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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건강 이상설’ 푸틴 혈액암?…사실일까, 종전 희망의 반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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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개전 이후 끊이지 않는 이상설

혈액암·갑상샘암·파킨슨씨 병 등 소문 무성

‘하루빨리 전쟁 끝났으면’ 종전 희망 투영된 듯


한겨레

9일 러시아 전승기념일에 모습을 드러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예전에 비해 부쩍 쇠약해진 모습이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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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확한 사실 확인이 어려운 러시아 최고 지도자의 ‘건강’을 둘러싼 논란이 거듭되는 것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비극을 멈출 인물이 푸틴 대통령밖에 없다는 답답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듯 보인다.

최근 푸틴 대통령의 건강 논란에 다시 한번 기름을 부은 것은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군사정보부장이었다. 그는 13일 영국 <스카이 뉴스>와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암과 다른 질병들로 인해 매우 아픈 상태(very sick)’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나라의 고위 당국자가 이 같은 ‘충격적 소식’을 전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밝히진 않았다. 그는 지난 3월27일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그동안 점령한 모든 지역을 한데 모아 한반도에서 그랬던 것처럼 ‘준국가와 같은 실체’를 만드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전한 바 있다. 이 예측은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의 2개 주뿐 아니라 헤르손주까지 합병을 노리는 것으로 확인되며 적중한 바 있다.

또 미국 잡지 <뉴라인스>는 14일 러시아 신흥재벌의 녹취록을 인용해 그가 “푸틴 대통령이 혈액암에 걸려 고통받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암이나 쿠데타 등으로 사망하기 바란다”고 말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 <파이낸셜 타임스> 등 이른바 권위지에선 푸틴 대통령의 건강과 관련해 비중 있는 보도를 내놓고 있지 않다.

한겨레

푸틴 대통령이 혈액암을 앓고 있다는 증언을 소개한 미국 잡지 <뉴라인스>. 푸틴 건강 이상설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뉴라인스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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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생으로 올해 69살인 푸틴 대통령의 건강과 관련해 이상설이 본격 불거진 것은 지난달 21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회담 장면이 공개된 뒤였다.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이 당시 공개한 12분간의 동영상을 보면, 푸틴 대통령이 회담을 시작한 직후부터 오른손으로 테이블 끝을 강하게 쥐고 회담 내내 놓지 않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확인한 우크라이나 언론인들이 트위터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말에 비해 푸틴 대통령의 분명 몸 상태가 나빠진 것 같다’는 감상을 남겼고, 루이스 멘시 전 영국 하원의원(보수당) 등 서구 인사들도 “푸틴 대통령이 파킨슨씨 병을 앓고 있다. 테이블를 강하게 잡고 있는 것은 오른손이 떨리는 것을 감추려는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전쟁의 조기 종결을 원하는 이들이 푸틴 대통령의 건강과 관련된 작은 신호들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다양한 추측과 소문을 쏟아내는 모습이다.

푸틴 대통령의 건강과 관련해선 이전에도 다양한 소문이 이어져 왔다. 러시아 독립 언론인 <프로엑트>는 지난달 1일 푸틴 대통령이 2016년과 2019년 사이에 갑상샘암 수술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과거를 더 거슬러 오르면, 발레리 솔보레이 등 러시아 정치분석가 등이 2020년 11월 푸틴 대통령이 암이나 파킨슨씨 병을 앓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정한 뒤 애초 목표였던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이우 점령에 실패하는 등 전황이 생각처럼 풀리지 않자 푸틴 대통령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9일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열린 2차 세계대전 전승 기념 행사 때 모습에서도 푸틴 대통령은 예전보다 부쩍 쇠약해진 모습을 노출했고, 참전 용사들과 나란히 앉은 가운데 혼자만 무릎 위에 두꺼운 담요를 올려 놓았다. 걸음걸이도 예전과 달리 절룩거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14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사울리 니뇌스테 핀란드 대통령과 전화회담을 하는 등 정상적인 공무를 수행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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