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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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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웹툰에 금기란 없죠"…왕비를 사랑한 후궁이 男교사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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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내가 후궁에게 살해당한 조선의 국모라고?"

고등학교 3학년 학생 김민주는 어느 순간부터 반복되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공부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는데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는 알 수 없는 기억에 처음에는 수험 스트레스로 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 싶을 정도였다. 혼란이 이어지는 것을 방치할 수 없기에 나름대로 조사를 해봤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반복되는 꿈은 자신이 전생에서 겪은 일이라는 것. 꿈속에서 전생의 민주는 중전이었다. 행복했던 순간을 함께했던 왕은 어느 순간 자신의 품속에서 숨을 거뒀다. 왕을 시해한 것은 그의 후궁인 숙빈. 왕을 품에 안고 울고 있는 중전을 죽이면서 숙빈이 건넨 말은 독자들 허를 찌른다.

"소첩의 것이 될 수 없으니 내세를 기약하는 수밖에."

민주가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한 것은 학교에서 역사 시험을 칠 때부터였다. 문제에서 주어진 '해종실록' 지문에서 '왕실에 큰 변고가 생겨 왕과 왕비가 한날한시에 승하하니, 이를 위해 매년 진혼제를 지내다'라는 문구를 읽는 순간, 민주는 지문 속 왕비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느꼈다. 왜 하필 그때 떠오른 걸까. 명문대 수시전형 합격을 위해 선도부장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대학 입시에만 몰두하고 있던 민주는 만점을 목표로 하던 역사과목에서 결국 그 문제를 틀리고 만다. 부모님 없이 할머니와 살며 아르바이트로 용돈벌이까지 하고 있는 민주에게 착실한 학교 생활은 의무와도 같았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떠오르는 기억을 두고만 있을 수 없어 친구들에게 상담했지만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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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몸이 아파 보건실을 찾아간 민주는 새로 부임한 보건교사 박도윤이 건넨 "중전마마"라는 한마디에 더 큰 혼란에 빠진다. 전생에서 자신을 죽인 숙빈을 학교에서 마주할 줄이야. 게다가 남자라니!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 일진 전학생 이진수로 환생한 주상 전하까지 등장하면서 민주는 속으로 외친다. "전생이고 나발이고 제발 공부 좀 하자!"

웹툰 '전생연분'은 전생을 핵심 소재로 하는 만화다. 흔할 수 있는 소재이지만 등장인물의 관계나 이야기 전개를 색다르게 풀어내면서 로맨스 장르 팬들에게 지지를 얻고 있다. 허약했던 주상 전하가 일진으로 환생하고, 중전을 사랑한 숙빈이 내세에서는 남자로 환생해 중전 앞에 나타나는 설정은 독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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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랩의 로맨스 세계관 핵심인 `인연의 붉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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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연분'은 유니버스(세계관) 콘텐츠를 만들어온 와이랩의 로맨스 세계관 '레드스트링'의 작품으로 지난해 11월부터 네이버웹툰을 통해 매주 토요일 공개되고 있다. '레드스트링'으로 연재 중인 다른 로맨스 웹툰과 연결고리를 만들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형태는 이야기 확장 가능성을 넓혀준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실제로 '전생연분' 19화에는 '돌&아이'의 차유주와 '이게 아닌데'의 천시현, '마녀의 심판은 꽃이 된다'의 정향, '헤어지면 죽음'의 마재겸 등 다른 레드스트링 작품의 주인공이 등장해 향후 이야기 전개에 궁금증을 유발했다. 다른 웹툰 작품과 연결되는 것에 독자들 반응도 뜨겁다. 댓글에는 "레드스트링 인물들 다 나왔네, 대박 라인업이다" "정향쌤 왜 여기 계세요" "세계관 최강자들의 마을이다" "어디서 많이 본 사람들이 나오네요" "레드스트링 진짜 작정하고 만들었구나" 등 긍정적 반응이 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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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가 전생에서 환생한 인물들과 마주하며 겪는 우여곡절이 이어지면서 등장인물들이 숨기고 있는 이야기가 하나씩 풀리는 점도 만화에 빠져들게 만드는 핵심 포인트다. 민주가 전생에 얽힌 비밀을 알아내 무사히 대학에 들어갈 수 있도록 응원하는 마음으로 만화를 보는 독자도 많다. '전생연분'의 이야기 구성을 맡은 작가 재아는 "전생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 만화 등에 평소에 관심이 많았는데 대부분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어떻게 하면 좀 더 일상적이면서 현실적인 설정을 가져갈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나온 게 '모의고사를 풀다 전생을 떠올리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흔한 설정을 흔하지 않게 풀어내는 것에도 고민이 깊다. 재아 작가는 "언제나 답은 '작품을 많이 보자'는 것"이라며 "클리셰를 비틀기 위해선 스스로 클리셰를 많이 알아야 하고, 독자들이 클리셰의 어떤 부분을 좋아하는지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작품을 찾아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레드스트링 총괄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작품 간 연결도 고민하고 있는 재아 작가는 "세계관을 구성하는 것은 개연성만 있다면 어떤 설정과 전개도 모두 용납이 되는 일"이라며 "하지만 작품들 공통점을 잡아내 통일성을 가지고 전개하는 점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재 29화까지 공개된 '전생연분'은 앞으로 회차를 거듭하며 다른 레드스트링 작품과 확장될 예정이다. 재아 작가는 "아직 연재 초반이라 다른 작품 속 주인공이 카메오 식으로 등장하는 정도에 그치지만 앞으로 '전생연분' 인물들과 인연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생연분'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사랑'이다. 재아 작가는 "작품 속에는 많은 사랑의 형태가 등장한다"며 "사랑에서 중요한 것은 형태가 아닌 사랑이라는 감정이기에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면 얼마나 깊어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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