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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99% 폭락' 그는 알고있었다…하락 베팅 수억번 개미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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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코인 루나가 99% 폭락한 사흘 동안 수억원의 수익을 낸 개인 투자자의 거래 일지가 암호화폐 투자자 사이에서 화제다. 루나 폭락 전에 이를 예상하고 공매도 거래로 수천%의 수익률을 올린 기록이 담겨 있어서다.

공대를 졸업하고 6년차 개발자로 회사에 다니는 A씨는 “회사에서 일하던 중 한 대화방에서 내 블로그 글이 공유된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A씨의 블로그는 그동안 올린 글의 조회 수를 모두 합해도 1000회가 되지 않는 일기장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 8~13일 작성한 루나 공매도 투자 일지는 지난 15일 기준 조회 수가 15만회를 넘었다. 댓글도 수백개가 넘는다.

A씨는 지난 8일 블로그에서 루나와 자매 코인 테라의 생태계에 대해 “폰지 사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가 유지되려면 시장에서 루나를 계속 사줘야 한다"며 "결국 마지막에 루나를 사는 사람이 모든 손실을 감당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곧 루나가 폭락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고 이는 맞아 떨어졌다. 지난 15일 A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루나의 폭락을 예상한 시점은.

“지난 2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급등한 '웨이브'란 코인이 4월 폭락하는 걸 지켜봤다. 원인을 분석해보니 웨이브와 연동된 '뉴트리노 달러(USDN)'라는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가격이 1달러에 고정된 코인) 때문이었다. 뉴트리노 달러를 발행해 모은 돈으로 웨이브를 구매해 가격을 띄우는 순환 구조가 문제였다. 뉴트리노 달러가 1달러를 유지를 못 하면서 웨이브가 무너졌다. 그런데 루나와 테라도 똑같은 구조를 갖고 있었다. 테라의 가격이 1달러가 깨지는 시점에 같은 문제가 터질 거라고 예상했다.”

루나와 테라의 구조를 폰지 사기라고 본 이유는.

“테라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테라를 들고 있어도 쓸 데가 없어서다. 테라에 대한 실제 수요를 만들기 위해 테라폼랩스는 은행 역할을 하는 ‘앵커 프로토콜’이란 걸 만들었다. 현금을 주고 테라를 사서 여기에 맡기면 연 19.4%의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했다. 예치금이 몰렸다. 테라를 빌려주기도 했는데 대출 이자율은 연 12.4%였다. 역마진이다. 시중 은행도 역마진이 나는 특판 상품을 팔지만 한도가 정해져 있다. 테라는 한도가 없었다. 시장에서 계속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이자를 줄 수 없는 구조다.”

테라 설계자도 폰지 사기라는 걸 알았을까.

“테라 시스템 전체가 폰지 사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앵커 프로토콜만 떼어놓고 보면 유지가 불가능한 구조다. 테라폼랩스는 테라가 앞으로 실제 가치를 갖도록 구상했던 것 같다. 테라로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늘리고, 테라 기반의 게임을 출시하려 했던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높은 이자 때문에 테라가 실제 가치를 가질 때까지 지급준비금으로 버틸 수 없었다. 설계자도 못 버틸 것을 분명히 알았을 것이다. 너무 단순한 계산이다.”

폭락 시점은 어떻게 예상했나.

“앵커 프로토콜에 예치된 테라의 규모와 담보물인 루나의 시가총액, 예금과 대출 이자율 등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특성상 누구나 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준비금이 줄어드는 속도를 계산했다. 4월 11일에 계산했을 때 59일 뒤(6월 8일)면 뱅크런(대량 인출 시도)이 발생할 것으로 봤다.”

그보다 빨리 무너졌다.

A : “루나에 돈이 모이자 다른 알트코인도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트론(TRX)은 'USDD'라는 스테이블 코인을 출시했는데 연 30%의 예치 이자율을 지급한다고 했다. 많은 투자자가 테라를 팔고 트론으로 갈아탈 준비를 했다. 테라의 예치금이 더 빨리 고갈될 것으로 예상하고 매일 상황을 확인했다. 지난 8일에 테라의 가격이 0.99달러에서 1달러로 회복하지 못하는 걸 보고 공매도 거래를 시작했다.”

반등하면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었다.

“앞서 웨이브의 폭락 패턴을 보면서 공매도 포지션을 잡는 연습을 충분히 했다. 반드시 반등이 나타나기 때문에 내 포지션이 청산되지 않을 정도로만 수백만 원씩 쪼개서 투자했다. 사흘간은 제대로 잠도 못 자고 거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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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A씨가 암호화폐 루나를 공매도 거래한 내역 일부. A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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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재단에서 가격 방어를 위해 보유한 비트코인 약 4조원어치를 팔아 돈을 넣을 수도 있었는데.

“중간중간 익절(매수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차익을 남기며 매도하는 것)하면서 수익금을 확보했다. 반등이 예상보다 커지면 수익을 모두 잃기 전에 손절매(매입 가격 이하로 손해를 감수하고 마는 것)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루나 사태로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신뢰가 추락했다. 가장 규모가 큰 테더도 며칠째 1달러를 회복 못 하고 있다.

“테더도 조심해야 한다. 이번 사태로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깨졌고, 미국 정부가 규제할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테더는 테라와 다르게 현금과 채권 등 유동자산을 담보로 한다고 알려져 있다.

“(담보에서) 채권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그런데 이 채권을 대부분 제로 금리 시기에 사들였다. 금리 인상기에 채권 가격은 내려간다(채권 금리 상승). 테더가 보유한 채권을 모두 팔아도 테더의 시가총액보다 적을 가능성이 크다. 암호화폐 투자의 매력이 떨어져서 투자자들이 갑자기 대량 인출을 요구하면 현금을 못 돌려줄 수 있다.”

경제와 투자 공부는 어떻게 했나.

“나는 공대를 졸업한 평범한 직장인이다. 경제학은 한국방송통신대에 등록해 강의를 들었다. 대학생 때부터 적은 돈으로 주식과 부동산 투자를 연습했다. 지금은 주로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운용 자금 규모는.

“열 자리 단위(수십억 원)라고만 말씀드리겠다.”

폭락장에서 돈을 번 기분은.

“나는 돈을 벌었지만 그 과정에서 남들은 돈을 잃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투자 내역이 큰 관심을 받자 약간 두려워졌다. 그들이 잃은 돈 일부가 나에게 왔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루나와 테라의 문제점은 누구나 알 수 있었는데 왜 인식하지 못했을까.

“대부분 구조를 분석하지 않은 채 남들이 벌었다는 말에 조바심이 나서 따라서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구조를 모르는 상품에 투자를 안 한다는 게 내 원칙이다. 안 하면 최소한 잃을 일은 없다.”

암호화폐 시장 전망은.

A : “비트코인 붐이 인 2017년부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해 공부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분명히 쓸모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암호화폐는 아직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본다.”

Q : 가치가 없는 데 암호화폐에 왜 투자했나.

A : "그동안 암호화폐 거래는 거래소간 차액 거래로만 수익을 냈다. 이번 공매도 거래는 가치가 0이 될 것이란 데 투자한 것이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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