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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인터뷰] 지지큐컴퍼니 이용수 대표 “AI 게임 선생님 시대 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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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보는 학생도 모두에게 같은 내용을 알려주는 인터넷 강의뿐 아니라 자신에게 특화된 1:1 과외를 받고 싶어 하지 않나. 매달 수천만명의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 캐릭터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게임 커뮤니티에 접속하고, 게임 전략을 터득하기 위해 게임 유튜버 영상을 시청한다. 그러나 이들에게 제공되는 게임 관련 정보는 누구에게나 똑같은 천편일률적인 내용뿐이며, 전문가에게 게임 코칭을 받기엔 가격 부담이 크다. 지지큐컴퍼니는 인공지능(AI)을 통해 만원도 안되는 금액으로 전국 모든 ‘롤린이(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 어린이의 합성어)’가 개인화된 1:1 게임 코칭을 받을 수 있는 ‘AI 게임 선생님’ 시대를 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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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코칭 AI를 개발한 스타트업 지지큐(GGQ)컴퍼니의 이용수 대표.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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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설립된 지지큐(GGQ)컴퍼니는 AI 기술을 활용해 게임을 하는 방법을 코칭하는 스타트업이다. 지지큐컴퍼니는 2년간 40분 분량의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 경기 데이터를 1억건 이상 수집하고, 이 중 20만건의 경기를 선별했다.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게임 이용자에게 승률을 높일 수 있는 전략과 플레이 기법을 알려주는 AI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용자가 지지큐컴퍼니의 AI 코칭 데스크톱 애플리케이션(앱)을 PC에 다운로드받은 후 게임을 하게 되면, AI는 자동으로 이용자가 플레이한 모든 경기마다 데이터를 분석해 게임의 승패를 좌우한 중요한 순간을 선별한다. 그리고 각 순간에서 이용자가 어떤 선택을 했다면 승률을 높일 수 있었을지를 AI가 분석해 여러 영상으로 게임 종료 후 제공한다. 취약점을 보강하는 맞춤 훈련도 AI가 제공한다.

게임 코칭이라는 영역에 도전하는 이 회사는 올해 초 다올인베스트먼트(옛 KTB투자증권), 티인베스트먼트, IBK기업은행, 신한금융투자 등으로부터 11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다. 지지큐컴퍼니는 정식 서비스 전부터 기술력을 기반으로 총 123억원의 누적 투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지난 3일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이용수 지지큐컴퍼니 대표를 만났다.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에서 학사부터 박사까지 수료한 그는 2019년 29세 나이에 박사 졸업과 함께 회사를 창업했다. 그에게 AI 게임 코치를 개발하게 된 배경과 과정을 들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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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큐컴퍼니가 개발한 게임 코칭 AI가 게임 플레이어의 경기를 분석한 화면. /지지큐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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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박사 졸업 후 창업을 선택한 계기가 궁금하다.

“나 역시도 잠을 아껴가며 게임을 하는 ‘게임 덕후’였는데, 취미로 즐기던 게임의 코칭 시장이 앞으로도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도전했다. 카이스트에서 박사과정까지 공부하면서 교수가 되어볼까 생각도 했다. 함께 공부했던 동기들은 5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는 연구원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조금 더 어려워도 장기적으로는 더 미래가 있어 보이는 분야에 선구자가 되어 ‘베팅’을 해보고 싶었다.

특히 2019년 당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주당 50만원대에 게임 강의를 하는 게임아카데미가 큰 인기를 끌었고, 주변에서도 지인에게 돈을 내고서라도 게임 과외를 받는 친구들을 보게 됐다. 이때 불현듯 어려운 공학 내용을 다루는 교수나 연구원뿐 아니라 게임을 가르치는 강사가 미래엔 더 주목받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창업을 준비하게 됐다.”

ㅡ 게임 코칭 서비스는 이미 존재하지 않았나.

“앞에서 말했듯이 사람에게 직접 강의나 과외를 받는 건 비싸다. 해외에도 주목받는 게임 코칭 스타트업이 몇 곳 있는데, 모두 프로게이머 등 고급 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결국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합리적인 가격에 사업화하기엔 적절하지 않다. 찾아오는 사람에게 모두 프로게이머를 전담으로 붙여주는 건 어렵지 않겠나, 돈도 많이 들고.

게임 관련 통계 등을 제공하고 이용자끼리 전략을 공유하는 게임 커뮤니티도 존재하지만, 이는 개인화된 코칭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아니다. 여럿이 모여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전략 팁을 얻어가는 공간이지 나만을 위해 특정 전략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게임 ‘바람의 나라’가 큰 인기를 끌었던 2002년에도 ‘바람의 나라 공식 가이드북’이 출판되는 등 게임을 잘하고 싶어 하는 사람의 수요는 항상 있었다. 다만 이러한 수요를 제대로 흡수하고 장기적으로 사업 가능한 서비스를 내놓은 회사는 아직 없었다.”

ㅡ 게임 코칭 서비스를 게임사가 직접 제공하면 안 되나.

“그건 불가능하다. 우선 일차적으로 자사 게임 가이드를 상세하게 제공하는 것은 게임사가 스스로 비즈니스 모델을 파괴하는 행위다. 게임사는 새로운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출시하는 등 업데이트를 진행할 때마다 의도적으로 일종의 정보의 비대칭을 게임에 넣는다. 이용자들이 새롭게 게임을 파악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공략하려고 시도하는 것이 결국 그 회사의 게임을 굴러가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이드북이나 게임 분석을 게임사는 직접 하지 않는다. 예컨대 공식 가이드북은 그 게임사가 해당 내용을 확인했다는 것이지 직접 분석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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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큐컴퍼니가 개발한 게임 코칭 AI가 게임 플레이어의 누적 위치 히트맵, 동선 및 시야, 스킬 사용 등을 분석한 화면. /지지큐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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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지지큐컴퍼니는 게임 코칭 AI를 만들기 위한 재료를 어떻게 얻었나.

“2년간 라이엇게임즈로부터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 40분 분량 경기 리플레이 파일 1억건 이상을 수집했고, 그 중 20만건을 선별했다. 그리고 20만건의 게임 내 존재하는 모든 데이터를 AI가 객체 인식을 통해 추출할 수 있게 했다. 리플레이 파일이란 게임 이용자가 플레이한 경기의 암호화된 파일 형태로, 마치 곰플레이어로 파일을 열면 영상을 볼 수 있듯이, 누구나 라이엇게임즈에서 제공하는 플레이어로 해당 파일을 재생하면 자신의 경기를 다시 볼 수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라이엇게임즈로부터 자신의 경기 리플레이 파일을 받아볼 수 있는데, 일반인은 혼자 관리할 수 없는 막대한 양의 파일을 회사로부터 긴 시간 동안 확보해 AI를 훈련한 것이다.”

ㅡ 확보한 데이터로 AI는 무엇을 하나.

“구글 딥마인드가 만든 알파고가 바둑의 미래 여러 ‘수’를 미리 둬보고 우세도를 점치는 것처럼, 게임 코칭 AI도 게임 내 여러 상황에 대한 분기점을 나눠 사람의 각 행동이 게임 내 승률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다양한 가능성을 시험해보는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 게임 이용자의 전체 행동을 분석해 가장 승률이 많이 변화하는, 즉 가장 실수가 많은 부분을 뽑아내어 각 행위가 게임 승패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다른 선택지는 무엇이 있는지 등을 AI가 분석하는 것이다. 단순히 ‘야 전방 주시해야지’ 정도가 아니라 ‘적 편 정글러가 미니맵에 노출됐는데 이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라인을 밀다가 죽었다. 주기적으로 미니맵을 주시하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라고 AI가 알려주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AI 기술로 시뮬레이터 환경 속에서 각 이용자가 자신의 실력에 맞는 대련 상대와 게임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맞춤형 훈련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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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지지큐컴퍼니 대표가 게임 코칭 AI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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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비즈니스 모델이 궁금하다.

“기업 대 소비자(B2C) 모델과 기업 대 기업(B2B) 모델 모두 존재한다. 우선은 e스포츠 프로구단을 대상으로 B2B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전문가이기 때문에 직접 게임 전략을 제시한다기보단, 코치 및 감독이 선수를 대상으로 AI가 코칭을 보조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예컨대 분석가들이 많은 시간을 들여서 반복 작업으로 파악해야 하는 선수의 움직임 패턴 등 방대한 데이터를 AI가 대신 분석해서 잘 시각화된 자료로 제공하는 것이다.

회사의 주된 사업 모델은 B2C가 될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선보인다. 우선 모든 이용자에게 무료로 게임 코칭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들이 AI 코칭을 기반으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플랫폼을 조성할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는 광고 수익을 확보한다는 것이 우리 전략이다. 심화 AI 코칭을 희망하는 사람에겐 매달 1만원 이하의 구독료를 받고 부가 서비스도 제공해 구독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ㅡ 앞으로의 목표는.

“어떤 게임이든 다 전략이 중요하다. 아무리 쉬운 모바일 게임 중심으로 게임 트렌드가 바뀐다고 하더라도 어떤 게임이든 더 잘 플레이할 방법이 있으며, 게임 이용자들은 이 방법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입한다. 지지큐컴퍼니는 누구나 나만의 게임 과외 선생님을 얻어 게임을 ‘잘’ 할 수 있는 것을 돕고자 한다. 천편일률적인 가이드북이나 유튜브 영상이 아닌 자신만을 위한 게임 강의를 모두가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고자 하며, 차후엔 리그 오브 레전드뿐 아니라 다양한 게임 장르까지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소연 기자(soso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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