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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고개 숙인 공수처…출범 480일 지났는데 아직 "걸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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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처장 333일 만에 기자간담회…'검사 13명이면 충분'에서 '제도 미비'

(서울·과천=연합뉴스) 이대희 이보배 기자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16일 333일 만에 기자간담회를 열어 그간의 미숙한 수사력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공수처는 대선 국면에서 당시 후보자였던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동시다발 수사를 벌였지만, 윤 대통령의 관련성을 밝혀내기는커녕 주요 수사 국면마다 헛발질하며 '정치적 수사' 논란을 일으켰다.

김 처장은 그러나 이런 수사 실패에도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내놓지 못한 채, 여전히 제도 설계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만 반복해 전체적인 조직 쇄신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인사하는 김진욱 공수처장
(과천=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16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사하고 있다. 2022.5.16 saba@yna.co.kr



◇ 김진욱 "미숙한 모습 보여 송구"…그간의 실책 인정

김 처장은 이날 오전 과천 공수처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언론과 직접 소통에 나섰다. 지난해 6월 17일 첫 자리 이후 두 번째 기자간담회다.

그는 모두 발언을 통해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 미숙한 모습을 보여드린 점 먼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처장이 말한 '미숙한 모습'은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윤 대통령을 총 네 차례나 수사 대상으로 올렸음에도 어느 하나 관련성을 확인하지 못한 '수사 실패'를 의미한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오르며 정치 행보에 시동을 걸던 지난해 6월 ▲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교사 사건 수사 방해 의혹 ▲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사기 사건 부실수사 의혹 등 2건에서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해 파문을 일으켰다.

대선 분위기가 고조되던 지난해 9월에는 고발 사주 의혹으로, 11월에는 판사사찰 문건 작성 의혹으로 또다시 윤 대통령을 입건해 수사 선상에 올린 사실이 알려졌다.

하지만 판사사찰 의혹을 제외한 나머지 3건에서 윤 대통령의 관련성을 확인하지 못한 채 불기소 처분했다. 길게는 1년 가까이 수사를 했음에도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만 일부 혐의로 기소했다. 결과적으로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정치적 수사'를 벌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수사 과정도 참담했다. 말 그대로 '좌충우돌'하며 법조계에서 "이해할 수 없는 수사"라는 차가운 시선을 받았다.

압수수색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고, 고발 사주 의혹의 첫 관문이었던 손 보호관의 신병을 확보하려고 무려 세 차례나 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당했다.

여기에 무분별한 통신자료 수집으로 '사찰' 논란까지 빚어지면서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더해 수사 능력까지 의심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연합뉴스

생각에 잠긴 김진욱 공수처장
(과천=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16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왼쪽은 여운국 차장. 2022.5.16 saba@yna.co.kr



◇ 인력 부족·제도 미비 지적…'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김 처장은 작년 4월 16일 첫 검사 임용이 13명에 불과해 부족하지 않겠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작 '최후의 만찬'을 비유로 들며 "(그림 안에는) 13명 가운데는 무학에 가까운 갈릴리 어부 출신이 많은데, 세상을 바꾸지 않았느냐"며 "(검사) 13명이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1년여가 지난 이 날 김 처장은 "수사 대상 고위공직자가 7천명이 넘지만, 공수처 검사는 23명 수준으로 최근 개청한 (검찰) 남양주지청과 비슷한 규모"라며 인력 충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처장은 이 밖에 보안에 취약한 청사 위치, 선별입건제도 등 공수처 제도의 설계상 미비점을 문제 삼았다. 선별입건 제도의 경우 김 처장이 지난해 6월 18일 "입건을 하고 바로 처리 결과를 (고발인에게) 통지하는 부분을 개정해야겠다는 의견이 내부에서도 있다"고 언급할 정도로 문제로 인식됐지만, 실제 제도 폐지는 지난 3월에서야 이뤄졌다.

김 처장은 "최대한 빨리 범죄 수사와 공소 유지 역량이 충분히 제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아직 걸음마 단계인 공수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데에 제도의 설계상 미비점이나 공수처법상 맹점이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하지만 이는 출범 전부터 꾸준히 지적된 문제라는 점에서 출범 후 480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같은 '이유'로 수사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건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처장은 '공수처 폐지' 목소리가 비등하는 상황에서, 공수처 존재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도 호소했다.

그는 "공수처는 시대적 과제의 해결을 위해 어렵게 도입된 제도"라며 "찬성과 반대를 떠나 이왕 도입된 제도가 잘 안착할 수 있도록 모든 분께서 도와주시는 것이 우리 모두를 위한 길"이라고 요청했다.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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