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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사용 않는다”→“두 번째 사명 결행”…수위 높아진 북핵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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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정욱식의 찐 안보

북한 핵무기 사용 독트린

과거 “먼저 핵무기 안 써” 태도서

작년 “남용 않을 것” 말 바꾼 뒤

최근엔 선제공격 가능 취지 언급

핵무력 강화 ‘폭주’ 우려도 커져


한겨레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시험발사를 단행한 다음날인 3월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가운데)과 장창하 국방과학원장(왼쪽), 김정식 군수공업부 부부장이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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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 위협 발언이 주목을 끌고 있다. 그는 지난달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경축 열병식 연설에서 “우리 핵무력의 기본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의외의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닷새 뒤에는 ‘적대세력의 핵 위협에 필요하다면 선제공격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도 내놨다. 이러한 위협성 발언은 올해 들어서만 16차례에 이르는 미사일 시험발사 및 풍계리 핵실험 복구와 맞물려 북한의 의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사용 독트린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변화’와 ‘비교’의 관점이 필요하다. 먼저 변화이다. 북한이 핵 교리를 법제화한 시기는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한 법’을 제정한 2013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북한은 핵무기를 “적대적인 핵보유국이 우리 공화국을 침략하거나 공격하는 경우 그를 격퇴·보복타격하기 위하여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의 최종명령에 의하여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는 북한은 먼저 핵무기로 다른 핵보유국을 공격하지는 않겠지만, 핵보유국이 핵무기는 물론이고 비핵무기로 북한을 공격해 오더라도 핵무기로 보복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공격성’ 강화한 핵 관련 태도


비핵국가들을 상대로 한 핵 교리도 명시했다. “적대적인 핵보유국과 야합하여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침략이나 공격행위에 가담하지 않는 한 비핵국가들에 대하여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는다”며 소극적 안전보장을 ‘조건부’로 명시했다. 이는 핵보유국인 미국의 동맹국들이자 비핵국가들인 한국과 일본을 염두에 둔 성격이 짙은 것이다.

이후 북한의 핵 사용 교리는 대체로 이 법령의 틀에서 유지됐었다. 그런데 북한은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허망하게 끝났다고 판단한 이후 중대한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2016년에 열린 7차 당대회에서 적대국이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반면에, 2021년 8차 당대회에서는 “핵무기를 남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최근에는 핵무력의 임무를 전쟁 억제뿐만 아니라 적대세력이 “우리 국가의 근본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핵 선제공격도 가능하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가의 근본이익”은 국가의 존속을 위태롭게 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즉, 외부의 무력공격 징후가 명백해지면 핵을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의 이러한 핵 사용 교리를 다른 핵보유국들과 비교해보면 어떨까? 흥미롭게도 북한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나라는 북한의 동맹국인 중국이다. 중국은 1964년 핵실험 성공 이후 자국의 핵전력은 “완전히 방어적인 목적”이라고 줄곧 밝혀왔다. 이러한 입장에 따라 중국은 핵보유국들 가운데 핵무기 선제 불사용 및 무조건적인 소극적 안전보장을 공약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이다. 어떤 경우이든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반면 북한의 핵 교리는 적대국인 미국의 핵 교리를 베껴 쓴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사하다. 행정부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은 핵보유국을 상대로든 비핵국가에 대해서든 핵 선제공격을 옵션으로 유지해왔다. 미국은 자국 및 동맹국들의 “사활적인 이익”을 보호해야 할 상황에선 핵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 이는 “국가의 근본이익”이 침탈될 경우 핵무기를 동원할 수 있다는 북한의 교리와 유사하다. 비핵국가가 핵보유국과 연합해 공격해 오거나 재래식·생화학 무기를 동원할 경우에도 핵 사용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도 마찬가지이다.

전술핵 보유 논리도 매우 유사하다. 북한은 작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전술핵 개발을 공식화한 이후 핵무력의 “효과성과 다각화”를 강조해왔다. 작전 목적과 타격 대상에 따라 “각이한 수단”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도 비슷한 표현을 쓰면서 전술핵 개발·보유를 정당화하려고 해왔다. 전술핵이야말로 핵 능력과 전략의 “유연성과 다양성”을 증대해준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과 미국은 자신들의 핵 사용 옵션이 빈말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전술핵을 통해 보여주려고 한다. 전략핵에 비해 폭발력을 크게 낮춰 사용 부담이 덜한 전술핵은 실전에서 동원될 수 있다는 신호를 적에게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핵 교리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파키스탄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파키스탄이 주적으로 삼고 있는 인도는 파키스탄이 핵무장에 나서자 ‘차가운 개시(Cold Start) 독트린’을 만들었다. 인도군을 신속대응군 체제로 바꿔 국지 충돌 발생 때 파키스탄의 주요 전력을 신속하게 무력화하고 필요한 경우 주요 거점을 점령하면서도 파키스탄의 핵 보복을 초래하는 수준까지의 확전은 자제하겠다는 것이 뼈대다. 그러자 파키스탄이 꺼내 든 카드가 바로 전술핵이다. 전술핵이야말로 가장 경제적인 방법으로 인도와의 군사력 열세를 만회할 수 있고 ‘차가운 개시’를 억제할 방법으로 여긴 것이다. 특히 파키스탄은 인도가 비핵 무기로 공격하면 전술핵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자 인도도 파키스탄을 선제공격 대상에 올려놓았다.

다시 거론되는 ‘선제공격론’


이러한 인도-파키스탄 관계를 한-미 동맹과 북한과의 관계와 비교해보면 여러 가지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차가운 개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의 ‘능동적 억제’ 전략과 닮은꼴이다. 파키스탄과 마찬가지로 북한 역시 전술핵을 한-미 동맹에 대한 군사력 열세를 만회할 수 있는 ‘이퀄라이저’로 간주하고 있다. 올해 들어 남북 양쪽에서 선제공격론이 부상하고 있는 것도 우려스러운 유사점이다.

아마도 한반도는 또다시 핵전쟁의 위험이 높은 지역으로 부상할 것이다. 북한의 핵무력 강화를 향한 폭주는 어지간해선 멈추지 않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5월 들어 미국은 신형 전술핵인 B61-12의 본격 생산에 돌입했다. 윤석열 정부는 한국형 선제공격 전략인 ‘킬체인’을 공식화하고 있고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와 한-미 연합훈련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 모두 전쟁을 억제하자는 취지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이 전쟁의 위험을 높이는 것은 아닌지 남·북·미 당국에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를 전공했다. 조지워싱턴대 방문학자로 한-미 동맹과 북핵 문제를 연구했다. 1999년 평화네트워크를 설립해 대표를 맡고 있다. <핵과 인간>, <한반도 평화, 새로운 시작을 위한 조건> 등 다수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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