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매헌윤봉길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열었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그는 당시 한일 관계 개선 방안을 묻는 질문에 "죽창가를 부르다 한일 관계가 이렇게 됐다"며 실용적 접근법을 시사했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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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창가를 부르다 한일 관계가 여기까지 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가까운 인사들에 따르면 한·일관계에 대한 당선인의 생각은 이 한 문장에 집약돼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의 말은 지난해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매헌 윤봉길 기념관에서 한일 관계 향배를 묻는 NHK 기자의 질문에 답하며 나왔다. 당시 윤 당선인은 “지금 한·일 관계가 회복이 불가능해질 정도까지 망가졌다”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페이스북에 올린 죽창가에 대해선 “이념 편향적”이라고 비판했다. 실용과 협력을 기반에 둔 윤석열 정부 한일 관계의 예고편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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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 회복에 전력 쏟는 尹
실제로 요즘 윤 당선인은 일본과의 관계 회복에 전력을 쏟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통화와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와의 면담 모두 과거사 보다는 양국 협력 강화가 핵심 주제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다음 날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와의 첫 통화에서 ‘정서상 위안부 합의 수용이 어렵다’고 했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180도 다르다.
지난 11일 귀국한 한미 정책협의단도 미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한일 협력 강화 의사를 먼저 밝혔다고 한다. 정책협의단 관계자는 “미국의 요청이 있기 전에 한일 관계 개선 의사를 먼저 전했다”며 “다만 일본도 상응하는 노력이 필요한 점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당선인 측 관계자는 “한일 관계가 최악이니 한미일 안보 협력은 물론 한미 동맹도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 당선인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찾은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와 악수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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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가는 윤 당선인의 한일 정책협의단 파견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중국이나 유럽연합(EU)이 아닌 일본에 두 번째 협의단을 보내는 것도 외교적 의미가 있는데다, 협의단의 인적 구성도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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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위안부합의 실무자에 담긴 포석
특히 박근혜 정부 시절 한일 위안부 협의 실무 협상자였던 이상덕 전 주 싱가포르 대사가 한일 정책협의단에 합류한 것이 화제다. 이 전 대사가 문재인 정부 초기 일신상의 사유로 싱가포르에서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문책 성격이 강한 귀임을 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2015년 4월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일 안보정책협의회에 참석했던 이상덕 당시 외교부 동북아 국장(오른쪽에서 두번째)과이이하라 준이치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왼쪽에서 두번째)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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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 전 대사의 합류는 일본에 위안부 등 양국 현안에 대해 대화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내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이 전 대사의 합류를 비판하는 것에 대해선 “윤 당선인이 그런 리스크를 알면서도 이 전 대사를 포함한 것이라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동북아국 심의관과 국장을 역임한 이 전 대사는 외교부 내에서 대표적인 ‘일본통’으로 불린다. 지난해 8월 윤 당선인 측 캠프에 합류했고, 기시다 총리가 외무상이던 시절 한일 협상 테이블에서 자주 만나 인연도 있는 편이다. 위안부 등 양국 현안에 대한 당선인 측의 입장을 일본에 전달해 줄 수 있는 적임자로 꼽힌다.
한미 정책협의단으로 미국을 다녀온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한일 협의단에 다시 포함된 것도 ‘한미일 3국 협력 강화’를 의식한 인선이란 분석이 나온다. 외교소식통은 “일본 전문가(박철희)가 당선인의 미국과 일본 특사에 모두 들어간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한미 정책협의단에 이어 한일 정책협의단에도 포함된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장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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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외교가는 윤 당선인이 한일 관계 개선에 집중하는 것이 북핵 대응뿐 아니라 경제와 대중 관계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한 포석으로 보고있다. 윤 당선인이 강조하는 경제 안보와 관련해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선 일본과의 협력이 중요하단 것이다. 하지만 낙관은 아직 이르단 지적도 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은 결국 위안부와 강제징용이란 현안과 함께 갈 수 밖에 없다”며 “일본은 이 문제에 대한 윤 당선인의 국내 행보도 유심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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