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쟁 치른 탈레반에 그대로 넘겨준 셈
비축해둔 무기 일부는 우크라에 지원
18일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서 한 군인이 경비를 서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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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하면서 70억 달러(약 9조 원) 규모의 무기를 현지에 두고 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27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이 보도했다. 20년간 전쟁을 치른 적수 탈레반에 그대로 무기를 넘긴 셈이다.
미국 의회가 요청한 국방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아프간 전쟁이 진행 중이던 2005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총 186억 달러 상당의 군사 장비를 아프간 정부군(ANDSF)에 지원했다. 이 중 71억2,000만 달러 규모의 장비가 철군 완료 시점인 지난해 8월 30일 현지에 남겨져 있었다.
수도 카불 국제공항에 있던 전투기 78대는 철군하기 전 작동 불가능한 상태로 파괴됐고, 공대지 무기 9,524기는 그대로 남았다. 4만 대가 넘는 군용 차량과 30만 기 이상의 무기, 지원했던 통신·감시·폭발물 탐지 장비 대부분도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군은 이 무기들을 수습하거나 파괴하기 위해 아프간으로 돌아갈 계획이 전혀 없는 상태다.
미군이 철수하며 대량의 무기를 두고 왔다는 사실은 이전에도 보도됐지만, 정확한 규모가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아프간 무기상들이 미군이 남긴 권총과 수류탄 등을 파키스탄에 팔아 넘기고 있다고 전하며 "실패한 아프간 20년 전쟁의 또 다른 대가"라고 표현했다. CNN은 이번 보고서 공개를 통해 "혼란스럽고 성급했던 아프간 철수에 다시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아프간을 위해 비축했던 무기 일부는 우크라이나로 넘어간 것으로도 파악됐다. 미 국방부는 아프간에 배치했던 Mi-17 헬리콥터 5기를 유지 보수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로 옮겼다가, 올해 1월 공식 이전했다고 밝혔다. 또 1,500만 발의 소총 탄환과 9만9,000개의 고성능 수류탄, 11만9,000발의 82mm 박격포탄 등도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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