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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99% 폭락 ‘루나 쇼크’… “시스템에 문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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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쇼크’가 연일 계속되면서 가상화폐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15일 업계 관계자들은 “루나 시스템 자체에 결함이 있었다”며 이를 해결하지 못하며 이번 폭락 사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조선비즈

13일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모습.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자매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UST) 폭락으로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비트코인은 9개월여 만에 4천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연합뉴스



먼저 ‘루나 폭락 사태’ 원인을 알기 위해선 테라(UST)와 루나(LUNA) 코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UST는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스테이블 코인으로 볼 수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기존 코인보다 안정성을 높인 상품으로, 보통 미화 1달러와 1개 코인의 가치를 연동하는 코인을 뜻한다.

UST는 화폐가 아닌 수요에 따라 공급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가격 안정성이 유지된다. UST를 테라 프로토콜에 팔면 1달러를 지급하는 게 아니라, 1달러 상당의 루나를 지급하는 구조다. 1 UST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보유자는 테라폼랩스에 UST를 매도해 1달러어치의 루나를 받아 간다. 시장에서 UST 수요가 많아지면 가격도 올라가면서 1달러가 유지된다.

UST와 루나 가치가 같이 상승할 경우엔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으나, 동반 하락할 경우엔 문제가 생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1달러를 보장받기 위해 루나를 받아서 팔아야 하나, 루나 가격도 떨어지니 서로 빨리 루나를 인출받아 파려는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가 발생했다.

최근 글로벌 금리 인상으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며 투자자들이 UST를 판매하자 루나 가격도 함께 내려갔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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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들은 테라폼랩스가 설계한 시스템에 허점이 있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한 관계자는 “사실 이 시스템에 대해 구조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언젠가 문제가 터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같은 규모일 줄은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주혁 쟁글 매니저는 “UST 시가총액이 루나보다 높아졌을 때, UST 가치가 1달러를 유지 못 할 것이라는 전망이 항상 나왔다”며 “이번 루나 사태가 발생한 것도 UST 시총이 루나보다 높아진 시점과 맞물린다”고 했다. UST 시총이 루나보다 많다는 것은 UST 가치를 루나가 보증해주지 못한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선 UST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기에 1달러 가치를 보증받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테라폼랩스의 폭발적인 성장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의견도 있었다. 워낙 빠르게 성장하다 보니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좌초됐다는 설명이다.

이전부터 테라폼랩스는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대출 프로토콜 앵커를 활용해왔다. 테라폼랩스는 UST를 이 프로토콜에 예치하면, 연 이자로 약 20%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자는 현금 대신 UST로 지급됐다. 달러에 투자하는 이들이 미국이라는 국가의 신용도를 참고하듯, UST는 높은 이자율 등을 근거로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문제는 20%의 고정금리를 노린 사용자가 폭증하면서 앵커의 예치금이 너무 많아졌다는 점이었다. 테라폼랩스는 이율을 한 차례 수정해 18.03%로 줄였지만 여전히 부담은 컸다. 앵커 사용자들이 UST 대출도 활발하게 해야 UST 예치에 대한 이자를 원활하게 지급할 수 있는데, 대출 수요에 비해 예치 비중이 더 높았기 때문이다.

테라폼랩스는 이를 막기 위해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Luna Foundation Guard)’ 재단을 설립했다. 만일 UST가 고정 금리를 지급하지 못할 경우 비트코인을 팔아 이를 유지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UST의 1달러 페깅이 끝나면서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예치금을 인출하자 비트코인 만으로는 이를 버티기에 역부족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UST가 루나 토큰만을 담보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담보 가치가 급격히 하락할 경우 대응할 수 있는 명확한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구매해 담보 가치를 어느 정도 확보하려는 노력을 했지만, 비트코인도 하락하며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비트코인보다는 안정적인 담보 가치를 보유한 자산을 확보했어야 됐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블리츠랩스 이사는 “플랫폼 성장 속도는 매우 빨랐던 데 비해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시스템 리스크 관리 수준은 부족했다”며 “이번 루나 사태는 이를 따라가지 못해서 벌어진 현상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루나 쇼크 사태로 인해 다른 코인들 역시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UST-루나와 비슷한 알고리즘을 가진 코인의 경우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박 매니저는 “대표적으로 트론의 USDD와 웨이브의 USDN이 루나 알고리즘과 비슷하다”며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자 USDC와 같이 실물 자산으로 담보되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정수 기자(essenc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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