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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만화와 웹툰

좀비가 된 딸·염색한 저승사자·몸짱 검사… 웹툰 찢고 나와 ‘안방극장’ 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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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드라마’ 전성시대

‘내일’ ‘어게인 마이 라이프’ 등

지상파·케이블서 드라마화 봇물

방송가 “대중성·작품성 검증돼”

원작 관심 증가… 웹툰계도 환영

‘지우학’ 공개 직후 조회수 80배↑

“현실·허구 명확한 구분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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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안나라수마나라’ 등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이 최근 쏟아지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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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로 머리를 물들인 패션모델 같은 저승사자가 사람을 살린다. 몸짱 검사는 환생을 거듭하며 거악 소탕의 실마리를 찾아간다. 좀비가 된 딸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부성애도 있다. 다양한 상상력으로 기발한 이야기를 피워 낸 웹툰이 이제는 안방극장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MBC ‘내일’, SBS ‘어게인 마이 라이프’, EBS1 ‘좀비딸’ 등은 모두 웹툰 원작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웹툰이 드라마로 만들어진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긴 하다. 하지만 올해처럼 다양한 소재의 웹툰이 한 시기에 드라마로 데뷔한 적은 처음이다. 단순히 로맨스 등을 주요 소재로 다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저승사자, 인생 회귀, 좀비 등 예전 같으면 지상파 TV 드라마에선 찾아보기 힘들었을 판타지 요소가 적극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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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내일’.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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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MBC가 지난 1일부터 방영 중인 ‘내일’에선 저승사자(김희선)가 등장해서 전통적 개념과 달리 사람을 살린다. SBS에선 지난 8일부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웹소설·웹툰을 원작으로 한 ‘어게인 마이 라이프’를 내보내고 있다. 정체불명의 남성이 “아직이군” 하면서 주인공 검사(이준기)를 죽이자 과거로 회귀한 검사는 다양한 경우의 수가 가진 가능성을 찾아가며 거악의 범죄자를 잡는다. SBS는 지난 2월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웹소설·웹툰 원작의 ‘사내맞선’을 방영한 바 있다.

케이블 채널에서도 웹툰을 드라마화하는 데 적극적이다. OCN은 지난달 13일부터 ‘우월한 하루’를 방송 중이다. 납치된 딸을 구하기 위해 옆집에 사는 연쇄살인마를 죽여야 하는 남자의 이야기로 동명 네이버웹툰이 원작이다. 드라마뿐 아니라 애니메이션도 웹툰을 활용했다. EBS1은 지난 3일 네이버웹툰 ‘좀비딸’을 애니메이션으로 공개했다. 좀비가 되어 버린 딸을 세상으로부터 지켜 내려는 아버지의 고군분투기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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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1 ‘좀비딸’. EBS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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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웹툰 원작 영상 콘텐츠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웹툰 ‘안나라수마나라’가 다음 달 6일 넷플릭스 시리즈로 전 세계 190여개국에 공개된다. 더불어 네이버웹툰 ‘방과 후 전쟁활동’, ‘금수저’, ‘약한영웅’, ‘이번 생도 잘 부탁해’, ‘아일랜드’를 비롯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징크스의 연인’, ‘무빙’ 등도 올해 드라마 공개를 앞두고 있다.

방송가가 웹툰을 드라마 원작으로 삼는 데에는 이미 검증됐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방송가 한 관계자는 “인기 웹툰은 이미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으면서 대중성은 물론이고 작품성까지 어느 정도 검증된 작품”이라며 “특히 웹툰을 재미있게 봤던 사람들은 드라마화에 관심도 가져 자연스럽게 드라마 시청자로 유입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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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어게인 마이 라이프’.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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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계 역시 영상 콘텐츠화를 대환영할 수밖에 없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웹툰 콘텐츠가 영상화되면 원작에 대한 관심도 함께 증가하면서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며 “웹툰 지식재산권 기반 영상 콘텐츠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연달아 좋은 성과를 내면서 원천 콘텐츠로서 웹툰 경쟁력과 위상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웹툰 ‘지옥’과 ‘지금 우리 학교는’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직후 주간 평균 조회 수가 각각 22배, 80배 증가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의 웹툰 주간 거래액은 59배나 늘었다. 이는 넷플릭스 시리즈 공개 후 2주간 한국 웹툰 주간 조회 수 평균값과 과거 수치를 비교 분석한 결과다. 영상 콘텐츠화는 웹툰이 해외 시장으로 확장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네이버웹툰 글로벌 서비스를 통해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등 총 10개 언어로 공개 중이다.

웹툰의 영상 콘텐츠화는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인기 웹툰을 영상화하는 데 이어, 이제는 드라마 등이 먼저 제작된 뒤 웹툰이 만들어지거나 드라마와 웹툰이 동시에 진행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그 결과 현실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 주던 드라마들이 웹툰의 판타지, 장르물적 성격을 많이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작 규모가 커진 것은 물론이고, 제작사들이 현실과 허구를 명확하게 구분해 시청자들이 혼란스러워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책임도 생겼다”고 덧붙였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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