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한일 정책협의단에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합의 실무책임자인 이상덕 전 외교부 동북아국장이 포함된 것을 두고 한일관계 개선 방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9일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는 성명을 통해 "한일 정책협의단의 구성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협의단에 이름을 올린 이상덕 전 외교부 동북아 국장, 윤덕민 박근혜 정부 당시 국립외교원장, 이명박 전 대통령 독도 방문 당시 청와대 외교비서관이었던 장호진 전 대사 등을 "한일 관계를 파탄 낸 당사자들"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정의연은 2015년 위안부 합의와 관련 "2015년 12월 28일 한일 외교부 장관 기자회견에서 기습적으로 발표된 한일합의는 피해당사자들의 의견조차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진행된 졸속적 합의"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절차, 형식 및 성격, 내용 모든 면에서 문제적이었던 '2015 한일합의'는 문제해결은커녕 또 다른 족쇄가 되어 미래로 가는 발목을 잡고 있다"며 "한일관계에 움직이기 힘든 대못을 박은 장본인은 바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역사 갈등의 씨를 뿌린 사람들이 책임지는 모습은커녕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한 투사처럼 '부활'"했다고 꼬집으면서 "이들이 '포괄적 타결', '그랜드바겐' 운운하며 피해당사자들과 국민들의 의견수렴도 없이 '톱다운' 방식의 협상을 진행한다면 역사는 또다시 크게 후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연은 "한국의 차기 정부는 피해자들과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은 자세로 대일 협상에 나서야 한다"며 "섣부른 타협으로 역사의 시계를 되돌리는 과오를 다시는 저지르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상덕 국장은 지난 2014~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진행됐던 한일 간 위안부 국장급 협의의 한국 측 대표였다. 당시 합의는 피해자의 의견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았다는 측면, 합의 내용에 불가역적인 표현과 위안부 평화비(소녀상) 문제가 명시됐다는 점 등으로 인해 여론의 반발을 불러왔고, 결국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합의로 만들어진 화해치유재단이 해체됐으며 합의는 사실상 파기됐다.
이런 가운데 이상덕 국장이 정책협의단에 구성원으로 참가하면서 윤석열 당선인 측이 박근혜 정부 당시 위안부 합의를 양국 차원에서 재확인하고, 이를 통한 한일관계 개선을 구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2015년과 달리 현재 한일 간 과거사 갈등이 위안부 사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에 대한 손해배상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상태로 남아있고 일본 정부는 조선인 강제 노역이 이뤄졌던 곳인 사도(佐渡)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려고 추진하고 있다. 교과서와 독도 문제는 상시적인 문제가 된지 오래다.
이같은 과거사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 윤석열 새 정부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와 같은 방식으로 처리한다면 한일 간 국민 감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한일 관계 개선 전에 국내 여론의 적잖은 반발에 먼저 직면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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