 묘사한 시를 실었다. 그것은 문학이라 할 수 없는 정말 끔찍한 인식”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윤 비서관이 시인으로 활동하면서 했던 여러 표현은 지난 20여 년 간 바뀐 현재 기준으로 봤을 때 일반적인 국민들 시각과 큰 차이가 있다”며 윤 비서관의 사과를 촉구했다.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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