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투쟁 표창장에 새겨진 86정치인들의 이름
곧바로 권력과 기득권의 상징이 되버려
잇따르는 성범죄에 진정한 성찰은 없어
시대정신은 있었지만 도덕성은 바닥에
존중받을 자격없는 적폐로 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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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 열사 영결식 당시 연세대 백양로 모습. 국가기록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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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 열사 영결식 당시 연세대 백양로 모습. 국가기록원 제공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했다. 군사정권 시절 소수의 의식있는 청년들은 민주화 투쟁에 몸을 바쳤고 실로 창대한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었다.
그런데, 그 창대함은 그대로 권력이 됐다. 민주주의 표창장에 이들의 이름만 새겨져 있고 그 댓가로 대한민국을 최소한 15년은 지배했다.
이제는 야당이 된 민주당으로 시선을 돌리면 30년 동안 당의 주인이었다.
80년대 학번, 60년대생으로 불리는 이른바 '86그룹' 정치인들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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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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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원 기자
86그룹은 정치권에 진입한 이후 단박에 민주당의 주류가 됐다. 최근에도 직전 송영길 당 대표와 윤호중 직전 원내대표(현 비대위원장) 등 86정치인들이 주요 당직을 돌아가며 맡고 있고 여당 시절에는 각 정부 요직과 기관장들까지 섭렵했다.
4선인 우상호 의원은 16일 원로 정치인의 자리였던 국회의장 출마까지 선언했다.
민주화 투쟁의 댓가로 보기에는 충분함을 넘어 과도하다.
그 과도함은 2019년 조국사태를 계기로 계영배 처럼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내로남불과 선택적 공정은 86그룹의 위선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위선으로 감춰온 권력자로서의 이중생활은 들통나고 여성인권을 주창했지만 정치적 구호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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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왼쪽)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과 박홍근 공동선대위원장이 16일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를 마치고 대화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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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왼쪽)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과 박홍근 공동선대위원장이 16일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를 마치고 대화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잇따르는 성범죄로 인해 민주당은 성범죄당의 낙인이 찍혔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비위로 끝이 아니다.
이후에도 반성은 없다. 최강욱 의원의 성희롱 발언 추문이 가시기도 전에 3선 중진인 박완주 의원의 성비위 의혹이 불거졌다.
또 다른 의원의 성 비위 의혹과 보좌관의 성폭행 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민주당 주변에서 성범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 보좌진협의회가 "우리 당이 어쩌다 이 정도로 되었나?"라고 한탄할 지경이다.
이들 추문과 의혹의 중심에 86정치인들이 있다. 그리고, 사건에는 항상 권력이 동반된다.
이들은 사건이 불거지면 진상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려하고 심지어 피해자에게 2차, 3차 가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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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주 의원. 윤창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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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주 의원. 윤창원 기자
박완주 의원은 과거 당내에서 성비위 사건이 터졌을 때 "우리 사회는 지도층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단호해야 한다. 그래야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내로남불이 없다. 86정치인들의 도덕성 파탄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86그룹 정치인들에게 민주주의라는 시대정신은 있었는지 몰라도 도덕성은 군사정권 시절에 그대로 멈춰있다.
86그룹은 이제 더 이상 존중받아야 할 절대선이 아니다. 적폐로 변해버렸다.
이제는 내려놓을 때다. 지난 대선 때 86그룹 용퇴론이 나왔을 때처럼 또 다시 침묵한다면 곧 있을 지방선거에서 심판받을 것이다.
일회성으로 반복되는 반성과 쇄신, 대국민 사과쇼는 국민의 분노만 돋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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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노동의 새벽'.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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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노동의 새벽'. 연합뉴스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
86정치인들이 젊은날 열광했던 '노동의 새벽'의 작가 박노해는 1998년 특별사면으로 석방되면서 한 말이다.
86정치인들은 언제까지 과거를 팔아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할 것인가.
오늘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그들만의 전리품이 아니다. 그들처럼 80년대를 치열하게 살았지만 자부심만으로 조용히 살아가는 건전한 시민이 더 많다.
86그룹 정치인들은 기득권과 위선적인 도덕성으로 민주주의를 더 이상 오염시키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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