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흑인들에게 총기난사 생중계한 18살…‘백인 대체론’이 뭐길래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 버펄로 총격범…‘백인 대체론’ 범행동기 선언

출산율 높은 비백인 탓에 ‘백인문명 붕괴’ 음모론


한겨레

15일 미국 뉴욕주 버팔로의 총기 난사 사건 현장 근처에서 한 시민이 분필로 추모 메시지를 쓰고 있다. 버팔로/AF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주 버팔로 슈퍼마켓에서 흑인 10명을 총으로 살해한 페이튼 젠드런(18)이 비백인 인구 증가가 백인들을 몰아낼 것이라는 ‘위기 의식’을 범행 동기로 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 각처의 인종 혐오 범죄에서 배경으로 등장하는 ‘백인 대체론’의 확산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젠드런이 인터넷에 공개한 180쪽짜리 ‘선언문’을 통해 흑인 밀집 지역을 찾아 360㎞를 차로 이동해 10명을 살해하고 3명에게 부상을 입힌 자신의 범행 동기를 ‘백인 대체론’으로 설명했다고 15일 일제히 보도했다. 젠드런은 이 ‘선언문’에서 자신을 파시스트, 백인 우월주의자, 반유대주의자라고 밝히며, 이번에 흑인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기는 했지만, 백인 문명을 무너뜨리려는 음모는 유대인들이 총지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젠드런은 3개월 전 그만둔 식료품점에서 4개월간 일했으며, 지난해 6월 다니던 고등학교에서는 위협적 표현을 쓰다 경찰 조사와 정신 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거대한 대체론’(Great Replacement)이라고도 불리는 ‘백인 대체론’은 출산율이 높은 이주민들이 몰려와 백인 문명을 붕괴시킬 것이라는 음모론이다. 이번 사건은 범행 동기와 함께, 선언문을 남긴 뒤 카메라를 달고 범행 장면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시간 중계한 점에서 2019년 51명의 목숨을 앗아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총기 난사와 흡사하다. 크라이스트처치 사건을 일으킨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백인 브렌턴 태런트(당시 29)는 2011년 노르웨이 노동당 주최 청소년 캠프가 진행되던 우퇴위아섬 등에서 77명을 살해한 사건을 모방하려 했다고 밝혔다.

크라이스트처치 사건과 같은 해에 미국 텍사스주 엘파소에서 히스패닉들에게 총격을 가해 23명을 숨지게 한 패트릭 크루시어스(당시 21)도 우퇴위아섬과 크라이스트처치 사건이 자신에게 영감을 줬다고 밝혔다. 크루시어스는 사건을 일으키기 20분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성명에서 ‘비백인’ ‘이민자’들에 대한 적의를 드러낸 바 있다. 백인 이외의 인종을 겨냥한 ‘끔찍한 학살’이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줘가며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형 인종 범죄의 배경이 된 ‘백인 대체론’은 프랑스 작가 르노 카뮈(75)가 설파한 주장이다. 처음엔 극우 인종주의와 종말론을 결합한 괴상한 주장쯤으로 치부됐으나 점차 세력을 얻어가고 있다. 지난 4월 프랑스 대선에서도 이를 주장한 후보가 있었고, 미국에서는 <폭스 뉴스> 유명 진행자 터커 칼슨이 공공연히 백인 대체론을 얘기한다.

미국에서 발생한 또다른 끔찍한 인종 범죄에 대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모두는 미국의 영혼에 얼룩으로 남아 있는 혐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17일 사고 현장인 버팔로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한편 버팔로 총격 사건 이튿날인 15일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교회에서 발생한 총격으로 1명이 숨지고 4명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당시 교회에는 주로 대만계 교인들이 머물고 있었다. 60대 아시아인으로 알려진 총격범은 교인들에게 제압당해 경찰에 넘겨졌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항상 시민과 함께 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 신청하기‘주식 후원’으로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