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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바람의 흔적, 보리밭의 ‘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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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여물어 가는 보리밭에 바람이 불자 보리싹들이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자연스럽게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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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은 예년과는 달리 파란 하늘이 익숙하게 느껴진다. 알고 보니 청량한 봄바람 때문이다. 대기 중의 나쁜 공기를 제법 센 바람이 몰아내 푸르른 5월을 볼 수 있는 것이다. 2년여간 코로나로 지친 심신에 맘껏 숨 쉴 수 있는 자유를 허락한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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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의령군의 작은 보리밭에 보리들이 편안하게 누워 있다. 바람이 지나간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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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경남 의령군의 좁다란 마을길을 달리다가 보리밭이 눈에 들어왔다. 이젠 들녘에서 보리농사를 거의 짓지 않아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기에 더욱 반가웠다. 잠시 차를 멈추고 바람에 일렁이는 보리밭의 풍경에 빠져들었다. 무엇에 홀린 듯 다가가보니 보리들이 밭 곳곳에서 옆으로 누워 있었다. 거센 바람이 보리밭에 남겨놓은 ‘흔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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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의령군의 작은 보리밭에 바람이 지나간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누운 보리들이 편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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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도 익으면 머리를 숙인다는 말처럼 보리들도 익어가면서 머리를 숙인다. 하지만 인간 세상은 아직도 그런 자연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이제 보리 수확이 얼마 남지 않았다. 부디 세찬 외풍을 슬기롭게 견디며 자연에 순응하는 ‘겸손’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 주기를 기원해 본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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