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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검수완판’ 인사…여기도, 저기도 검찰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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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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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국무위원 후보 및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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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첫 인사에서 검찰 출신이 요직을 대거 꿰찼다.사정을 담당하는 권력기관 핵심부와 대통령실 ‘문고리’는 물론, 공직 인사검증 기능까지 검찰 출신이 장악했다. 그 중에서도 윤 대통령과 손발을 맞춰본 인사들만 발탁한 ‘검수완판(검사와 수사관의 완전한 판)’ 인사라는 말이 나온다.

■대통령실 문고리 쥔 검찰 인사

대통령비서실 내에서도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자리는 윤 대통령과 20년 이상 인연을 맺은 검찰 수사관 출신 인사들로 채워졌다. 핵심 요직인 총무비서관과 부속실장에는 윤재순 전 대검 운영지원과장과 강의구 전 검찰총장 비서관이 임명됐다.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실의 재정과 인사 등을 담당해 통상 ‘곳간지기’, ‘집사’로 불린다. 영수증이 필요없는 특수활동비를 관리하는 자리여서 권한도, 위험도 컸다. 노무현 정부의 최도술·정상문, 이명박 정부의 김백준, 박근혜 정부의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재임 중 혹은 임기를 마친 뒤 비리에 연루돼 구속됐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사적인 인연이 없는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 이정도 비서관을 임명했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 최측근을 임명하는 관례가 다시 부활한 것이다. 윤재순 비서관은 1997년 윤 대통령이 수원지검 성남지청 평검사로 근무하던 시절부터 약 25년간 인연을 이어왔다. 검찰 재직 시절 성비위로 징계성 처분을 받은 사실이 알려졌지만 대통령실은 “정식 징계 절차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부속실장은 각 부처의 보고가 대통령 집무실에 도달하는 마지막 관문으로 통상 ‘문고리’로 불린다. 대통령 일정을 총괄 관리하는 탓에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알고 있는 위치다. 박근혜 정부 때는 각 부처 장관들도 대면보고를 하려면 제1·2부속비서관을 거쳐야 했다. 이들 역시 정권 부침과 운명을 함께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명박 정부 때는 김희중, 박근혜 정부 때는 정호성·안봉근 비서관이 구속됐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제1·2부속비서관실을 통합해 부속실을 새로 만들었다. 강의구 부속실장은 윤 대통령이 대검 중수부 평검사일 때부터 약 20년간 인연을 쌓아왔다.

■인사 라인도 검찰

인사수석실을 폐지하면서 대통령실에 새로 만들어진 인사기획관 자리에는 검찰 수사관 출신인 복두규 전 대검 사무국장(58)이 임명됐다. 인사기획관은 차관보급 직책으로 정부 전 부처와 공기업 인사를 담당하는 요직이다. 대검 사무국장은 검찰 일반직 인사와 행정 등 사무를 총괄하는데, 대통령실로 자리를 바꿔 국정운영 전반에 영향 미칠 인사 사무를 담당하게 된 것이다. 윤재순 비서관, 강의구 부속실장도 대검찰청에서 하던 업무를 대통령실에서 이어서 한다는 점에서 복두규 기획관의 사례와 유사하다. 검사 2000명, 일반직 6000명 규모의 검찰 운영 방식을 국정을 총괄하는 대통령실 운영에 이식하는 셈이다.

인사기획관을 보좌하는 인사비서관에는 이원모 전 대전지검 검사(42·사법연수원 37)가 임명됐다. 이 비서관은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대검 연구관을 지냈고, 대전지검에서 근무하면서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 수사에 참여했다.

■민정수석 기능도 검찰·검찰·검찰

윤 대통령은 “사정기관을 장악했던 잔재를 청산하겠다”며 민정수석실을 폐지했지만, 정작 민정수석실이 담당하던 핵심 기능들은 다시 검찰 출신 측근에게 맡겼다. 법무부 장관에는 검찰 내 최측근인 한동훈 전 사법연수원 부원장(49·27기)을 지명하고, 차관에는 이노공 전 성남지청(53·26기)을 임명했다. 두 사람은 윤 대통령의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특수수사를 담당하는 3차장·4차장을 지냈다. 그간 대통령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부를 통해 검찰을 통제해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이 고리를 끊겠다는 선언이지만, 민정수석 기능까지 더한 법무부 장관에 최측근 인사를 앉혀 우려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최측근 법무부 장관을 통해 검찰을 직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법무부는 민정수석실이 담당해온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기능까지 맡게 돼 ‘부처 위의 부처’가 됐다는 말이 나오는 터다.

이재근 참여연대 권력감시국장은 15일 “대통령도 검사 출신인데 나머지 다른 직책들까지 검찰 출신으로 채우면 검찰에 힘이 너무 실린다”며 “나머지 기관들은 검찰 혹은 법무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대통령-법무부-검찰로 이어지는 직할 체제”라고 했다.

민정수석실이 담당하던 법률자문 업무와 감찰 업무는 각각 법률비서관과 공직기강비서관이 맡는다. 이 자리에도 검찰 출신인 주진우 전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47·31기)와 이시원 전 수원지검 부장검사(50·28기)가 임명됐다. 정권의 검찰 장악을 피하기 위해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면서도 민정수석실 기능은 코드가 맞는 검찰 출신 인사들로 채운 것이다.

이시원 비서관은 ‘서울시 공무원 갑첩조작 사건’의 수사·기소·공판을 모두 담당한 검사로, 국가정보원의 조작된 증거를 검증없이 법원에 제출했다. 이 비서관의 임명을 두고는 검찰 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검찰의 한 부장검사는 “국민 눈높이에 안맞는, 솔직히 적합하지 않은 인사”라고 했고, 또 다른 검찰 간부는 “다른 곳도 아니고 공직기강을 맡겨야 하느냐”고 했다.

■권력기관 요소요소도 검찰·법조

역대 정부에서도 검찰 출신 인사들이 전진 배치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박근혜 대통령은 검사 출신 정홍원 총리의 후임으로 역시 검사 출신인 안대희 전 대법관을 지명했다. 또 국정원 2차장에는 김수민 전 인천지검장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는 우병우 전 대검 수사기획관을 기용했다. 검찰 출신들의 전진 배치 직후 청와대는 검찰에 ‘관피아’ 수사를 발주했고, 이어진 사정정국으로 국정운영의 돌파구를 모색했다.

윤 대통령도 권력기관 핵심에 검찰 또는 코드 인사를 배치했다. 측근 법무부 장·차관에 이어 검찰총장에도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이두봉·박찬호·이원석 검사장 등이 거론된다. 검찰의 한 부장검사는 “특수통들은 자기가 일해본 사람들하고만 일하려고 한다. 대통령께서 검찰에 있을 때도 자기 사람만 쓰는 것으로 굉장히 유명했다”며 “한동훈 장관 후보자가 임명되면 검찰 인사도 특수통 일색으로 채워질 게 우려된다”고 했다.

경찰을 통할하는 행정안전부 장관에는 판사 출신인 이상민 변호사(57·18기)가 임명됐다. 검찰 출신은 아니지만 정부 내 대통령의 ‘숨은 측근’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서울대 법대 4년 후배로, 사석에서는 윤 대통령을 ‘형님’이라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으로는 대통령의 또 다른 검찰 내 측근인 조상준 전 대검 형사부장(52·26기)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검찰 재직 시절 론스타, SK그룹 사건 등 굵직한 특수수사를 대통령과 함께 했다. 인선이 이뤄질 경우 국정원장에 버금가는 실세 기조실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제처·보훈처·통일부도 검찰 인사로

법제처장에는 윤 대통령의 대학·검찰 동기인 이완규 전 부천지청장(61·23기)이 임명됐다. 법제처는 행정부 내 법률 유권해석 기구로, 정부의 시행령 등 하위법령 제정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때문에 여소야대 환경에서 거대 야당 주도의 입법에 법제처가 대항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을 달리 해석하거나 대통령령에 디테일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검찰의 수사권을 제한하는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도 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수사범위를 확대할 여지가 있다. 이 법제처장은 검사 재직 때 검찰 내 대표적인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이론가로 꼽혔다.

통일부 장관에는 대통령의 검찰 선배인 권영세 장관(63·15기)이 임명됐다. 권 장관은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학과 2년 선배로, 대통령의 정치 입문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보훈처장에는 역시 검찰 출신인 박민식 처장(57·25기)이 임명됐다. 윤 대통령 캠프에서 대선행보를 도왔다.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경기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지만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출마하자 사퇴했다. ‘보은성 인사’의 성격이 있어 보인다.

■“견제, 균형 될까”, “국정 만만하게 보나”

대통령실과 내각의 요직에 검찰 출신 인사를 대거 발탁한 것을 “다양성이 부족하다”, “국정을 쉽게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역대 정부 모두 코드 인사가 있었고, 호흡이 잘 맞는다는 장점도 있었다”며 “그러나 대통령은 보좌진을 통해 간접적으로 시민들과 소통하게 되는데 이 과정의 다양성은 약해질 수 있다”고 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도 “역대 정권마다 측근 인사는 있었지만 정도와 범위가 있는 것인데, 윤석열 정부처럼 전면적으로 인사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측근이 주변에 많다는 것은 정부 내에서 긴장감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고, 이는 대통령만 쳐다보는 구조로 귀결될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과 유사한 경험을 공유하는 측근들은 이견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대통령의 그릇된 판단도 바로잡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성이 인정되는 다른 분야까지 검찰 인사를 중용한 것을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민식 보훈처장이 대표적인 예다. 오창익 국장은 “그간 보훈처장은 예비역 장성 출신이나 독립운동가 자손들이 번갈아 맡아왔다”며 “우리나라 일꾼은 검찰 출신 밖에 없는 것인지,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만만하게 보는 게 아닌지 싶다”고 했다.

‘능력주의’를 앞세운 인사는 지역·성별 형평성의 상실로 이어졌다. 그나마 ‘능력주의’는 대통령과 일을 함께 해본 사람들에게만 적용됐다. 검찰의 한 부장검사는 “정말 중요한 자리는 믿고 써봤던 사람을 쓸 수는 있지만, 안써봤어도 훌륭한 사람은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니냐”며 “내각도 특정 지역 출신이 대부분인데, 특정 지역 출신만 국민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했다.

이효상·허진무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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