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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PGA 칼럼] 이경훈 뒤에는 부모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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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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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아들로 태어난 이경훈(31)은 타이거 우즈(미국)나 최경주(52)를 우상으로 삼는 부유한 또래 아이들과 달리 신형 골프채를 쓰거나, 골프복을 입지 않았다.

식당을 운영했던 그의 부모는 이경훈의 꿈과 목표를 위해 수입의 큰 부분을 저축하고 투자했다.

그 결과 이경훈은 부모의 희생을 아는 겸손한 사람으로 성장했다.

한국에서 5월 8일은 어버이날로 부른다. 어버이날을 맞아 이경훈은 모든 과정을 함께 해준 아버지와 홀로 한국에 남아 식당을 열심히 가꾸어낸 어머니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현재 31세인 이경훈은 미국 텍사스주의 TPC 크레이그 랜치에서 진행 중인 AT&T 바이런 넬슨에서 방어전을 치르고 있다. 2라운드 결과 132타(12언더파) 공동 6위로 선두 그룹(라이언 파마, 데이비드 스킨스)과는 3타 차다.

디펜딩 챔피언 신분으로다. 지난해(2021년) 5월 그는 생애 처음 이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첫 승까지는 힘들고 긴 시간이 걸렸다.

이경훈은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우승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모든 것을 도맡았다. 가장 힘든 일도 어머니 혼자서 해냈다. 아버지와 나는 함께 지냈기 때문에 형편이 나았다. 어머니가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지 많이 생각한다. 그래서 종종 가슴이 아프다."

어린 시절 이경훈은 어머니가 때때로 식당에서 주무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늦은 시간 일을 마치면 집까지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사실을 알았다. 이경훈이 모르는 사이에 가족들이 경제적 부담을 짊어지고 있었다.

"가족들은 나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덕분에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었다. '나도 옷을 사고 싶다'고 말했다. 돌아보면 철이 없었다. 미리 알았으면 속상하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부모님은 한때 정말 힘들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셨다."

이경훈의 어머니는 "식당을 운영할 때 누군가 도와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식당은 경훈이를 위해서, 경훈이를 도와주기 위한 곳이다. 그래서 나는 인내하고 이겨낼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경훈의 아버지는 "아들이 미국, 아시아에서 우승해 자랑스럽다"며 "한때 금전적으로 어려웠다. 우리가 말하지 않았음에도 경훈이는 알고 있었다. 친구들이 모두 '나이키'를 입었을 때 경훈이는 브랜드가 없는 옷을 사줘야 했다. 경훈이는 부끄러워하지 않고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어린 마음에 부끄러웠을 텐데 말이다"고 말했다.

이경훈의 부모는 아들이 골프 선수로 성공할 지 몰랐다. 공부를 잘했고, 덩치가 커서 포환던지기 선수로 선발되기도 했다. 가족 중에서는 할아버지가 골프를 즐겼다. 이경훈은 운영하는 식당 근처에 골프 연습장이 생기면서 골프에 눈을 떴다.

당시 교습가는 전형상 프로. 전 프로는 "처음에는 착하고 순수해서 운동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처음에는 평범해 보였지만, 나이가 들면서 진득한 모습을 보였다. 집중력이 뛰어났고, 컨트롤을 잘했다. 질문도 많았다. 경훈이 아버지에게 프로 골퍼로 키워보자고 제안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경훈이는 연습하면 오랜 시간 타석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꾸준하고, 길게 했다. 집에 가라고 해도 대답만 하고 집에 가지 않았다. 교습가들이 좋아할 만한 선수다. 순하고, 착하고, 특별함이 있다. 외유내강에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전 프로는 "최경주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오랫동안 골프를 잘하리라 생각한다. 결혼을 했고, 아이도 태어났다. 안정적이다.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올 것으로 본다. 우승을 했기 때문에 그 이상의 우승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경훈은 이제 두 번째 우승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런 그가 아버지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아버지와 힘든 시간을 보냈다. 정말 많이 싸웠다. 돌이켜보면 죄송스럽다. 모든 라운드를 함께했다. 체력적으로도 힘드셨을 것 같다. 조언도 아끼지 않으셨다. '네가 선택한 길인 만큼 끝이 보일 때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말이 기억난다."

이경훈은 지금까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560만 달러(약 71억9000만원)를 쌓았다.

이경훈의 아버지는 "아들이 겪은 자금난 때문에 성공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돈이 충분했던 때는 없었다. 그때 왜 '헝그리 정신'이 필요한지 깨달았다. 우리는 경훈이에게 집안 사정을 설명하지 않았다. 경훈이는 그런 부분에서 배우고 느낀 점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최선은 다했다. 경훈이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다. 경훈이는 우리 아들이고, 우리는 부모로서, 우리가 해야 할,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추아 추 치앙(Chuah Choo Chiang)
- PGA투어 APAC 국제 마케팅 & 커뮤니케이션 수석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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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아 추 치앙 PGA 투어 APAC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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