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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文정부 靑 곳간지기 이정도 전 총무비서관, 기재부 돌아온다…흙수저 신화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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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비(非)고시·7급 신화’로 유명한 이정도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친정인 기획재정부에 복귀한다. 청와대 비서관 이력은 평소 같았으면 차관급 자리를 보장받는 자리지만, 정권 교체기엔 전 정부에서 일했다는 일종의 ‘낙인’이 찍혀 통상 사표를 내는 게 관례였다. 더욱이 이 전 비서관은 5년 내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근무했던 터라, 그의 인사를 두고 기재부 내부에선 난감해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16일 관가에 따르면, 이 전 비서관은 최근 총무비서관직을 내려놓고 기재부 본부로 복귀했다. 이 전 비서관은 지방대·7급 비고시 출신으로 이례적으로 기재부에서 ‘예산실의 꽃’이라는 국장 자리까지 올랐고, 2017년 청와대 비서관까지 발탁돼 단숨에 1급 자리까지 꿰찬 인물이다. “‘이 정도’는 일해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업무 능력을 인정 받았고, 늘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니는 등 기재부에선 상징적인 인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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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왼쪽)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함께 식사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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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복귀로 추경호 경제부총리 체제로 전환한 기재부는 다소 난감해졌다는 반응이다. 청와대 비서관(1급)에 맞는 기재부 내부 자리가 그에게 배분돼야 할 텐데, 차관보나 세제·예산실장직 등 주요 보직을 맡기기엔 문재인 대통령과 임기 5년 내내 동고동락 했던 핵심 참모진이었단 상징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과거 정권 교체기 기재부 출신의 마지막 청와대 비서관들은 대부분 친정 복귀가 무산된 바 있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 경제금융비서관이었던 김철주 전 비서관은 정권 교체 후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ADBI) 부소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노무현 정부 내내 비서관급인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구윤철 현 국무조정실장도 당시 미주개발은행(IDB) 자문관으로 갔다. 나머지 비서관들도 친정에 복귀하기 보단 사표를 내고 외부 자리로 도는 식이었다. 이명박 정부 마지막 경제금융비서관을 지낸 최원목 전 비서관만이 정권 교체 직후 유일하게 기재부로 복귀해 기획조정실장을 맡았던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 전 비서관이 통상 기재부 몫에 할당되는 경제비서관이 아닌, 총무비서관 출신이라는 점도 이례적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총무비서관은 특수활동비를 비롯한 대통령실 예산을 관장하는 자리로 이른바 ‘곳간지기’라고도 불린다. 이 때문에 역대 대통령들은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 즉 과거부터 친분이 두터웠던 최측근을 인선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문 대통령은 기재부 예산실 출신인 이 전 비서관을 중용하면서 화제가 됐었다.

추 부총리는 이미 인선이 이뤄진 1·2차관, 기재부 소속 외청장에 이어 실·국장급 인사 과제를 앞두고 있다. 이에 이 전 비서관을 둔 고민도 깊어질 거로 보인다. 기재부 내부에선 “추 부총리가 맞닥뜨린 최대 과제”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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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연합뉴스



이에 이 전 비서관이 향후 어떤 보직에 배치돼 업무를 이어갈지 주목되고 있다. 그의 이력이나 특기를 살리되 급에 맞는 보직에 배치하려면 예산실장 자리가 알맞다. 그는 1992년 7급 공채로 공직에 입문한 뒤 줄곧 기재부에서 관료 생활을 했고, 주로 예산실 업무를 봤다. 기재부 예산실 문화예산과장, 인사과장을 거쳤고 청와대 입성 전에는 국방·법사·안전·지방 관련 예산을 책임지는 예산실 행정안전예산심의관을 지냈다.

장·차관 보좌 경력도 여럿일 만큼 업무 능력이 뛰어나단 평가를 받는다. 2003년 변양균 당시 기획예산처 차관 시절 차관 비서를 맡았고, 장관 승진 뒤에도 그를 보좌했으며, 이명박 정부 집권 후에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비서관으로도 일했다.

그러나 최상대 2차관의 승진으로 공석이 된 예산실장에는 김완섭 예산총괄심의관(행시 36회)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홍남기 전 부총리 비서실장 출신인 김 국장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전문위원으로 추 부총리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전 비서관은 당분간 ‘본부 대기’ 할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지금껏 1급 대기 전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도규상 현 금융위 부위원장이 비슷한 사례로 언급된다. 하지만, 그는 원래 금융위에서 주요 국·과장을 거쳤고 금융위 부위원장 승진이 예상되던 상황에서 그야말로 잠시 대기하던 상황이라 이 전 비서관과는 결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세종=박소정 기자(so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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