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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곽노성의 글로벌 인사이트] 신(新)정부의 ‘유능한’ 정책 ② 동맹 대결구도 속 한국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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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명예교수, BNE컨설팅 고문, 전 한국국제통상학회장

이투데이

10일 대통령 취임식에 주변 강대국들은 중량급 인사들을 보내어 신정부의 출범을 축하해 주었다. 중국은 역대 취임 축하사절 중 가장 고위급인 왕치산 부주석을 보냈고, 일본에서는 하야시 외무상을 축하사절로 보내 최악의 상황에 있는 한일관계 정상화의 의사를 표명하였다. 일본 외무상의 방한은 2018년 6월 이후 4년 만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또한 20일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일정이 있음에도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Second Gentleman)까지 파견하여 관심을 보였다. 이러한 주변 강대국들의 격 높은 축하사절 파견은 우리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점에서 기뻐해야 하는 한편, ‘국익’에 따라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국제관계에서 우리의 ‘선택’에 중대한 부담이 따른다는 점에서 무겁다.

미·중간 대결구도 속에서 세계는 러시아에 의한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하여 동맹관계가 새롭게 재편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안보동맹인 미·일·인도·호주 4자 간 안보대화(QUAD)와 미·영·호주 3국 동맹(AUKUS)에 더하여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기술품목에 대한 경제동맹체로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의 시동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고, 이에 대응하여 중국은 러시아, 북한과의 동맹 결속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경제는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충격에 더하여 중국의 상하이 봉쇄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하고 있고,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와 밀, 옥수수 등 식량작물 공급 충격이 겹쳐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물가상승세를 잡기 위해 미국 연준(FRB)은 이례적으로 ‘빅스텝’(0.5%)의 금리 인상과 보유자산 매각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어 우리 기준금리 또한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동맹체제’의 형성과 ‘세계경제의 3중 폭풍’은 ‘경제의 안보화’ 현상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으며 우리에게 ‘현명한’ 대외정책의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가 주변 강대국으로부터 요구받을 것으로 보이는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미국은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IPEF에의 동참과 기존의 QUAD에 어떤 형태로든 참여를 요구할 것으로 보이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무기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중국은 기존의 경제의존을 빌미로 미국과의 동맹이 중국을 적대시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 것을 요구할 것이다. 일본은 대법원의 보상판결에 따른 미쓰비시그룹의 국내자산 매각을 추진하지 말고, 2015년 한·일 간 합의를 위안부 문제의 최종합의로 이행하는 것을 전제로 수출규제를 풀겠다고 요구할 것이다.

이러한 요구에 대한 우리의 선택과 대응 여하에 따라 대외정책 목표의 달성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대외정책 목표는 ‘한반도 평화 정착과 경제적 번영’이다. 세계가 ‘동맹’으로 양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동맹에의 참여는 안전보장을 위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동맹은 국가안보를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자주적인 능력 배양과 동시에 다자 외교 등 다각적인 조치들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미 동맹에 참여하되 주변 강대국인 중국과 러시아와 척을 지는 일이 없도록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IPEF 구성 협상 시 타국과의 기존 경제관계는 조부조항(Grandfather’s Clause)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군사적 지원 대신 인도적 차원의 물품 지원으로 하는 등 ‘전략적 확실성’과 동시에 ‘원칙’에 근거하여 행동할 것임을 대내외적으로 천명하는 것이다. 한·미동맹의 강화와 동맹 분야의 확대로 위협을 느끼게 될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는 경제 협력과 교류를 계속하여 우리의 입장을 이해시키고 유사시 통일에 반대하는 일이 없도록 미리 손쓸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 구소련과의 지속적인 경제협력 관계 유지를 통하여 통일이 소련의 이익에 반하지 않음을 설득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곽노성 동국대 명예교수, BNE컨설팅 고문, 전 한국국제통상학회장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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