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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브로드웨이에서 K팝을 외치다···한국계 배우 3인방 황주민, 케이트 린, 강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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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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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진 대부분이 한국계 배우로 이뤄진 오프 브로드웨이 뮤지컬 ‘K팝’이 평단의 호평과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오는 11월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에 진출한다. 사진|뮤지컬 ‘K팝’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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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콘텐츠 산업에서 한국의 깊은 정서가 녹아있는 ‘K스토리’가 주목받고 있다.

영화 ‘기생충’ ‘미나리’,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 이어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이주한 한국인 이민자의 삶을 그린 한국계 이민진 작가 원작의 ‘파친코’는 애플TV플러스 시리즈로 세계적인 호평을 얻고 있다. 또 다른 한국계 작가 미셸 자우너가 미국 이민세대를 다룬 자전적 에세이 ‘H마트에서 울다(Crying in H Mart)’도 영화화를 앞두고 있다.

시류에 민감한 미국 브로드웨이가 ‘K스토리’ 열풍을 지나칠 리 없다. 2017년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연장공연까지 전석 매진 행렬을 기록하고 2018년 리처드 로저스 어워드와 루실 로텔 어워드 등을 수상한 ‘K팝’이 뮤지컬의 본진 브로드웨이에 진출한다. 극본 제이슨 김, 작사·곡 헬렌 박, 음악감독 김수진 등 한국계 창작인과 배우들이 작정하고 의기투합한 ‘K뮤지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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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K팝’은 국내 아이돌 트레이닝 시스템부터 미국 사회 속 아시안 인종 차별까지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녹아낸 청춘 뮤지컬이다. 사진|뮤지컬 ‘K팝’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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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K팝’의 주인공은 하룻밤 특별한 콘서트를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 붓는 젊은이들이다. 화려한 K팝 스타들의 빛은 물론 보이지 않는 땀과 눈물, 팝의 본고장 미국에서 겪는 인종차별 등의 그림자도 담았다. 국내에서는 그룹 에프엑스(f(x)) 출신 가수 루나의 브로드웨이 데뷔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오는 11월 20일 첫 공식 공연을 앞두고 ‘K팝’의 주역인 한국계 배우 3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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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세 늦깎이 유학생에서 브로드웨이 주목받는 배우가 된 황주민, 그는 “‘K팝’이 변방에 머물렀던 동양인 배우를 전면에 세운 작품으로 브로드웨이 역사 한 획을 그을 것”이라 자부했다. 황주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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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보이밴드 ‘F8’의 멤버 ‘티미 X’역을 연기해온 배우 황주민은 “‘K팝’이 브로드웨이 역사에 한 획을 긋는 공연이 될 것”이라 자부했다. 그는 “미국 콘텐츠 산업에서 지난 100년 간 동양계 배우들은 정형화된 캐릭터나 주변 역할에 머물렀다. ‘K팝’은 동양계 배우도 주인공이 되어 노래하고 춤출 수 있고 수많은 감정을 연기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브로드웨이 ‘최초의 공연’”이라고 말했다.

황주민은 재미교포도, 미국 국적자도 아니다. 배우로는 다소 늦은 나이인 29세에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게 꿈을 찾아 미국에 왔다. 6개월간 3백여 건이 넘는 오디션을 치르며 브로드웨이의 문을 두드렸고 5년 만에 러브콜이 쇄도하는 뮤지컬 배우로 우뚝 섰다.

그는 뮤지컬 ‘K팝’의 인기 요인으로 ‘완벽한 퍼포먼스’와 ‘중독성 있는 넘버’를 꼽았다.

“한국의 흥이 느껴지는 완벽한 퍼포먼스와 중독성 있는 노래가 전 세계인이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할리우드 스크린까지 종횡무진하는 작곡가 린 마누엘 미란다가 빨리 ‘K팝’ 넘버의 캐스트 앨범을 내달라고 자신의 트위터에 호소한 일화도 유명하죠. 이번에 브로드웨이에 작품을 올린다는 건 창작진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말이죠.”

그는 이번 공연을 계기로 더 많은 한국계 그리고 동양계 배우들이 브로드웨이, 나아가 할리우드를 꿈꿀 수 있게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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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출연진들은 한국계 배우들이 모인 만큼 연습에서도, 무대에서도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황주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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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여느 작품들과 달리 한국계 배우들이 모인 만큼 팀워크도 가족처럼 끈끈했다.

“다들 사명감을 갖고 연습하고 무대에 올랐죠. 미국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AAPI(Asian American Pacific Islander·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 혐오주의가 팽배해지고 있어요. 그러니 한국인 이야기를 다룬 우리 작품이 얼마나 중요한 공연인지 다들 인지하고 있죠. 다수의 공연을 해봤지만 배우들과 이렇게 가족처럼 가깝게 지낸 것은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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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의 막내로 합류한 17세 케이트 린, 그는 할리우드를 호령하는 동양계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다. 케이트 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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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K팝’ 무대에 새롭게 가세한 ‘미연’ 역의 케이트 린은 한국과 중국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17세로 팀에서는 막내지만 이미 7세 때부터 ‘디즈니 쇼’에서 노래와 연기를 뽐낸 ‘경력직’이다. 국내 연예기획사가 주최하는 K팝 그룹 오디션 최종심에 오른 경험도 있다.

“몇몇 한국 엔터테인먼트사에서 오디션을 봤어요. 최종 단계까지 올라간 적도 있었지만 제가 미국에서 하던 일을 모두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 때문에 포기했어요. 개인적으로 K팝 그룹 세븐틴의 팬이에요. 훌륭한 아티스트죠. 그들의 작품을 좋아해요.”

케이트의 꿈은 탄탄한 연기력을 겸비한 할리우드 배우다. ‘K팝’ 오프브로드웨이 작품에 출연한 후 넷플릭스 오리지널 ‘에밀리, 파리에 가다’ ‘민디’ 역에 캐스팅돼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계 배우 애슐리 박처럼 말이다.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 미국에서도 배우로 데뷔하기 어린 나이지만 한국계 엄마의 지지로 꿈을 키울 수 있었다.

“17세에 데뷔는 너무 빠르다고 할 수 있지만, 제 스스로는 무대에 설 준비가 다 됐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엄마는 제가 좋아하는 춤과 연기 수업을 매일 들을 수 있도록 지지해줬어요. 이번 브로드웨이 공연은 배우로 가는 꿈을 더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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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슈퍼스타K’에 도전했던 강지호. 미국에서 ‘현실적인 삶’을 살아봤지만 노래를 놓을 순 없었다고 했다. 그는 ‘K팝’을 계기로 다시 무대로 돌아왔다. 강지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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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8’의 멤버 ‘렉스’ 역을 맡은 강지호는 지난 2016년 국내 오디션 예능프로그램 Mnet ‘슈퍼스타K’ 참가한 이력을 갖고 있다. 당시 하버드대 출신이자 미국 정부 소속 예비공무원으로 알려지면서 ‘최강 스펙’으로 화제를 모았다. 오디션 우승을 놓친 그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부모님이 원했던 ‘현실적인 삶’으로 향했다.

“제 사주에 연예인 운이 없다고 했어요(웃음). ‘슈스케’에서 떨어질 때 ‘여기가 끝이구나’ 생각했죠. 1년 여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에서 일하면서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할 즈음 뮤지컬 ‘K팝’을 알게 됐고 바로 오디션을 봤죠.”

‘슈퍼스타K’에 이어 ‘K팝’이 또 한 번 ‘연예인 사주가 없는’ 그의 삶을 흔들어놓았다. 강지호는 생계를 위해 TV 단역 배우, 내레이션, 콘서트 활동을 하며 ‘K팝’ 무대를 지켜왔다. 미국 입시 수학 과외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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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K팝’ 연습실 벽을 채운 사진들. 황주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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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한국 예능 프로그램, K팝을 보면서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에 대해 많이 알게 됐어요. 재밌는 기억 속에는 한국 문화가 많이 자리잡고 있어요. 뮤지컬 ‘K팝’은 제가 느낀 흥을 미국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돼줘서 너무 영광스럽고 기뻐요.”

미국에서 평생 “넌 어디에도 맞지 않는 것 같다”는 말을 들으며 이방인처럼 살았던 강지호. 그는 “비로소 제자리를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뮤지컬 ‘K팝’은 그에게 새 인생은 물론 가족 같은 귀한 동료까지 만들어준 소중한 작품이다.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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