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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김정은 직접 나섰는데도… 北 코로나19 비상 대응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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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협의회서 "의약품 공급 차질" 질타… 軍투입 지시

'전국적 감염병 유행'에 대응 매뉴얼 없어 혼란 관측도

뉴스1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15일 의약품 공급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평양시내 약국을 현지지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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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북한이 사상 처음 겪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국면 속에 혼란을 피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직접 나서 상황을 관리하고 있지만 연일 문제점만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모양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자에서 아직 체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은 북한의 코로나19 방역 및 의료대응 현황을 솔직하게 공개했다. 김 총비서가 주재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협의회에서 지적된 문제들을 낱낱이 알린 것이다.

신문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15일 소집한 회의에서 코로나19 의심 발열환자 치료 등을 위한 의약품 공급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그는 "정치국이 비상지시를 하달했음에도 아직도 동원성을 갖추지 못하고 집행이 바로 되지 않고 있다"며 의약품들이 약국에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비상지시는 지난 12일 하달된 것이다.

김 총비서는 내각과 보건부문에서 '무책임한 사업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해당 부문이 "인민에 대한 헌신적 복무정신을 말로만 외우고 발 벗고 나서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김 총비서는 북한의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중앙검찰소장에게도 의약품 공급과 관련한 행정명령, 부정비리로 추정되는 '여러 부정적 현상'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직무태공'이자 '직무태만 행위'라고 규정했다.

신문은 김 총비서가 직접 사법·검찰부문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가책도 느끼지 못하고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신랄한' 질책을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노동신문의 이 같은 보도내용은 북한 당국이 닷새 전 '최대 비상방역체계'를 이행하면서 각 단위에 내린 '시급한 조치'들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코로나19 대응에 관한 김 총비서와 당의 결정사항이 연일 관영매체 보도 등을 통해 북한 전역에 하달되고 있지만, 각 지역·단위에선 그 이행계획은커녕 실태조사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는 북한의 이번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전국적 사태'가 됐기 때문인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런 가운데 북한 내 코로나19 의심 '열병' 확산세는 시간이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북한 매체 보도 기준으로 지난 12일 1만8000여명이었던 일일 신규 발열 환자가 15일엔 39만여명으로 급증했다. 사망자 또한 지난 4월 말 이후 이달 12일까진 6명에 그쳤지만, 이후 닷새 만에 44명이 추가로 사망해 15일 기준 50명이 됐다.

뉴스1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15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협의회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과 관련해 의약품들이 제때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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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비서는 지난 12~15일 기간에만 관련 대응 논의를 위해 당 회의를 3차례 소집했고 현지지도도 2차례 다녀왔다.

북한의 이번 코로나19 유행 상황과 관련해 간부들의 '무능력'이 지적된 건 대규모 감염병 발생시 대응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 총비서는 이번 사태를 "건국 이래 대동란"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노동신문은 앞서 14일자에선 "과학적인 치료방법을 잘 알지 못해 약물 과다복용을 비롯한 과실로 인명피해가 초래됐다"며 그 대응체계가 확립되지 못했음을 자인했다.

이런 가운데 김 총비서는 15일 정치국 회의 주재 뒤 직접 평양시내 약국을 찾아 문제점을 파악하기도 했다. 신문은 김 총비서가 약국을 '24시간 체계'로 운영해야 한다며 "지금 전반적인 약국들이 자기의 기능을 원만히 수행할 수 있게 꾸려지지 못했다" "진열장 외에 약품 보관 장소도 따로 없는 낙후한 형편이며 판매원들은 위생복장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북한이 이처럼 자신들의 열악한 방역·의료 환경을 대내외에 노출하는 것 자체가 나름의 '자신감'을 표출하는 것일 수 있단 분석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약점을 감추지 않는다는 건 오히려 현 상황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계획을 갖추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김 총비서가 직접 나서 주민들에게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알리고 간부들을 다그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의 권위를 다지고 이른바 '애민정신'을 부각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김 총비서는 일단 군을 투입해 이번 의약품 공급난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군의부문에 "평양시 의약품 공급 사업을 즉시 안정시켜라"라고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군이 비축한 상비약품도 일부 주민들에게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 총비서는 앞서 14일 회의에선 최고 지도자 일가를 위해 비축됐던 상비약도 주민들에게 지원하겠단 뜻을 밝히기도 했다.
seojiba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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