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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개발로 집 잃은 주민들의 눈물 어린 하소연… "눈뜨고 코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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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도시개발' 용역 인부들 강제 철거에…가스통·휘발유 두른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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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걸어잠그고 내부에 가스통과 휘발유를 가득 뿌려놨다는 효성지구 주민 A씨. /인천=지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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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인천=지우현기자] "순식간이었어요. 집에 있는데 그들(철거용역)이 쳐들어와서 방이다 부엌이다 가릴 것 없이 집기들을 모조리 부셨어요. 나중에는 굴삭기까지 동원해서 집을 반토막 내버렸어요. 이게 사람이 할 짓이에요?"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돼 지역 발전의 구심점 역할을 맡을 인천시 계양구 효성동 일대 '효성도시개발구역'은 전쟁터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포화가 휩쓴 지역이었다.

법의 모순을 이용한 시행사의 계략으로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해 길거리로 나앉게 됐다고 주장하는 주민들은 시도때도 없이 찾아드는 철거용역 인부들로 하루의 일상이 위기였다.

자신의 집집마다 LPG 가스통을 들여놓고 용역 인부가 발을 들이는 순간 심지를 당기겠다는 주민들. <더팩트>는 하루의 일상에 사활을 걸어야하는 효성도시개발구역 내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지난 13일 <더팩트>가 찾은 효성도시개발구역은 '철거 예정'이란 노란 딱지들이 폐허가 된 공장과 집들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붙어있었다.

밖에서 보이는 이들 건물의 내부 모습은 건물을 받히고 있는 철제기둥만 멀쩡했을 뿐 바닥과 벽에는 부서진 판자들과 스티로폼이 가득 뒤엉켜 있었다.

일부 건물 출입구에는 시행사인 A도시개발이 부착한 것으로 보이는 "무단출입 시 형법 제319조, 제320조에 의하여 처벌 받을 수도 있습니다"란 경고 문구가 담긴 현수막들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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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긴 현관 뒤로 가스통을 세워 놓은 효성지구의 한 주민. /인천=지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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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효성지구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안내를 받아 찾아가게 된 B공장은 굳게 닫힌 출입문에 도착하기 전부터 휘발유 냄새가 코를 찔렀다. 출입문 바닥에는 안에 뿌린 휘발유가 새어 나와 검게 물들어 있었다.

잠긴 문틀 사이로 비대위 관계자가 한참을 설득한 끝에 입을 연 B공장 대표는 용역 인부가 공장 출입구에 발을 들이는 순간 심지를 당기겠다는 의미심장한 말부터 꺼냈다. A도시개발을 비롯해 계양구, 인천시 공무원들에게 속아 하루 아침에 신용불량자가 돼 아무런 보상도 못받고 길거리로 쫓겨나게 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B공장 대표는 "저는 이곳에 자리를 잡은 2019년 8월부터 단 한 번도 세를 밀리지 않고 꼬박꼬박 냈는데 부당 채무 불이행으로 신용불량자가 됐어요. A도시개발과 지자체가 저를 그렇게 만들었습니다"라며 "증거가 다 있는데도 대응을 할 수가 없어요. 민법은 변호사가 있어야 하는데 A도시개발이 여러 건을 걸어놔 건당 400~500만 원을 요구하는 변호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라고 울먹였다.

다른 곳도 상황은 비슷했다. B공장으로부터 조금 내려오면 보이는 가정집에서도 쇠문으로 된 현관에 작은 구멍을 내고 쇠사슬로 감아 문을 잠가버렸다. 비대위의 설득에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겠다는 이곳 역시 커다란 LPG 가스통이 출입문 한쪽으로 놓여있었다.

용역 인부들로부터 강제 철거를 당해 반파가 된 집도 있었다. 주민 C씨는 기자를 보는 순간부터 울먹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집에 앉을 공간이 없다고 설명하는 C씨는 또 다른 주민과 취재진을 안내하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어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어요."를 반복했다.

실제로 C씨의 집은 차마 집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반파가 돼 있었다. 굴삭기까지 동원해 집 한쪽을 부셔서 막아놨으며, 욕실과 부엌이 있는 벽도 일부 파손시켜 그 안으로 흙을 가득 밀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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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 인부들로 반파된 C씨의 집. 곳곳이 내려 앉고 흙이 들어온 상태에서 병든 C씨 남편이 누워있다. /인천=지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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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C씨의 남편은 병까지 앓고 있어 요양 중이었는데 이번 철거를 통해 아예 텐트에서 생활해야하는 처지에 놓여있었다.

C씨는 "사람의 탈을 쓰고 어찌 이렇게 모질 수가 있나요. 잘살지는 못해도 가족끼리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모든 일이 끔찍합니다"라며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이렇게 쫓겨난 게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지는 꼴입니다"고 분통해했다.

효성도시개발사업은 계양구 효성동 100번지 일원 43만4922㎡ 부지에 공동주택 3998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지난 2006년부터 시작됐지만 첫 시행사였던 효성도시개발이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태'에 휘말리면서 중단됐다가 2018년 A도시개발이 사업부지를 매입해 다시 추진됐다.

이와 관련, 비대위는 A도시개발이 토지보상법에 따라 '이주대책신청' 및 '수용재결신청'에 따른 보상의무를 해야했지만 되려 주민들이 무단점거하고 있다며 용역 인부를 통해 밖으로 내쫓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영옥 비대위 위원장은 "도시개발법 제1장 제1조에는 분명 이 사업의 취지가 낙후된 지역을 발전시켜 못사는 사람들을 잘살게 해주는 거 아니냐. 그런데 여기는 거꾸로 가고 있다"며 "A도시개발의 허위 서류가 나중에 거짓으로 들통났지만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지금 우리는 아사하거나 객사하거나 똑같은 입장이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철거반이 올 때마다 문 앞에 설치한 망루부터 올라간다. 올가미를 목에 두르고 집에 한 발자국이라도 내딛는 순간 뛰어내릴 생각"이라며 "A도시개발과 계양구, 인천시가 저를, 이곳 주민들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A도시개발 관계자는 "이곳은 우리 사유지로 정식절차를 밟고 철거하는 것"이라며 "기자든 뭐든 개인 사유지에 사진촬영 같은 거 하지 마라. (사진촬영 시 고소할꺼니까) 명함 주고 가라"고 말했다.

한편, 비대위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한 국민감사청구를 감사원에 신청한 가운데 국민의힘 인천시당은 감사원의 감사를 촉구했다.

최근 경찰과의 오랜 대치 후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 인천 남동구 고시원 비극 사태와 같은 제2의 참사가 벌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인천시당은 지난 15일 논평을 내고 "효성도시개발 사업을 둘러싼 주민들의 반발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며 "시행사 특혜 의혹과 공무원 개입 의혹 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민들은 박남춘 등이 한강유역환경청 등의 제안을 모두 배제한 채 효성도시개발구역 개발계획 수립 변경안을 조건부 가결했다며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사업시행자에겐 막대한 부당이익을 공여했고 생태환경파괴 등 공익성을 훼손했다는 이유를 들어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동안 효성지구개발은 주민들과 시민단체, 정당 등의 잇반 반발과 문제제기가 있던 곳"이라면서 "무언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나 흑막이 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고 강조했다.

인천시당은 "감사원은 지체 없이 효성지구 개발 전반에 대해 철저한 감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경찰도 지방선거 기간에 구애받지 말고 즉시 효성지구 개발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해 주민들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infac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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