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 시각) 코리아협의회는 긴급 성명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상징인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은 국가가 세운 것이 아니라 진정한 평화와 정의를 염원하는 베를린 시민들이 세운 기념비로 관할 미테구청에서 적법한 심사를 통해 설치가 허가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일본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고 스스로 자기를 부정하는 어리석음”이라고 꼬집었다.
독일 베를린시 미테구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트위터 캡처 |
이어 단체는 “이례적으로 일본 총리가 나서 베를린 소녀상 철거를 요청한 것은 시민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 및 시민사회의 활동에 재갈을 물리려는 전체주의적 행위일 뿐 아니라, 지자체의 행정에 연방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는 독일의 정치문화에 무지하고, 상부로부터 부당한 압력이나 개입에 대한 낡은 수직적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코리아협의회는 “지난 3년간 독일 학교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청소년단체들과 함께 독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베를린 소녀상을 주제로 평화인권교육을 진행하는 동안, 일본대사관을 비롯한 일본 측의 교묘한 방해와 압력, 끈진길 협박메일로 말로 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과 재정적 손실이 축적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협의회는 “일본 정부는 시민사회의 활동에 재갈을 물린다고 하더라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지워지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할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독일 정부처럼 2차 세계대전 당시 벌어졌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반인륜적 전쟁범죄 행위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반성,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치유를 위한 적극적 지원활동임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28일 일본을 방문한 숄츠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청했지만, 숄츠 총리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고 일본 언론이 이날 보도했다. 협의회는 일본 총리의 행태는 그동안 외부로 드러나지 않았던 일본 정부의 공공연한 압력행사와 개입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단적인 사례라고도 지적했다.
일본 총리가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직접 요청한 것은 이례적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도 다양한 수준에서 철거를 압박해 왔지만, 총리가 전달하면 강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며 기시다 총리의 요청 배경을 전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은 재독 시민사회단체 코리아협의회 주관으로 2020년 9월에 1년 기한으로 베를린시 미테구 모아비트에 설치돼 집회·시위 겸 콘서트 등 지역 시민사회 활동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지난해 9월 미테구청 도시공간 예술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올해 9월 28일까지 설치기간을 1년 연장했다.
민서연 기자(mins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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