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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무더기로 격리하고 돌봄공백 방치…‘사회적 무덤’ 된 요양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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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빼앗긴 삶 23709]

① 요양병원에 갇힌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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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9일 광주광역시의 한 요양병원에서 비대면 면회가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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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가 2년을 넘겼지만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이들은 매일 발표되는 사망자 숫자로만 남았습니다. 끝없는 위기 속에서 산 사람은 살아야 했기에 ‘애도의 자리’는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기억하고 이별을 아파하고 울음을 토해내는 ‘애도의 시간’은 제대로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차마 떠나보내지 못한 슬픔은 집단적인 상처가 되었습니다.

<한겨레>는 창간 34돌을 맞아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2만3709명(15일 0시 기준)을 기억하고, 촛불을 드는 애도의 자리와 시간을 마련합니다. 이 애도 기획을 통해 늦었지만 코로나 희생을 드러내고 온라인 추모소 ‘애도’(www.hani.co.kr/interactive/mourning)를 열어 ‘사회적 장례’를 시작하려 합니다. 작별인사도 못하고 사랑하는 이를 떠나 보낸 수많은 가족, 친구의 슬픔을 나누고 그들을 애달프게 지켜본 의료진, 돌봄노동자 등의 이야기를 담겠습니다. 이 슬픔을 함께 대면하고 기록해, 코로나로 빼앗긴 삶을 숫자로만 남기지 않으려고 합니다.



코호트 격리 조처에 집단감염 사망 폭증


2020년 말부터 경기도의 한 요양병원에서 일한 간호사 ㄱ(54)씨는 지난 3월 매일 확진 환자를 한 방 또는 한 층으로 배치하는 작업을 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정점이었던 시기, 방마다 거의 매일 확진 환자가 나왔다. 결국 배치 작업은 지연됐고, 속수무책 확진자와 비확진자가 뒤섞이는 상황이 벌어졌다. 간병인이나 의료진도 확진되는 경우가 많아, 식사 도움과 체위 변경 등 기본적인 돌봄조차 여의치 않았다. 식사도 거른 근무자들이 과로에 시달리며 이를 떠맡았다. 고령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도 많았지만, 상급종합병원이나 전담요양병원 등으로의 전원은 “병상 부족”을 이유로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델타 변이가 유행한 지난해 12월에도 마찬가지였다. ㄱ씨는 이때마다 불안했다. ㄱ씨는 “의료장비가 없는데 ‘무방비 상태’에서 환자를 관리해야 했다”고 말했다.

고위험군이 밀집한 요양병원·요양시설·정신병원 등 격리 시설에서의 집단감염은 팬데믹 기간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가령 최근 발생한 100명 이상 집단감염 13건 중 요양병원 7건, 요양원 1건 등 8건이 요양병원·시설에서 발생(정신병원 2건, 의료기관 2건, 정신요양시설 1건)했다. 오미크론 변이(BA.1, BA.2)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시기인 올해 1월1일~5월7일 약 4개월간 전체 코로나19 사망자는 1만7726명이었는데, 요양병원에서 5756명, 요양원에서 306명 등 34.2%인 6062명이 요양병원·시설에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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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비확진자 섞인 다인실…먹는 치료제 투입도 늦어


코로나19 유행 초기이던 2020년 2월부터 정부는 격리 병동의 집단감염에 대한 코호트(동일 집단) 격리 조처를 했고, 이 과정에서 집단감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쏟아져나왔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뒤 2020년 2월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나온 청도대남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병동, 2020년 12월 서울 ㅁ요양병원 등이 대표적이다. 병원 전체를 코호트 격리하는 경우는 적어졌다고 해도, 결국 감염관리가 되지 않는 상황은 비슷했다. 밀폐된 조건과 다인실 구조에서 확진자와 비확진자가 뒤섞이며 위험도가 높아졌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요양시설과 요양병원은 한 방에 적게는 4개 병상에서 많게는 10~30개 병상이 들어가 있다”며 “한명이 확진되면 급속도로 퍼지고, 전체 병원을 격리하면 유럽에서 보듯이 ‘사회적 무덤’이 될 우려가 있었다. 접근도 안 되고, 폐쇄된 공간”이라고 말했다. 다인실 구조의 감염 취약성은 최근 이손요양병원 의료경영연구소가 자체 조사해 지난 11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올해 2월7일부터 4월13일까지 입원 환자 중 203명이 확진됐는데, 이 중 5~6인 다인실에서 발생한 감염자가 63.9%를 차지했다. 반면 4인실, 2인실, 1인실 확진자 비율은 각각 27.6%, 2%, 1.5%로 차이가 있었다.

요양병원 내 의료적 대응도 충분하지 못했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미생물학교실)는 “요양병원이 병상으로 잡혀 있지만, 감염 확산 때는 치료 개념으로 보기 어렵다”며 “구조상 와상(누워 있는 환자) 환자들이라 격리도 잘 안됐을 것”이라며 “팍스로비드를 요양병원부터 바로 쓸 수 있어야 했는데, (공급 부족 등으로) 조처가 늦었다”고 말했다.

인력난에 종사자도 ‘위험’…방호복 하나로 3~4일 버티기도


특히 요양병원·요양원·정신병원 등에서는 의료·돌봄 인력 부족으로 감염 피해를 키웠고, 현장 종사자들도 위험에 빠졌다. 전지현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요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해 요양보호사가 확진되면 대체인력이 없어 남은 직원은 2~3배 일을 더 해야 했다. 방역물품 지급도 늦어져서 3~4일씩 같은 방호복을 입은 경우도 많았다”며 “요양보호사들의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면역력이 떨어져 더 많이 확진되고 아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15일 포스트 오미크론 대책을 발표하며 올해 10월까지 요양시설 인력 기준을 수급자 2.3명 대 1명(요양보호사)으로 강화한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요양보호사 1명이 수급자 3~4명 이상을 보는 구조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전 사무처장은 “2 대 1 수준까지 충원하기 위해 인력 기준을 바꿔야 한다. 코로나 3년차인데 중장기 대응으로 바뀐 게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 전담요양병원 운영했지만 ‘임기응변식’ 대응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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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시설 집단감염은 팬데믹 초반부터 심각한 문제였지만 정부는 줄곧 임기응변식 행보를 보였다. 요양병원의 감염 취약성이 제기되자,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감염병전담요양병원(초기 5곳)을 운영했다. 확산 상황에 따라 병원 수를 줄였다 늘리기를 반복해, 지난 12일 기준 39곳이 운영되고 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요양병원 등 약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없으니 정부가 상황을 심각하게 보지 않았고, 대책도 땜질식이었다”며 “환자들의 밀집도를 줄이거나 간병인이나 요양보호사 감염관리 교육을 강화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은 안 하고, 면회를 금지하거나 종사자 검사 횟수를 늘리는 식으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정부는 오미크론 확산으로 요양병원·시설 돌봄 공백이 발생하자, 지난달 1일부터 요양보호사 현장실습생을 요양병원·시설 등 코로나19 현장에 투입하기로 해 비판을 받았다. 석재은 교수는 “정부가 코호트 격리를 하고 나서라도 의료진이나 간병인력을 충분히 투입했어야 한다”며 “대체인력이 없다고 해서 훈련되지 않은 실습생을 투입할 게 아니라, 요양원 같은 공공시설은 대체인력 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전문병원 등 중장기 대책 필요”


노인전문병원을 만들고, 다인실 구조를 개선하는 등 중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김윤 교수는 “중환자실에서 진료를 받을 사람은 요양병원에서 치료하기는 어려운데, 대학병원에서 진료받기도 어렵다”며 “이들이 갈 노인전문병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석재은 교수도 “다인실이 아니라 1~2인실 비중을 늘리고, 시설 환경과 인력 기준을 개선해야 더 인간화된 돌봄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용 juneyong@hani.co.kr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코로나19 사망자 및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국가트라우마센터와 권역트라우마센터는 코로나19 유가족을 위한 애도 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국가트라우마센터 상담전화(02-2204-0001)에서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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