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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응원하려고” “백신피해 사과하라”…주말 양산사저 앞 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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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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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첫 주말인 14일과 15일 경남 양산 사저 일대는 평온한 듯 소란스러웠다. ‘먼발치에서라도 문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하는 기대감을 안고 찾은 지지자들과 “가족에게 입힌 백신 접종 피해를 사과하라”고 촉구하는 시민단체가 사저 앞 좁은 도로에 뒤섞였다.

15일 오후 양산 하북면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도로. 밭 건너 100m 거리의 사저를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찍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자연인 문재인’을 응원하러 부산에서 왔다는 김모 씨(48)는 “사저에 설치됐던 가림막이 치워졌다는 소식을 듣고 문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싶어 왔다. 부디 이곳에서 편안하게 보내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가 늦도록 삼삼오오 사저로 향하는 방문객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지인 5명과 자전거로 울산에서 왔다는 50대 남성은 “지지자는 아니지만 멀지 않은 곳에 전임 대통령 집이 있다니 기념 삼아서 방문했다. 조용한 삶을 꿈꿨을 텐데 지지자와 반대자들이 모여 시끌벅적하니 문 전 대통령도 이곳 주민도 한동안 고생이 클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대통령이 ‘미안하다’ 한마디만 해줘도…”

코로나19백신피해가족협의회(코백회)는 토요일인 14일 오후 3시경부터 사저 앞에서 100명이 참여한 가운데 집회를 열었다. 코백회는 문재인 정부가 권고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가족을 잃거나 사지마비 등 부작용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해 왔다. 이들은 “문 전 대통령이 퇴임해 10일 이곳으로 오며 ‘완전히 해방됐다. 자유인이다. 잊혀지고 싶다’고 소감을 밝힌 데 분노가 치민다”며 “무엇으로부터 해방인가. 정부 탓에 숨진 우리 가족은 어떻게 할 것인가. 최소한 사저 밖으로 나와 한 마디의 사과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백회는 사저 건너편 도로에서 “백신 피해, 정부 책임” “문재인을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문 전 대통령 사진에 계란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와 행진 과정에서 평산마을 주민 및 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퇴임한 대통령 집 앞에서 왜 이러나. 시끄럽다”고 항의하면서 코백회와 몸싸움 등 충돌을 빚기도 했다. 코백회는 “당신 가족이 백신 피해를 입었어도 그런 말을 하겠느냐”며 맞섰다. 코백회 회원 중 일부가 경찰이 설치한 바리케이드를 넘어 문 전 대통령 사저로 통하는 길로 뛰어들자 경찰이 저지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 후 26세 아들이 사지마비 피해를 입었다는 김모 씨(56)는 “우리는 보수단체가 아니다. 나는 문 전 대통령을 지지하기도 했다”면서 “정부가 백신 부작용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해서 믿고 아들에게 접종을 권했는데, 백신 부작용에 대해서는 일말의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유감스럽다. 미안하다’ 한마디만 해줘도 우리가 이처럼 분노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코백회는 애초 15일 0시를 넘겨 밤샘 집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이 많다는 경찰 중재에 따라 14일 오후 10시 집회를 끝냈다. 코백회 회원 20여 명은 15일 오전 다시 집회를 열었다. 코백회는 다음 주말부터 서울 연세대 앞과 서울역 광장 등에서 현 정부에 백신피해 대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14일 한 보수단체 회원들도 사저 앞 도로에서 문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시위를 열었다. 확성기를 동원해 사저를 찾은 지지자들을 향해 “문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 말라”는 취지로 거친 발언을 했다.

●주민은 “빨리 평온 찾게 해 달라”

방문객은 우려를 드러냈다. 한 방문객은 “문 전 대통령의 업적을 초등학생 아들에게 알려주려 이곳을 찾았다”면서 “조용한 분위기의 사저를 기대했는데, 심한 욕설을 섞어 발언하는 보수단체의 행태가 너무 심각하다. 경찰이 왜 이들을 저지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문객의 행렬과 집회가 끊이지 않자 평산마을 주민들도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부산에 살다가 조용한 삶을 꿈꾸며 5년 전 평산마을로 이주했다는 예모 씨(63)는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집회 소음은 물론, 차를 몰고 내 집을 드나들 때마다 경찰의 검문을 거쳐야 해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평온했던 일상을 빨리 되찾게 도와 달라”고 촉구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양산 덕계성당 미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확성기 소음과 욕설이 함께하는 반지성이 작은 시골마을의 일요일의 평온과 자유를 깨고 있다. 평산마을 주민 여러분 미안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양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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